村場의 自然in~*

축복과 시련의 서북능선 종주~*

村 場 2017. 5. 28. 14:31

2017년 5월 27일 (토욜)

 

며칠째 청명한 하늘빛이 나를 유혹한다.

결코 쉽잖은 코스 악명이 자자하지만, 지금 아니면 또 언제 도전해 보랴~.

약간의 망설임 끝에 함께할 것을 신청했고,

미명에 빛나는 새벽별을 보며 기대 충만해서 설악산 서북능선으로!

 

 

설악의 품으로 들어서니 내가 꿈꾸던 하늘빛이 반기니 땡큐!!!

한계령~귀때기청봉~대승령~대승령폭포~장수대 코스를 설랜 가슴 안고 들어선다.

 

한계령 계단을 오르며 돌아본 앞산~.

 

초입부터 위압감으로 막아선 암릉 형상이 왠지 사찰 문지기인 4대천왕 이미지라 친근감이...

 

 

간절히 소망했던 하늘빛을 감사한 마음으로 만끽하며 된비알을 오른다.

 

 

 

 

 

 

 

 

숨은 거칠어 지고, 주어진 시간이 여유롭지 못해 마음은 급한데 샷터는 쉴새 없이 누른다.

 

 

 

 

 

 

 

삿갓바위? 대왕오징어가 승천하려는 형상 같기도...

 

용아장성의 멋진 마루금~.

 

작은감투봉인듯~.

 

 

손폰으로 담아온 작은감투봉~용아장성 마루금 파노라마 한 컷!

설악의 품에 안긴 것만으로도 행복인데, 하늘빛까지 축북해 주고 구름도 거들어 주니

오늘은 로또복권 특등에 당첨된 듯!!!

비록, 당첨등은 1등 몫이지만 기분만은 세상 부러울 게 없다.

 

 

 

 

가리봉, 주걱봉, 삼형제봉 등 멋진 가리마루금~.

 

한계령 삼거리에서부터 시작된 악명 높은 너덜지대~.

 

 

 

 

 

 

오솔길도 예외없이 너덜길이라니 야속도 하다만 어쩌랴 이미 예견한 고난의 길인 걸~.

 

귀때기청봉의 진객 털진달래!

 

 

 

걸어온 너덜길인데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갈 길이 아득하니...

 

멀리 대청봉이 조망되네~.

다음엔 무박으로 대청~공룡능선 종주를 계획중으로 오늘이 사전 예행연습인 셈!

 

 

가리봉, 주걱봉, 삼형제봉 등이 하늘빛과 구름까지 조화를 이루어 눈길을 잡는다.

 

 

 

 

단풍나무과인 시닥나무꽃이라네~.

 

살아 천년에 죽어 천년까지의 시효가 다된 듯 이제 자연으로 돌아가는 고사목이 아름답다!

 

공룡능선에 버금가는 용아장성의 멋진 마루금!

 

거친 숨 몰아쉬고 너덜길과 치열한 전투를 치루며 귀때기청을 오르는 산우들~.

 

 

선홍빛 아름다운 꽃과 진록의 웅장한 마루금, 파란하늘의 흰구름까지....

생사를 넘나들 듯 고난의 행군이지만 왜이리 마음은 여유롭고도 행복한지 나도 나를 모르겠다!

그냥 좋은 것은 좋은 것이라 할 밖에~.

 

 

이런 풍광은 쉬 접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산사람들도 잘 알기에 환호할 밖에~.

 

 

 

너덜길은 귀때기청봉을 지나서도 계속된다.

겨울 눈이 덮혔을 때 길을 안내하는 폴대가 여기선 망망대해의 등대와 같은 귀한 존재다.

 

 

햐~. 이게 얼마만의 흙내음이야!!!

잠시지만 신선들이 세월을 낚으며 거니는 천상의 산책을 걸을 수 있음도 행복~.

 

 

 

 

고사목이 하늘을 떠받들고 있는 듯~.

 

여긴 바위산이 철갑을 입었네~.

낙석의 위험에서 산꾼들을 보호하려는 님들의 거룩한 마음에 깊이 감사의 념을 전하오!!!

 

 

 

돌아본 귀때기청봉. 그냥 크고작은 바위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무덤 같다는 느낌이...

 

 

 

황홀경에 도취되어 넋을 잃은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

나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사진을 찍던 산우가 허벅지 경련으로 고통을 호소하기에

늘 챙겨다니던 에어스프레이로 긴급 조치와 맛사지를 해주고 동행을 자청한다.

오늘은 선두와 후미를 담당하는 산행대장들이 없는 걸 알기에~.

 

 

 

갈길이 아직 먼데 시간 내 산행을 끝내긴 어려울 듯...

 

가다보니 같이간 산악회 여산우들 4명이 또 앉아있네~.

황홀한 경치에 이끌려 체력 안배를 못 했는지 힘든 모습이 역력하다. 

 

 

 

 

 

쉬엄쉬엄 보조를 맞추며 여유롭게 사진을 찍으니 좋긴 하다만 너무 늦지는 말아야 할 텐데...

 

 

큰감투봉 오름길에 쳐져있던 3명의 여산우들까지 합쳐 9명이 후미팀이 되었는데 걱정이 앞선다.

정상적으로 걸어도 남은 코스가 3시간여나 걸릴 텐데.... 

 

앞뒤를 오가며 꾸준하게 걸음을 재촉한다.

내심 일몰에 걸릴까 걱정이 태산이라 일단은 한발작이라도 움직여야 하니까~.

서두르면 더 불안해 할 것 같아 짐짓 여유를 부리면서...

 

*************** & ***************

 

설 악 산

                                         - 김 대 식

 

너도 시인이더냐

그 알량한 솜씨로

이렇게 장엄한 설악을 노래하려냐

그런 애송이 솜씨로

몇 줄 안 되는 문장으로

아기자기한 이 산의 수많은 얘기를 하려 드느냐

무슨 글귀로 저 웅장한 공룡능선을 예찬하랴

저 칼 같이 솟은 암봉들을 어떻게 노래하랴

아찔한 용아장성을 무슨 표현으로 기술하랴

백담계곡의 빼어난 경관을

십이선녀탕의 슬픈 얘기는 또 어쩌랴

봄여름에 피어나는 수많은 꽃 얘기만 하려느냐

가을에 단풍 고움만 얘기하려냐

겨울의 눈 덮인 설악의 장관을 어찌 표현하리

 

네가 아느냐

바위틈에 살아가는 나무의 얘기를

다람쥐와 주고받는 산새의 노래를

밤이면 벌어지는 별과의 대화를

힘차게 쏟아지는 폭포의 외침을

 

네가 아느냐

바람과 구름과 산의 약속을

나무마다 풀마다 쏟아내는 무수한 시들을

철 따라 다르고 하루에도 시시각각 변하는

설악의 얼굴을

 

네가 아느냐

왜 변하는지를

설악의 깊은 뜻을

**************** & ***************

 

조바심을 달래려 스스로를 다독인다.

그런 와중에도 왜 하늘빛은 이다지도 변화무쌍하면서도 아름답고

야생화들은 소박하면서도 향기로운지.....

그런 설악을 노래하긴 쉽잖으니 시인은 투정하듯 설악에 경외심을 내보인다.

 

 

돌아본 귀때기청봉이 아득한데 언제나 대승령에 오를수 있을런지 암담하다만 내색도 못하고

산행 종료시간인 17시는 벌써 지났는데 어쩌나~~~.

너덜길이 끝나니 가파른 계단길인데 경련엔 더 안좋은 조건이라 고통스러워 하는 산우를 부축이고

달래 듯 힘겹게 발걸음을 옮긴다.

 

 

천년을 채웠음직한 주목인데 속은 다 내주고 껍질만...

여긴 속만 내준게 아니라 아예 꽃에게 몸까지 내준 눈물겨운 정경이네....

 

 

시간이 널널하니 두리번두리번, 이것저것~~~~,

어렵게 대승령에 도착하니 패잔병 같던 산우들이 활기를 되찾은 듯

8명 모두 내려가는데는 자신이 있단다!

체력 안배문제였지 무릎이 고장난 산우가 없었다는게 불행 중 천만다행이다.

그래도 혹시 몰라 해드랜턴도 챙겨 땅거미 지기 시작한 내리막길을 달린다.

 

오늘도 폭포수 보긴 틀린 듯~.

 

대승령폭포까지 내려오니 점차 어둠이 밀려오고....

다른 산우들은 폭포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하산에 급급하지만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겠나!

비록 물길이 끊긴 암벽에 불과하지만 인사는 나누어야지.

허긴, 몇 해전 친구들과 왔을 때도 허리 동강난 빙벽만 우린 맞았었는데...

 

 

계속되는 계단길에 이번엔 내 무릎이 짜증이네~.

왜그래! 이제까지 잘 참아줬으면서... 미안하지만 조금만 참으주렴!!!

 

 

이곳의 솔벗들과 인사도 제대로 못 나누고 이제는 산행을 마무리해야할 시간이다.

 

 

계곡까지 마중나온 총무가 고마움을 전한다.

사실 오늘 산행엔 산악회 행사가 있어 전,후 산악대장이 한 명도 없었으니

총무는 3시간 넘게 기다리는 동안 얼마나 마음 고생이 심했을꼬~.

 

 

 

 참으로 힘들고 위험천만했던 산행였다만

좀 늦은 게 대수란 말인가?

전원이 안전하게 하산했으면 다행이지!

 

많이 기다린 산우들도 무사귀환을 반겨주니 보람있었던 하루~.

 

내일도 오늘 같기를 소망하며

다음 도전 목표인 공룡능선 종주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