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1일 (토욜)
17호 태풍 '타파'가 오후에나 비바람을 몰고온다기에
망설이다 따라나선 산행인데,
충청도를 벗어나기도 전에 차창을 때리는 빗방울이라니
첨단과학 일기예보라고 너무 과신했나?
안전을 고려해 계획했던 백두대간 무룡고개~영취산~백운산~월경산~광대치 코스를 포기하고...
블야100대 명산인 장안산(1.237m)으로 들어선다.
아직 태풍은 먼바다에서 북상중이라는데,
숲바다를 지날 때면 나무가지를 흔드는 바람소리가 귀곡산장 못잖고...
숲을 벗어나 평원에 나서면 내 몸 하나 지탱하기도 버거울 만큼이나 위력적인 비바람이다.
겨울 소백산의 제트바람,
땅끝 도솔봉에서는 해풍과도 맞서봤지만 태풍은 차원이 다른 듯~.
길섶엔 엉겅퀴만이 지천으로 깔렸고....
산들꽃으로는 달맞이꽃이 유일할 정도로 보이는 것도 없지만,
비바람에 촛점을 맞출 수 없으니 완성도는 꽝~~~.
바람에 누워버린 억새풀.
이렇게 방풍이 안되는 곳에선 똑바로 걷는다는 것이 불가할 정도니,
진짜 '타파'가 상륙했을 때를 상상하면 전률이 느껴질 밖에~.
요런 숲길은 바람소리만 요란할 뿐 아늑한 느낌이 들 정도라 잠시 숨을 고른다.
멀리 기야할 장안산 고스락이~.
돌아본 마루금이 평화롭기만 한데,
이 밋밋했을 산행을 타파가 역동적으로 재구성해 줬으니 고맙다해야 하나?
허긴, '타파'가 아니었으면 백두대간을 탔겠지만...
그렇게 오른 장안산(1.237m) 고스락인데....
구름위에 떠있는 신선이 되어
백두대간으로 이어진 멋진 산그리메는 마음의 눈으로만 그려보는 걸로...
태풍 '타파'와의 정면 승부는 아니더라도,
만만찮은 폭풍우속을 苦行者의 자세로 묵묵히 오른 것을 自讚하는 인증 한 컷!
위치상으로 볼 때 영취~백운산으로 이어진 백두대간일 텐데....
예상보다 빠른 시간에 장안산을 찍고나니 욕심이 생겨 급하게 올라갔던 길을 되돌아 내려오며,
뒤돌아 본 장안산~.
반갑다! 구절초야~.
지난 월악산 영봉~중봉~하봉길엔 깔린 게 쑥부쟁이, 구절초였는데 여기선 귀하신 몸이로구먼!
그나마도 포커스를 벗어난 꼴에...
지금 시각이 11시 16분이니,
무룡고개에서 백두대간 영취산을 다녀올 시간이 충분할 듯!
그래!
포기한 백두대간 코스지만 0.9km 지점에 위치한 영취산이라도 볼 수 있다면,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채울 수 있으리라~.
들머리부터 가파른 계단으로 시작해...
신기하도록 가을꽃 한 송이 보이지않는 깜깜이 속을 오르고 올라~.
영취산(1.075m)이다.
특별히 담을 게 없으니 안내판이나 읽으며 공부(?)나 하는 걸로~.
내려오는 길에 숲속에서 찾아 낸 한 송이 구절초.
썩 잘 생기진 못했지만, 그래서 더욱 정감이 가는 가을친구이기에 정말 반갑다!
不狂不及 할 나이도 아닌 내가
過猶不及을 지향하는 내가 이 무슨 짓거리인지...
영취산에서 미끄러져 바지와 배낭까지 진흙투성이가 돼 '집 나오면 개고생'이라 툴툴댔지만,
결코 싫지않은 이 기분은 뭐지???
등에 에어백(배낭)이 없었으면 뇌진탕을 걱정할 정도로 '大'자로 뻗었었는데....
백두대간을 탔던 일행중 한 명이
운무속에 길을 잃어 위험에 처했던 산우가 있었는데...
장거리를 포기한 것에 아쉬움이 없다며 安分知足이라 하지만,
좀 더 신중하게 결정하고 행동할 것을
스스로와 다짐!
짧디짧은 산행에서
인생사 喜怒哀樂을 체험했으니 충분히 만족한 오늘!
내일도 오늘 같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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