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24일 (토요일)
전국의 50여 同名의 산중에 으뜸으로
'한국의 100대 명산'에 등재 된
남도 광양의 "白雲山(1,218.8m)"을 찾았다.
이곳으로 내려와
처음으로 인연을 맺은 '청주 토요산악회'를 따라서~.
남도로 가는 길에 들른 휴게소에서부터 매화의 영접을 받으니 기분은 으쓱! 기대는 부쩍!!
긴 시간을 달려 백운산에 도착하니 어느덧 11시~.
안내산악회가 선정한 코스는 2번으로,
진들마을~신선대~백운산 상봉~병암계곡~원점회귀로 10km에 4시간 정도라니 무리는 없을 듯!
들머리에선 홍매화가 반긴다.
왠지 詩라도 한 수 읊지 않으면 홍매화를 대하는 禮가 아닐 것 같아서....
홍매화 짙던 날
- 원성 스님
하늘빛이 나무에 걸려 웃고 있는데
먼 길가에선 새싹들이 손짓하는데
하나하나 떨어지는 꽃잎은
서글픈 내 마음에 와 아련한 눈물 되네.
내 눈에는 봄이 깊어만 가는데
고운 님은 저만치 내날려 가는데
흩날리는 꽃잎 땅 위에 피어
철없는 아지랑이 꽃길 따라 춤을 추네.
하루가 또 하루가 저물어 가는데
지워야 할 엄마 얼굴 떠오르는데
나뭇가지엔 붉은 홍매화
아련한 기억들이 망울져 울고 있네.
아무리 말을 건네보아도
아무리 얼굴을 들여다보아도
스님은 아무 말씀 없으시네.
애타는 내 마음을 아무도 모른다네.
홍매화빛 저리도 짙어가는데...
아련한 기억을 떠올리는 詩가 공허한 느낌이다만 후일 오늘을 추억할 기분 좋은 무언가를 남기고파,
'매화의 고장'에 걸맞는 매향 그윽한 길을 따라 白雲의 품으로 들어간다.
물소리도 청량하기 그지없는계곡을 따라서~~~.
기와집붕 위로 산수유가 흐드러진 곳은 공중화장실인데,
요즘 화장실은 진짜 化粧으로 미와 맵시의 예술를 창조하는 장소가 된 듯 고품격이네~.
며칠 전 엄청 내렸던 춘설이 녹아 풍부한 수량, 우렁찬 물소리가 힘을 북돋운다.
계곡과 멀어지며 물 대신 숨소리가 거칠어지는 된비알이라~.
곳곳에 잔설이 가는 겨울을 아쉬워 하고 몰아치는 바람도 아직은 찬데 땀은 뻘뻘, 카메라는 심심....
그것도 아주 많이많이~.
잿빛 바위에 회색 참나무류와 잡목들만 빼곡한 주변 풍경에 하늘까지 우중충하니 조망도 꽝~.
경기 5악의 으뜸이라는 화악산을 오를 때처럼 몸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힘든 코스다!
바위가 두 쪽으로 갈라졌나?
톤이 비슷하니 바위인지, 나무인지 구분 조차 모호한 자연의 어울림이라~.
소나무가 싫어할 고지대도 아닌데 솔벗들이 없으니 의지하고 넋두리할 친구를 잃은 듯 허전하네~.
거의 9부 능선에 오르니 주목 몇 그루가 인사를 청하는데 기분은 떨떠름~.
난 솔벗이 더 그리운데....
메고 온 카메라가 무색해 이리저리 앵글을 돌려보지만 쩝~.
바위 틈 고드름과 땀도 식힐 겸 눈싸움 한 판!
분명 칼라로 찍었는데, 바위나 수목, 하늘 등등이 몽땅 잿빛이라 더 숨이 막힌다.
수묵화도 좋지만 때론 화려한 수채화로 기분 전환이 필요한데....
혼돈과 혼란의 시대를 살며 머리속에 잠재한 '회색'에 대한 거부감 때문인가?
요즘은 뉴스를 보기 조차도 두려운데....
신선봉 오름에서 조망한 백운산 상봉!
아쉬운대로 새끼 주목이라도 담아 보고....
신선대 정상에서~,
좁은 데다 산우들의 인증샷 사랑에 밀려 멀찍이서 요렇게 상봉까지 함께 멋(?)을 내 한 컷!
산행은 짧지만 워낙 장거리 여행이라 모처럼 실하게(?) 준비한 산상오찬!
스프, 커피, 소세지, 빵, 떡에 디저트로 오렌지와 사과까지 바라바리 싸갔다가 반은 남겨 왔지만....
신선대~상봉 마루금에도 보이는 건 잿빛뿐~.
고흥 팔영산, 땅끝 두륜산, 주작~덕룡산 등등 남도에 갈 때마다 조망은 꽝이라니 참!!!
이거 원 살풀이라도 해야하나~.
이쯤이면 지리산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의 멋진 마루금이 펼쳐져야 하는데....
내 쌓은 덕이 부족했음이리라~. ㅠㅠㅠ
상봉 오름에 줄을 선 산우들~.
정상석을 껴안고 꼭 인증샷을 찍어야 직성이 풀리는지 산우들을 탓할 맘은 없으니
외길이라 통과할 수도 없는 상황을 즐길 밖에....
한참을 기다려 통과하는 길에 모델(?)이 바뀌는 틈을 타 나도 정상석만 한 컷!
상봉에서 병암계곡으로 내려오는 길이 장난아니게 가파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역코스로 잡아, 된비알로 올라 좀 완만히 내려왔을 텐데.....
내 의지와 상관없이 뛰 듯, 미끄러지 듯 이렇게 산행은 끝났다.
카메라에 담긴 사진이 수십 장에 불과한 참으로 단촐하고도 심신은 극도로 지치게한 산행을
계곡의 청정수에 풀어놓는다.
몸속의 노폐물과 마음속에 자리한 앙금까지 전부를...
그리고...
어짜피 원점회귀라 남겨두었던 아름들이 잣나무숲~.
계곡의 맑은 물~.
길섶에서 간신히 찾아낸 솜나물꽃~.
곧 지천으로 깔릴 제비꽃도 오늘은 예쁘고도 반갑게 담아본다.
화장실에 들러 산수유와 작별을....
힘을 북돋아주었던 계곡에겐 감사의 념을 전한다.
들머리에서 이젠 날머리로 바뀐 진들마을의 예쁜 청매화도....
꿀벌을 유혹하는 향기로운 매화도....
첫 대면부터 내 심장을 뛰게한 사랑스런 홍매화도....
끝이 좋으면 다 좋다고~.
정신적으로 힘들게 한 무미건조(?)하니 높고 가파르기만 산이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완주한 지금은 여유로이 매화 삼총사와 情을 나누며 또다른 성취에 감사할 뿐~.
명분을 쌓기위한 산행을 한 적은 없지만
그래도 '한국의 100대 명산'중 한 곳을 올랐음에 만족하며,
그 과정의 소중함도 깊이 깨우친 오늘!
새롭게 인연을 맺은,
살갑게 맞아준 '토요산악회' 산우들께 감사드리며....
내일도 오늘 같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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