2018년 12월 15일 (토욜)
가물거리는 기억속의 월출산!
대한민국 100대 명산이요, 호남의 5대 명산으로
산세가 수려하며 기암괴봉과 비폭, 벽담, 유물, 유적이 조화를 이룬
호남의 소금강이다.
예전엔 도갑사를 날머리로 했었는데
오늘은 기체육공원~산성대~광암터~통천문~천황봉~사자봉~구름다리~천황사로 정하고,
10시 33분, 안내도 담는 것을 시작으로 "氣찬묏길"로 들어선다.
月出山이면 응당 보름달이 휘영청해야 제격이겠지만, 지금은 백주대낮이니 해라는 건 알지?
시작부터 기암괴봉과 벽담의 솔벗이 내 눈길을 붙잡으며 가슴을 설레게 한다.
딱 봐도 알겠다!
호남의 평야지대에 그리 높지도 않은 월출산이 왜 인기명산이어야 하는지를....
고산에나 있을 법한 산죽 오솔길도 멋지게 자리하고~.
북사면엔 빙벽진 곳도 있다만,
오늘 날씨는 강추위에서 벗어난 듯 현재는 영상이라 산행하기 딱 좋은 날~.
친구!
잘 지냈는가? 참으로 반가우이!
간밤에 잠 한숨 못잤지만 내 그대를 보려 3시간여를 달려왔다네~.
위태롭게도 버티고 선 기암이 신기하구먼~.
여긴 신선들의 영역인지라 '중력의 법칙'에서도 열외인가 보다.
등굽은 소나무가 고향 선산을 지킨다던데, 내 그대를 보니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구려!!!
금수저는 고사하고 흙수저도 못되는 척박한 환경에 뿌리를 내렸지만,
당당하게 하늘 향해 두 팔 벌린 친구가 참으로 존경스러우이~.
12월 첫 산행인지라 겨울꽃을 기대했기에 살짝 아쉬움도 있었지만,
설악의 공룡능선을 타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의 날선 기암괴봉들과 멋진 솔벗들이 있어
넘치도록 보상 받은 기분!!!
중년의 가슴에 12월이 오면
내 나이 한 살 더하여도 행복하노라!
詩 / 이 채
높다고 해서
반드시 명산이 아니듯
나이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어른이 아니지요
가려서 볼 줄 알고
새겨서 들을 줄 아는
세월이 일깨워 준 연륜의 지혜로
판단이 그르지 않는 사람이라면
성숙이라 함은
높임이 아니라 낮춤이라는 것을
채움이 아니라 비움이라는 것을
스스로 넓어지고 깊어질 줄 아는
사람이라면
새벽 강가
홀로 날으는 새처럼 고요하고
저녁 하늘 홍갈색 노을처럼
아름다운 중년이여!
한 해, 또 한 해를 보내는 12월이 오면
인생의 무상함을 서글퍼하기보다
깨닫고 또 깨닫는
삶의 교훈이 거름처럼 쌓여가니
인용한 시의 주인공 이채라는 詩人을 읽은지 그리 오래되진 않았지만,
참 편하고도 아름다운 詩을 많이 발표하는 듯~.
느낌을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음에 감사의 念을 전한다.
코스 여기저기를 둘러보면,
월씨 가문 장형인 청풍명월의 월악보다 지차인 이곳 영암의 월출이 훨씬 뛰어난 듯
눈길 닿는 곳곳이 선계의 절경이다!
기암괴봉을 타고넘는 산우들~.
같이 간 산악회 산우들이 선경에 도취해
암릉길의 계속되는 오르내림에도 꿋꿋이 뒤를 따르고 있는 모습이다.
위치상으로 이 암봉이 장군봉일 것 같은데...
고스락으로 가는 통천문을 통과!
정상에 오르니 오늘도 '불/야100대 명산' 인증사진을 담느라 자라다툼이 치열~.
한발 물러 서서 멋진 하늘빛과 구름을 담으며 호남의 산그리메 조망을 만끽한다.
환상적인 하늘빛에 떠도는 흰구름이라~.
예상보다 일찍 올라와 땀 흘린 댓가로 얻은 또하나의 즐거움~.
고스락에서 세상을 멀리, 넓게 보는 여유로움에 절로 힐링이 되니 정신건강엔 최고지요!!!
저 마루금에 겨울꽃이 활짝 피었다면 어떤 모습일까?
궁금증을 풀려면 다시 와서 볼 수 밖에 없는데 어쩐다~.
암릉 너덜길에 얼음이 얼고, 잔설이 쌓여 심히 위험스러운 상태라 걸음걸음을 조심조심~.
안전 산행보다 중요한 건 없으니....
다시 통천문을 나와 구름다리쪽으로 진행~.
구름다리로 가는 길목을 임시로 막긴했는데, 통제 표지판은 없기에 우회해 계속 진행을 했고,
이 순간의 선택이 많은 일들을 만들 줄이야 예상도 못했었는데...
주변 암봉과 솔벗들의 어우러짐이 참으로 멋지니 일단은 즐기는 걸로~.
시간 여유가 있어 유유자적하는데도 언제부터인지 뒤를 따르는 산우들의 왁자지껄이 안 들리네?
산악회 일행들은 길목이 막은 곳에서 다른 코스로 하산중인 듯,
여긴 같이온 산악회 일지매와 나홀로 산행중인 산우에 나까지 세 명만의 외로운 산행이 됐네~.
구름다리를 오늘부터 통제한다는데 벌써 막은 건가?
경치는 좋은데 조바심으로 무리수를 두었는지 오른쪽 무릎위에 경련 조짐이 느껴진다.
여기서 컨디션을 놓치면 죽음인데....
허긴, 아무리 건강에 자신이 있다지만 간밤에 한숨도 안 자고 새벽에 산으로 왔으니 좀 심했나?
상비약인 통증완화제 연고와 에어스프레이로 쥐를 잡으며 전진, 또 전진이다.
기암괴봉이라 이런 것이라는 듯
계속해 앞을 가로막는 벽담과 솔벗의 어우러짐이 아름다우면서도 위세에 기가 질린다.
세상 외톨이가 된 듯 적막강산이지만, 이젠 돌이킬 수 없으니 무작정 전진이다!
구름다리가 끊어진 건 아닐지니 부딪쳐 보는 수 밖에~.
아직도 쥐를 잡지 못해 허벅지를 들쑤셔 내 속은 타들어 가는데,
왜 하늘빛과 흰구름은 저리도 여유로운지 참 야속도 하다.
연고를 바르고, 스프레이를 뿌리며 급경사를 오르내리려니 죽을 맛이다만,
그래도 크게 걱정은 안 한다.
신기하게도 곡성의 동악산, 설악산 공룡능선 등에서 이런 상황이 있었는데
종내엔 그 쥐란 놈은 항복을 받아냈고 난 늘 완주를 했으니까!
저 밑에 까마득히 보이는 저 바람폭포 옆 하산길로 갔어야 했는데...
어찌해야 할꼬~.
그렇게 구름다리 위까지 오니 사람 소리가 들린다.
우선 살았다는 안도감에 한편으론 우리가 법을 위반했는지 모른다는 걱정도 있어 잠시 망설였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또 전진이다.
구름다리엔 너댓 명의 국립공원 직원들이 출입통제를 위한 가로막과 CCTV를 설치하는 중이었다.
그들의 안내로 구름다리까지 내려가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오늘까지 홍보와 계도 기간이고 표지판 등 설치가 완료된 내일부터 출입통제란다.
긴장이 풀리니 경련도 잦아들고, 여유도 되살아나 인증샷도 한 컷!!!
그리 길잖은 시간에 휘몰아쳤던 우려와 고민과 번뇌가 일순 사라져 버리니 날아갈 것 같구먼!!!
골짜기에 도착하니 바람폭포쪽으로 하산한 산우들과 합류하니,
월출산 제1경이랄 수 있는 구름다리를 건너온 우리가 졸지에 선망의 대상이 되어버렸네!
참~. 이런 것도 人生之事 塞翁之馬???
앞장 서 날 이끌어준 일지매 님과 나홀로 산우께 진심으로 감사의 念을 전한다.
고맙습니다! 늘 안산, 즐산하십시오!!!
당시에는 제 정신이 아니었기에 가물가물한 기억을 되살려 보니
계속된 깍아지른 오르내림에 암릉너덜이나 곧추선 계단이 설악의 비선대~마등령길 못잖은 코스였고,
허벅지 경련의 내겐 끔찍하도록 최악이었지만 풍광은 끝내 주는 멋진 곳이었으니~.
이 동백이 붉은 꽃망울을 터뜨릴 때 다시 도전해 볼까?
천황사로 가는 통로가 극락으로 가는 길인 듯 묘한 뉘앙스를 풍겼지만 그냥 패스~.
14시 57분,
그래도 예정 시간보다 1시간이나 앞서 천황사 주차장에 도착해 보니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겨울철 탐방로 일부 구간 통제라고....
산에만 들면 제 정신이 아니라 늘 트랭글은 제 시간에 켜고, 제 시간에 끈적이 없으니....
도상 거리가 7.5km 최저 104m에서 최고 824m까지 700m를 오르내리는 산행을 했고,
첫 사진과 마지막 사진을 기준으로 볼 때 4시간 24분 걸린 셈이로군!
할 말도, 하고 싶은 말도 많을 첫 겨울산행이었기에
차라리 말을 아끼자!
산행기를 작성하는 이 순간이 평안하니
오늘도 잘 살았다는 것~.
내일도 오늘 같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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