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14일 (토요일)
비가 온단다.
벌써 9주째 주말마다 비다.
그렇다고 주말산행을 멈출 수는 없지 않은가.
전철로 떠나는 근교 산행지,
오늘은 용문산이다.
용문에 도착하니 비가 오기 시작한다.
아직은 빗줄기가 견딜만 하다.
버스로 용문사로 이동한다.
용문산 용문사 일주문의 쌍룡이 비를 부른 것일까?
빗방울이 굵어진다
우의를 입고 왼손엔 우산을 받처들고, 오른손으로 사진을 찍는다.
장대같은 비다.
대웅전의 금불상만 빛을 받아 번쩍일 뿐 이미 주위는 한 밤이다.
바로 눈앞의 1,100년 된 높이 41m 둘레 11m의 은행나무도 촛점을 잃었다.
용문사에서 바라 본 용문산도 운무에 가려 보이지도 않는다.
빗방울이 잦아든 틈을 타 아쉬운대로 용문사를 담아본다.
계곡은 운무따라 명암이 교차된다.
바람에 등산로의 소나무가 부러졌다. 이건 재앙에 가깝다.
그냥,,, 돌아 가야 한다.
자연에 동화 되길 꿈꾸는 내가 자연을 거스를 수는 없지 않은가.
계곡물이 금방 불어나 세차게 흘러 내린다.
다시 일주문,,,
내려 오는 동안 빗줄기가 많이 가늘어 졌다.
용문산 등산안내도 앞에서 고민에 빠졌다.
용문산 정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세시간을 투자해서 찾아 온 용문산을 목전에서 포기해야 하나!!!
한 동안을 서성이며 구름의 이동을 지켜 본다.
그리고,,, 다시 도전한다.
자연이 나를 다시 받아 주기로 한 것에 감사하며,,,
용문사로 올라 와 아직 운무에 싸여있는 용문산 정상을 지켜본다.
경내에 활짝 핀 이름모를 꽃도, 범종도, 아까는 자세히 볼 수 없었던 은행나무도 구경하며,,,
*** 자 화 상 ***
이 수 익 (1942~ )
제 몸을 부수며
종(鐘)이
운다
울음은 살아있음의 명백한 증거,
마침내 깨어지면 울음도 그치리.
지금
존재의 희열을 숨차게 뿜으며
하늘과 땅을 느릿느릿 울려 터지는
종소리,
종소리,
그것은 핏빛 자해(自害)의 울음소리
일단 올라가자!
계곡산행이라 비가 더 오면 위험하겠지만 현재의 수량이나 물쌀로는 버틸만 하다.
좋~다 !!!
계곡을 끼고 오르는 산행의 참 묘미를 만끽한다.
더위? 잊은 지 오래다.
아니, 으~슬으슬 한기까지 느껴진다.
갑자기 주위가 어두워진다.
또 비가 오려나?
계곡을 끼고 갈지(之)로 오르는 산행이라 여기서 비가 더 오면 위험할 수 있다.
정상부는 보이지도 않는다.
오가는 산친구들의 수도 급격하게 줄어 이제는 사람 구경이 쉽지않다.
걱정도 되지만 이 자연의 또 다른 역동적인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난 걸음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
1차 목적지인 마당바위다.
대개의 산친구들이 여기서 되돌아 갔다.
아~~~! 어쩐다,,,
일단은 아직 비가 오지 않으니 오르기로 한다.
허나,
오래 가지 않아 발길을 돌린다.
주위엔 한 사람도 보이지 않고, 오전 시간을 허비한 탓에 이미 늦은 시간이라
하산길에 위험이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르며 보고, 또 내려 오며 다시 보아도 좋은 건 좋다!
욕심을 털어 내고 빈 마음으로 여유롭게 보는 경치는 또 다른 행복으로 다가 온다.
풍덩 뛰어 들어 몸도 마음도 깨끗이 씻고 새롭게 태어 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원시림속 선녀가 노닐던 그곳에서
지금 이 순간을 내 머리속 메모리에 깊숙히 저장한다.
때론 잔잔하고 부드럽게 쓰다듬 듯, 또 때로는 격렬하게 깨질 듯 부딪쳐 오는 계곡 물길에
중년의 여유로움과 젊음의 열정을 같이 본다.
이순(耳順)을 앞둔 우리네 초상(肖像)을 보듯,,,
불투명하고 불확실한 게 인간사지만 흐린 날이 있으면 분명 밝고 맑은 날도 있으리라!
계곡을 휘감은 운무로 바람결따라 밤과 낮이 수시로 교차한다.
세찬 빗줄기에 포기해야만 했던 산행이
자연의 베품에 힘 얻어 이토록 행복한 계곡산행을 안전하게 마무리 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이 맑고 힘찬 물줄기에 내게 남아 있는 게 있다면 모두 내려 놓으리라.
그리고 행복한 마음만 챙겨야 겠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 여기 용문사의 상징인 은행나무가 다시 눈길을 사로 잡는다.
비록 정상을 밟지는 못 했지만 아쉬움 없는 산행이었기에
운무에 싸인 용문산에 감사의 념을 표한다.
그리고, 오늘 하루도 무사히 날 인도한 내 발님(?)에게도 감사의 마음으로 탁족의 기쁨을 선물하고,,,
용문역에서 기다리는 내 전철을 타고 귀가길에 오른다.
전철속에서 차창으로 본 두물머리의 파란하늘과 예쁜 구름이 오늘도 알차고 충만했음을 축하해 준다.
온 종일 계곡산행의 긴장에서 벗어나
전철에서 평안한 몸과 마음으로
하루를 정리하며 눈을 감는다.
꿈결 같았던 행복을
되새긴다.
늘
나와 같이 하는
모두와 이 행복을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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