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5일 (토요일)
산 행 지 ; 최북단의 고대산(832.1m)
코 스 ; 신탄리~칼바위~대광봉~삼각봉~고대봉~표범폭포~신탄리 (귀로에 소요산 간보기)
높지도 그렇다고 산세가 아름다운것도 아니다.
그래도 산우들이 즐겨 찾는데는 두가지 특색이 있다.
그 하나가 조망권이다. 북녘땅과 휴전선 인근의 6.25 격전지와 철원평야등이 있고,
그 두번째가 눈꽃이다. 많은 적설량과 철원평야에서 몰아쳐온 거센 바람이 만든 설화가 있다.
경원선 철마가 멈춘 곳, 신탄리역이다
기차는 달리고 싶것만 달릴 수 없는 동족상잔의 비극과 민족의 염원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여기까지 오는데 여러 착오가 있었다
지난 12월 1일자로 열차 시간표가 바뀐것이다.
9시 20분 의정부 출발열차를 타려던 일정이 졸지에 동두천에서 10시 30분에 출발을 했고,
11시 20분에 도착, 역 주변을 담아본다.
입구다
여기에선 국립공원에서도 폐지 된 입장료를 징수한다. 무슨 폐기물 수거 수수료라나,,,
참 간단하게 그린 안내도를 숙지하고, 코스도 꼼꼼히 점검한다.
일기가 불순한 탓인지 열차에서 내린 산우가 별로 없었으니 외로운 산행이 될 듯 싶다.
낙엽송이 숲을 이룬 들머리다.
중년의 한쌍이 앞장을 서, 묵묵히 뒤를 따른다
점점 쌓인 눈이 많아진다.
눈속에 낙엽이 있어 상당히 미끄럽다
부부는 한 숨 돌리는지 오지 않는다
주위는 삭막한데, 바람은 점점 거세진다.
말등바위라고 명찰은 달았는데,,, 글쎄다!
산행에 안전은 최우선이기에 아이젠도 착용하고 본격적인 설산산행 모드로 바꾼다
나홀로 산꾼들은 특히 장비 하니하나에 세심해야 된다. 주위의 도움을 기대 할 수 없으니,,,
올해 첫 눈꽃 산행의 시작이다
상고대도, 꼭 설화라 하기도 애매한 눈꽃이 만발했다
바람이 심해서 선등자의 발길을 찾기가 어려워 진다
사람이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무조건 반갑다
반가운 산우들이 뒤로 쳐지더니, 시야에서 멀어진다
힘겨운 듯 버티고 있는, 이 산에서는 참으로 귀한 소나무다
모처럼 만난 소나무를 모델로 경치 사진도 한장 찍고,,,
눈과 바람에 지워져 버린 등산로
눈은 역시 소나무와 같이 있어야 어울린다
올라 온 길을 되돌아 본다
따라 오는 사람도 없고, 내 발자욱도 머지않아 묻힐 것 같다
칼바위능선이다
소나무의 설화가 환상이다
바람이 어찌나 심한지 눈보라에 눈뜨기가 어렵다
앞의 등로도 능선 좌우도 잘 보이지 않는다. 여기가 칼바위 능선이라 조심하랬는데,,,
카메라를 닫는다
위험하고, 또 추워서 손가락이 아리다
대광봉! 정상에도 산우가 한명도 없다
사람이 그립다
그리고 춥다
사람의 흔적도 반갑다
그래도 눈꽃은 아름답다
살았다! 여기는 전시용 벙커다. 땅굴과 같아 들어가니 천국이 따로 없다
이름도 아름다운 "情" 한개에 커피 한잔으로 점심을 대신하고.
windstopper속에 보온용 내피를 껴입고 젖은 장갑도 바꿔낀다
혹한기 장비를 준비해 온 탁월한 선택에 스스로 감사한다
한 숨 돌렸더니 만사가 여유롭다
열차시간에 맞춰 16시까지만 역에 가면 된다
출발이 늦어 소요산 간보기는 어짜피 틀렸으니까,,,
눈꽃 산행에 조망은 욕심이겠지만 전후좌우 보이는 것은 오직 눈꽃 뿐이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 모든것이 새롭고,,,
아름답다!!!
멀리 보아도 가까이 보아도 마냥 아름답다
고대봉 정상이다.
제3코스로 올라 온 산우들이 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벙커도 알려준다
여기서 북녘땅도 보고, 백마고지등 격전지도 보고, 철원평야도 본다는데,,,
보이는 것은 그냥 순백의 세계뿐이다
무릎까지 쌓인 눈!
하산이다
이제야 하늘이 열리는 듯,,,
하산길이 가파르다.
계단이 있는데 눈에 묻혀 그 의미를 상실했다
배도 고프다. 따끈한 국물이 그립다
무 청 실 가 리
~강 형철
목이 잘린 채
축 늘어진 머리카락으로
빨랫줄에 걸려 있다
언제쯤이나
시린 세상 풀어헤치고
보글보글 거품 게워내며 끓어오를까
새벽 인력시장 꽁땅 치고 돌아앉은
다리 밑 식객들의
허기진 창자에 몸 풀까
표범폭포란다.
여름엔 폭포로 겨울엔 빙벽으로 알려져 있는데 오늘은 그냥 낭떨어지 암벽일 뿐이다.
계곡의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상큼하다
암벽에 매달린 고드름!
어릴땐 고드름도 따먹었었는데,,,
산행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나오니, 오전에 안보이던 고대산 전경이 보인다
조금 일찍 날이 개였으면 눈꽃과 조망을 겸한 최고의 산행이 될 수 있었을텐데,,,
어찌보면 무모한 악전고투였지만, 눈보라를 헤치고 완주한 성취감을 무엇에 비하랴!
신탄리역의 열차가 반겨주니 오늘도 무사히 마친 산행에 안도한다
더 갈 수 없는 저 북녘땅!
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이루어 힘차게 달리는 열차를 타고, 북녘의 산들도 오르고 싶다
귀로에 열차에서 본 철원평야의 철새들의 군무!
특별 보너스를 받은 기분이다.
달리는 열차라 아쉬웠지만 그 장관은 오래 기억되리라.
비상!
나도 훨~훨 날고 싶다!!!
비가 온다기에 무작정 최북단으로 떠났던
고대산 눈꽃 산행!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던 황홀하고,
행복했던 산행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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