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추 잠 자 리 ***
윤 강 로 (1938~ )
녹슨 철조망 몇 가닥 걸린 말뚝에
고추잠자리 앉았다
고추잠자리는 눈 감고 있다
가만 가만 다가가서 집게손가락으로
잡으려는 순간,
고추잠자리 살짝 떴다 놓쳤다
빈 손가락이 무안했다
푸른 허공에 고추잠자리 떼
휙 휙 휘바람 불면서
활공(滑空)하는 밝은 풍경,
고추잠자리 날개가 햇살의 살갗처럼 투명하다
언제나 그랬다
무언가 놓치거나 실패하면
재빨리 체념하고 허공을 보았다
그렇게, 깨끗하고 배고팠다
나의 아름다운 실패
고추잠자리야
시인의 말대로, 평론가의 말대로
나 또한 살다보면 조심조심 잡으려다 놓친 잠자리 같은 것 참 많다.
그 시절을 되돌아 보며 "내 아름다운 실패의 풍경"이라
담담 할 수 있는 여유가 부럽다.
*** xx일보 "詩가 있는 아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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