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꽃 황홀한 덕유산~*

2019년 2월 2일 (토욜)

 

엊그제 내린 눈이 어떤 얼굴로 날 반길지 기대와 설렘으로

부푼 가슴을 안고 덕유산으로~.

 

09시 20분, 안성탐방통제소에 도착해 보니

수북이 쌓인 눈은 온산을 하얗게 뒤덮었지만 내가 그리던 겨울꽃은 아니었다.

어쩌랴! 내 복이 여기까지인걸.....

일단,

코스를 동업령~백암봉~중봉~향적봉~(설천봉)~백련사~삼공리주차장으로 정하고 출발!

 

올시즌 겨울 산행에서 아직 눈꽃도, 서리꽃도, 얼음꽃도 만나지를 못 했거늘

오늘도 이대로 끝이란 말인가!

흰눈 속 초록빛 산죽을 담는 걸로 위안을 삼으며 산행에 빠져든다.

 

 

굽이 굽이 우리네 인생사인양 굴곡진 넝쿨에 춥지라도 말라고 눈이 포근히 쌓였구먼~.

 

 

 

눈위로 쏟아지는 햇살과 산죽을 담으며 서서히고도를 높혀가는데....

 

강한 햇빛에 눈부시게 나타난 서리꽃~~~.

 

 

 

와우!!!

내심 투덜대며 하늘을 탓했는데 이게 웬 횡재인가?

 

 

 

곰곰이 되새겨 봐도 내 쌓은 德이 많이 부족하거늘 오늘 이같은 호사를 누릴 수 있음은

함께하는 인연들 덕이리라 믿기에 넋을 빼앗기기 전에 

진심으로 감사의 念을 전한다.

 

 

 

 

하늘빛까지 황홀하게 받쳐주니 좋으면서도 조금 전까지 하늘 탓을 한 내 꼴이 쑥스럽지만,

그래도 좋은 건 좋은 것이여!!!

 

 

 

어떤가?

함께 즐기고 행복 나누어도 넉넉하지 않은가!

 

 

 

곧 설 명절인데....

매년 두 번씩 보내는 연하 엽서의 그림으로 쓰고픈 희망과 아름다움이 여기에 있는 듯~.

 

 

 

 

 

 

 

 

 

황홀경에 도취되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다보니 어느덧 마루금에....

 

 

 

햇볕이 따뜻하니 세찬 제트기류에도 눈꽃은 속절없이 뚝, 뚝, 뚝이네~~~.

 

대신 멋진 산그리메가 눈길을 잡아끄니 이또한 땡큐!!!

 

 

 

 

 

 

 

빠져나갔던 정신을 수습해 여유로운 선계의 산책을 즐기는데 나를 향한 빛내림이~.

영험할 것 같은 빛내림에 황금돼지해 기해년의 소망을 빈다.

나와 내 가족, 함께하는 인연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해가 되기를....

 

 

여긴 좀 녹았어도 선등자가 닦아논 등산로 옆은 4~50cm 넘게 눈이 쌓였는데,

어떻게 예까지 올라왔는지 나 자신에게 묻고 싶네?

 

산상 오찬을 즐기려 자리를 잡는데 왠 짐승 발자국이....

 

눈꽃 못잖게 샷터를 누르게 하는 산그리메~.

 

 

 

 

 

요거 참 묘하게 생겼네!

한 손으론 허리을 감싸안고, 목은 휘감아 돌았으니 2단 연리지인가?

 

 

 

 

뒤돌아 본 동업령과 뒤로 삿갓재, 남덕유산 마루금이 아름답다.

 

 

 

요건 지난 여름에 친구들과 칠봉~설천봉~향적봉~중봉~오수자굴~백련사 종주 때 만났던

그 주목이로군! 반가우이~.

 

 

 

 

 

 

 

빰을 때리는 바람은 엄청 세찼데 그리 춥지도 않고, 모레가 입춘이니 어느덧 봄인가?

바람이 땅을 휩쓸어 올리면 눈꽃이 예쁘겠지만 됐다!

오늘은 과분할 정도로 즐겼고, 요 사진 한 장만으로도 충분히 해피!!!

 

 

 

 

속을 다 들어내고도 이 엄동설한을 꿋꿋이 견뎌내는 그대가 진정한 winner~.

 

 

 

 

 

 

 

 

 

 

 

 

드디어 향적봉!

 

 

 

 

설천봉을 다녀올까 생각했지만,

이미 눈꽃은 다 졌고 설경에 넋을 잃고 헤매느라 시간도 많이 지체 돼 포기하는 걸로~.

 

곤도라 타고 올라와 정상석을 끌어안고 인증샷을 찍는 사람들 때문에

오늘도 그냥 멀찌감치에서 요렇게 대신하기로 하고....

 

그리고 주변 산그리메를 즐기는 것만으로 땡큐~.

 

 

 

 

 

백련사로 내려오는 길에 늘 하던대로 햇빛과 숨바꼭질을 담는 걸로....

 

 

 

 

 

워낙 쌓인 눈이 많아 아이젠도 무용지물이지만 조심, 조심~.

 

 

 

 

여긴 겨우살이 농장인가?

 

 

 

 

 

 

져무는 햇살을 받은 흰눈길도, 산죽도, 마른 단풍잎까지도 참으로 예쁘다!

 

백련사~.

 

 

 

 

 

 

 

 

이제부터 고행의 十五里 길을 걸어야 한다.

여기도 북한산 도선사나 설악산 신흥사처럼 셔틀버스를 운행하면 좋으련만~.

포장길 걷는게 산행도 아닌데....

 

 

 

수묵화 같은 산죽을 배경으로 황금돼지해를 맞는 신년인사를 또 한 번 전하고자 한다.

*** 새해 福 많이 받으세요 ***

 

 

 

마지막 빛의 향연을 받으며 오늘의 멋진 겨울산행을 마무리한다.

짧잖은 코스에 결코 쉽잖은 눈길 산행이었지만,  

황홀하도록 마냥 행복했던 무술년 섣달 스무여드레 날의 덕유산 산행을...

 

 

 

까치설날이 입춘이니

立春大吉 建陽多慶과 新年 所望을 더해도

오직,

내일도 오늘 같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