村場의 自然in~*

화성행궁 성곽길을 걸으며...

村 場 2017. 11. 4. 15:42

2017년 11월 4일 (토욜)

 

1991년 고향을 떠나 서울로,

1996년 서울에서 수지로 옮겨와 정착~.

21년 세월의 내 삶을 오롯이 간직한 수지를 떠나기 앞서

이곳 초딩 벗님들과 수원성을 돌며

한시적인 작별을 고하려....

 

창룡문 활터에서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드높은 가을 하늘빛 아래 누렇게 변한 잔디길을 따라 방화수류정으로~.

 

 

오늘 옛 친구들과의 작별을 고하려한다지만

어쩌면 내 삶의 전부였던 수지를 떠나는 내 마음과의 석별인지도 모르겠다.

 

장안문을 지나고~.

 

매년 이즈음에 내게 가을을 전해주었던 억새숲과 재회!

 

 

가슴에 켜켜이 쌓인 만정을 어찌 필설로 표현하리요!

그저 바람결에 물결치는 억새처럼 시류에 따라 순응하며 살아간다 할 밖에....

 

성곽길을 걷는 옛벗들의 뒷모습을 결코 쓸쓸하다 느끼긴 싫다!

열심히 살아왔고, 행복한 나날을 즐기는 남은 생을 축복할 뿐이지~.

자주 볼 수는 없었지만,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돼 주는게 벗 아니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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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   새

                         -이일향

 

산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돌아가고

강은 저 혼자 흘러 어느 바다에 닿는지

억새는 해 저물도록

빈 하늘만 이고 있다

 

햇빛 바람 이슬 푸른 꿈은 피어나고

그리움 키를 넘어 먼 세월을 감도는데

목 놓아 부르는 이름

노을 속에 묻혀간다

 

안으로 타는 넋을 눈물로 어이 끄랴

눈 비에 휘어진 몸 머리 풀어 춤을 춘다

천지가 은빛울음으로

흔들리고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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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가 은빛울음'이라지만 가냘픈 듯 결코 연약하지 않은 억새~.

그 삶의 근본은 순응이리라!

비바람이 몰아치면 결 따라 흔들리고, 뙤약볕 또한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그렇게 연약한 듯 영악하게 순리대로 살아가는 삶의 지혜요, 본능 아니겠나!

 

 

언제 싹을 틔웠는지도 모를 솔벗들이지만

이들 또한 그리 살아왔고 또 그렇게 적응하며 살아가겠지~.

그것이 자연이니까!

 

 

 

내가 추구하는 삶!

'자연in~*'이라는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 곧 순리대로 사는 삶 아니겠나 싶다.

 

해서,

수지를 떠나 청주에 거처를 장만했고, 한시적으로 '생거진천'의 터전으로 삼으려 한다.

계획대로 5~6년의 경제활동을 무사무탈하게 마치고 다시 화려한 복귀를 꿈 꾸며~.

세상사 내 뜻대로야 되겠냐만 꿈을 꾸지도,

시도해 보지도 않고 결과를 예단하는 우를 범하고 싶진 않기에 순리를 따르는 심정으로...

 

 

 

팔달산 정상의 서장대.

정조의 효심으로 이룬 화성행궁이요, 이곳을 지키기 위한 수원성~.

전 세계 주요 도시를 잇는 이정표를 보며 '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다'는 것을 곱씹는다.

난 아직 청춘이니까!!!

 

때가 때인지라 연일 행사로 북적이는 화성행궁을 내려다 보며....

 

 

 

 

 

 

이제 가을도 끝자락인 듯~.

허긴, 설악산엔 어젯밤 첫눈이 수북하게 쌓였다니 이미 겨울 아닌가?

앙상한 가지의 마지막 남은 잎새가 왠지 스산함을 더하는 것은

정든 제2의 고향과도, 이곳의 옛벗들과도 떨어져 살아야하다는 것 때문이리라~.

실질적으론 여기서 서울이나, 청주에서 서울이나 도긴개긴인데...

 

 

길잖은 시간이지만 초딩 걸그룹과 가을 정취 넘치는 수원성길을 걸으며

가슴 한켠 착잡했던 앙금을 털어내니 홀가분한 기분으로 산뜻하게 떠날 수 있을 듯!

 

곧 서울 벗들과도 한잔 나누며 복잡미묘한 심정을 토로하겠지만...

 

함께한 옛벗들,

늘 함께해 온 모든 친구들... 

 

보다 여유로운 마음, 넉넉한 가슴으로

이 가을을 만끽하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만날 수 있기를 빌며...

 

내일도 오늘 같기를 소망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