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7일 (금요일)
화악산~석룡산 종주때 눈여겨 봤던 조무락골을 가려고 가평역에 도착하니
11시15분 용수동행 시내버스가 떠나고 없네!
다음 버스는 13시35분인데...
두 시간여를 멍 때리고 기다릴 순 없다.
가자! 가평8경인 "용추구곡"으로~
산 높고 물 맑은 가평의 8경이라~.
1 청평호반, 2 호면호수, 3 용추구곡, 4 명지단풍, 5 적목용소, 6 운악망경, 7 축령백림, 8 유명농계.
해발 900m 칼봉산을 발원지로 형성된 계곡에 용추폭포를 포함 아홉 곳의 절경지가 있어
용추구곡, 옥계9곡이라고도 불린다는데...
헐~* 용추가 출입금지란다!
수심이 8m라 익사자가 발생했었다고 차도변부터 철책을 두르고 해병전우회 두 명이 통제라~
어짜피 보초 서는 거 물에만 못 들어가게 하면 되지 사진 촬영까지도 막아야 하나?
초입부터 썩 유쾌하진 않다.
누구를 위한 조치인지 모를 완장 찬 저들의 과잉 꼴값이...
애당초 계곡을 따라 즐기며 걷는 건 포기했다만 계곡 사진이라도 몇 컷 건져야할 텐데,
좁은 시멘트 포장길에 불법주정차와 연신 오가는 차량이 뒤섞여 북새통이니 갑갑하네!
건물 철거중인 뒷편의 한적한 너럭바위에 칼로리 보충을 위해 차린 소박한 내 식탁~.
찰떡2, 소세지3, 쵸코바1, 도마토 쥬스가 오늘의 중식+간식+비상식이다.
피서객을 피해 자연만 담으려니 쉽지는 않지만 취향이 그런 걸 어쪄랴!
이것도 인생수업이라 생각하고 참고 또 참으며 기다릴 밖에.
같은 장소지만 위에서, 옆에서, 그리고 아래에서도 새로운 느낌으로 담아 본다.
특별한 풍광은 없지만 계속된 비로 수량은 풍부하니 됐지 뭐~.
삼복 더위에 이만한 물구경이면 기분이나마 좀 시원하잖소?
욕심 같아선 그냥 텀벙 뛰어들고 싶지만 그럴 순 없고.
계속되는 시멘트 길에 얼키고 설킨 차량들 사이로 걷자니 안전까지 위협받는 상황이라
언감생심 경관을 오롯이 느끼고 즐길 여유마져도 없다.
청량해야 할 계곡 물소리는 피서객들의 아우성에 묻혀 아비규환과 별다를 게 없으니 참~.
얼마전 고즈넉했던 고대산 표범폭포에서의 나홀로 신선놀음이 그립다.
그 곳의 몽환적인 분위기는 仙 境 ! 그 이상이었는데....
특별할 것 없는 계곡, 오늘 용추구곡에서는 결코 속세를 벗어날 수 없을 것같아 포기하고 돌아섰다.
비슷한 물구경은 원없이 했는데도 자꾸만 조무락골이 뇌리에 맴도는 것은
정녕, 내 마음이 원하는 선계에 이를 수 없기 때문이리라!
물구경으로 만족하고 욕심을 내려놓으니 길섶의 야생화가 눈에 들어온다.
지천으로 깔린 흔하디 흔한 들꽃들이...
잡싸리, 개망초 꽃도 아름답다는 걸 이순을 넘기고야 알았지만, 이 얼마나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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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 꽃 에 게
- 서정윤
어디에서 피어 언제 지던지
너는 들꽃이다
내가 너에게 보내는 그리움은
오히려 너를 시들게 할 뿐.
너는 그저 논두렁 길가에
피었다 지면 그만이다
인간이 살아, 살면서 맺는
숱한 인연의 매듭들을
이제는 풀면서 살아야겠다
들꽃처럼 소리 소문없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었다 지면 그만이다
한 하늘 아래
너와 나는 살아있다
그것만으로도 아직은 살 수 있고
나에게 허여된 시간을
그래도 열심히 살아야 한다
그냥 피었다 지면 그만일 들꽃이지만
홀씨들 날릴 강한 바람을
아직은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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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에게 허여된 길잖은 시간~.
기다림 속에 열심히 살아가는 그들의 아름다움을 늦게나마 알게된 것이
살면서 맺은 숱한 인연의 매듭들을 풀어가는 실마리가 되리라...
몇 종 안되는 들꽃들과 속마음을 나누며 걸으니 짜증은 사라지고 나름의 여유까지 생긴 듯~.
세상과 온몸으로 부딪쳐 산산히 조각난 물거품까지도 아름다움으로 보인다.
아무리 각을 잡아도 어찌할 수가 없어 피서객을 배경으로~.
저기서 저렇게 누워있다 '무송암'의 신통력으로 애 배는 거 아녀???
입추지절이니 곧 이 꽃들이 만발하겠지?
쑥부쟁이, 벌개미취, 구절초, 등등... 복잡하니 싸잡아 들국화들이~.
다시 용추~. 마음을 비워 얻은 여유가 또 불뚝거리지만 워,워~!
뒷편 물길이 가평3경 '용추폭포'인 모양인데, 한 컷 담을 수 없음이 아쉽다.
마침,
필연인 듯 우연스레 가평으로 가족여행을 온 김기중 부회장이 '밴드'로 맺어져 잣막걸리로 뒷풀이~.
같은 세대를 살아온 추억을 더듬으며 즐거운 자리 함께한 3동서와 가족들께 감사드리며,
시작부터 짜증스러웠던 용추구곡 산행을 넉넉히 흐뭇함으로 마무리한다.
정복과 종주로만 이루어진 내 산행의 역사가 족저근막염에도 굽힘이 없었는데
요즈음, 무릎의 슬개건염을 계기로 많은 변화를 경험하는 중~.
길잖은 시간 계곡이나 산기슭을 돌면서 느끼는 여유가 꽤 괜찮으니
역시 하나를 놓으면, 또다른 하나는 얻을 수 있나 봐!
내일도 오늘 같기를 소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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