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9일 (토요일)
시월 초 설악산 공룡능선 무박종주와 대승령~십이선녀탕을 다녀온 후
낙향에 따른 심적 번다함으로 미뤄왔던 산행을
투병중인 인연들의 쾌유와
꼬일대로 꼬인 국내외 정세의 안정을 기원하는
계룡산 3대사찰 순례로 정하고
미명의 시간 야심차게 집을 나섰는데~.
유성행 교통편에서부터 삐걱거린다!
시내버스는 수도권보다 1시간도 더 늦게 운행을 시작하고, 아파트 단지앞엔 택시도 없어
우왕좌왕하다 6시30분 첫 버스를 놓치는 바람에 동학사 매표소 통과 시간이 8시46분19초!
일조 시간이 짧은 동절기엔 시간이 금인데 근 1시간이나 늦다니....
늘 강탈 당하는 기분으로 원망했던 문화재보호법 제44조 '문화재 구역 입장료'를
오늘은 기꺼이 지불했다. 아주 공손하게 두 손으로...
'세진정'을 지나며 세속의 오욕칠정에 찌든 몸과 마음를 정갈히 하고...
대웅전 앞에서 고개 숙여 합장하고 소원을 빌었다.
투병중인 한 명, 한 명을 떠올리며 인연들의 쾌유을~.
근본이 의심스러운 '트 뭐시기'로부터 전세계로 확산되는 작금의 국내외 정세의 안정을~.
시간이 촉박하지만 오늘 순례의 무사 완주를~.
빠듯한 일정이지만 내가 정한 동학사 경내의 제1 포토죤에서도 한 컷!
눈이 제법 쌓인데다 낙엽 밑엔 얼은 곳이 많아 시즌 처음으로 아이젠을 장착하고
쌀개봉을 조망하며 된비알을 치고 오르니...
은선폭포옆 암벽에 멋진 수묵화가 그려져 있다.
근육질 암릉미에 수려한 솔벗들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수묵화가~.
장맛철 며칠 빼곤 늘 암벽 상태라 쫌 그렇지만 때론 웅장하고 멋진 은선폭포~.
예전 산장터 뒷마당의 살아 천년, 죽어 구백육십여 년은 족히 됨직한 고사목인데,
이미 다 내려놓고 속을 텅 비운채 의연하게 버티고 있는 모습이 차라리 아름답다.
"이보시게! 그리 좀 더 버티다가 나 갈 때 우리 함께 갑세나."
심심찮게 길동무가 되어~.
만만찮은 너덜지대 눈길에서 올려다 본 자연성릉!
가뿐 숨을 몰아쉬면서도 실로 오랜만에 느끼는 짜릿한 쾌감을 만끽한다.
관음봉에 오르니 서리꽃이~~~.
화려하진 않지만 겨울 진객과의 재회인데 어찌 반갑지 않으리오!!!
계룡산 등산의 백미, 자연성릉의 웅장하면서도 멋진 자태를 보라!
빵과 스프로 허기를 달래고 급한 마음에 곧바로 성릉을 치고 나간다.
가파른 계단을 내려와 돌아본 관음봉 오름길!
절벽에서 옆으로 버티고 선 솔벗들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상봉을 향해 공손히 두 손 모은 채 허리 숙인 솔벗도 빼놓을 수 없고....
장군봉~자연성릉~쌀개봉~상봉을 지나 저 능선까지 U자형 코스가 최상인데...
현재 상봉은 군사보호 지역도 아닐 텐데 왜 통제를 하는지 알고 싶다!
돌아본 자연성릉~.
흐린 날씨에 조망은 별로지만 쌀개봉~상봉으로 이어진 마루금!
볼 때마다 학창시절 눈 쌓인 겨울 방학엔 동네 형들과 죽창 들고 토끼를 몰던
추억이 떠올라 꼭 한번 다시 밟고픈 상봉이기에 눈길을 거두기가 쉽잖네~.
하늘빛이 살아나니 기분은 최상인데, 두어 달 쉰 탓에 컨디션 조절이 쉽잖다.
몸이 기억하는 대로 움직이려 바둥대지만 스피드가 따라주질 않으니....
틈틈이 첫눈 산행의 정취를 담으며 전진, 또 전진이다.
삼불봉에서 본 계룡산 마루금!
상봉,쌀개봉,관음봉,문필봉으로 이어져 끝봉이 갑사에서 신원사로 넘어가는 연천봉인데,
오늘 저길 밟을 수 있을런지....
금잔디 고개에서 떡과 커피로 허기를 달래고 갑사로 가는 길에...
********* & *********
겨 울 나 목
- 양광모
알몸으로도 겨울 이겨내는
내 삶 눈부셔라
한 백년쯤이야
하늘 높이 쭉쭉
가지 뻗으며 살아야 한다고
헐벗은 가슴으로도
둥지 한두 개쯤
따뜻이 품으며 살아야 한다고
눈 내리면 눈 꽃 피우며
봄이 아니라 겨울을
열렬히 살아야 한다고
너는 아무런 말 없이도
알몸으로 눈시울 뜨겁게 만든다
********* & *********
겨울 나목이 거꾸러 선 살얼음 낀 계곡수의 반영을 담으며
계산해 보고 또 계산을 해봐도 쉽잖을 듯....
결국, 거창하게 폼 잡고 시도한 오늘의 3대 사찰 순례는 실패란 말인가?
'알몸으로 눈시울 뜨겁게 만든다'는 시인의 마음을 읽으며
오늘 산행을 여기서 접으려 한다.
過猶不及이라 했으니 아쉬워 말고 기꺼운 마음으로~.
그래도 할 건 해야지!
대웅전을 찾아 경건한 마음으로 절실한 염원을 빌고, 또 빈다.
인연들의 쾌유와 국내외 정세의 안정을~.
8시 전에 동학사를 출발, 13시까지 갑사를 찍어야 신원사에 일몰전에 도착 가능한데
두어 달 게으름 핀게 화를 자초한 것 이거늘 누굴 탓하리오!
삼불봉에 오를 때 전조증상이 있었지만 이미 지체된 시간이 길어 무시하고 진행했는데
지방자치 시대라고 내 몸뚱아리도 제 멋대로다.
특히,
오른쪽 아랫지방은 반골의 피가 섞었는지 이따금 중앙정부에 반기를 드니 참!!!
예로부터 추갑사라 했으니 단풍철의 이곳 풍광이 눈에 선하다.
진정,
나목들의 전시장 같은 이 길을 끝으로 산행을 마무리~.
계룡산 3대 사찰 종주는 실패했지만 돌아보니 저 멋진 마루금만으로도 됐다!
최선을 다했으니 딱히 아쉬울 것도 없어야겠지~.
신원사에서 빌고자 했던
세번째 소원!
투병중인 인연들의 쾌유와 세계 평화.
그리고 낙향한
내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며....
내일은
오늘의 실패를 만회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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