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속의 삶

대숲에 서면

村 場 2012. 3. 26. 17:30

 

 

 

대숲에 서면      

                    *정지원(1970~ )

 

사는 일이

꿈을 찢기고 지우는 길이었다면

서슴없이 겨울 대숲으로 오라

 

시퍼런 댓잎 사이로

불어오는 짱짱한 칼바람이

꽛꽛하게 언 몸뚱이를 후려치거든

그 자리에서 무릎 꿇고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라

 

연하고

부드럽게 올라오는 희망을

제 속의 더러운 욕망을 모두 비워야

 

단단한 정신으로

울울창창 하늘을 찌르리니

 

굽고 뒤틀린 삶이

맨 처음 푸르게 꿈꾸며 찾던

길이 아니었다면

 

그대,

폭설이 세상을 뒤덮는 날

 

주저 말고 대숲으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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