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13일.
장마, 태풍이 잠시 물러간 틈에
지난 주엔 계룡산으로 신선을 찾아갔다 못 뵈었으니,
이번엔 소요산으로 선녀님을 만나러 가려고~.
세상엔 나와 같은 심정으로 사는 사람이 또 있나보다!
길을 나선 내 마음을 전철 스크린도어에 참으로 적절하게 표현해 놓으셨구먼~.
소요산 초입의 좌측 능선을 들머리로 삼아 곧바로 산에 들어서니 칡꽃이 반기네!
올여름 첫만남이라 더욱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팔각정을 지나 마루금을 타고 오르는데 건너편 비탈에 산사태의 상흔이 아프다만
이또한 자연의 순리일지니 순응할 밖에...
멀리 나한봉과 의상봉이 손짓하는데 글쎄~.
오늘 목표는 중백운대에서 내려와 선녀탕에서 님들과 함께하려는 건데....
차돌바위가 칼처럼 뽀쪽히 서있어 타기는 불편하지만
그곳에 자리잡은 솔벗들을 외면할 수는 없으니 일일이 찾아 인사를 나눈다.
요건 꼬맹이 영지버섯 아닌가? 그냥 눈팅만 하고 패스~.
암벽 낭떠러지에 층층이 자리한 소나무 일가 3대!!!
그리고 소요산 지킴이 솔벗들~.
고것 참 묘하게도 생겼네~.
요 솔벗도 평범한 인연은 아닌 듯...
이즈음엔 어느 산이나 비슷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어짜피 숲바다 속이라 보이는 건 야생화나 돌, 소나무, 계곡 등 한정적이니...
그래서 내 느낌대로 담아서 올릴 수 밖에...
까탈스런 급경사를 엉덩방아까지 찧며 내려왔는데 계곡 물이 쫄쫄쫄이라니...
소요산 체면을 고려해 밴드엔 청정수라 올렸지만 참!
딱봐도 흙탕물 가라앉은 하수도 맨홀인데 선녀께서 목욕은 고사하고 세족도 마다하겠구만~.
지난 여름에도 왔다가 소나기만 흠뻑 맞고갔었는데 언제나 이름 값을 할런지...
내 아쉬움을 눈치 챈 나한, 의상봉의 손짓에 마음이 요동을 치네~.
저길 가려면 계곡을 내려갔다 다시 시작해야 하는 쉽잖은 과정이라...
일단 현재를 즐기자! 미리 고민하고 걱정할 필요는 없으니까~.
접근이 불가하지만 나름 멋진 계곡이라 눈길이 가는데...
위에서 봤을 때 상단은 선녀탕과 바로 접한 직벽의 '옥류폭포'란다.
최상단~.
중간 부분~.
하단의 철제다리 밑까지 가파른 협곡의 폭포라 수량이 풍부할 땐 꽤 멋질 듯~.
삼거리 갈림길!
비록 거리는 짧지만 된비알에 뽀쪽한 차돌너덜지대(물마른 계곡)을 올라야 한다.
선녀 만나면 건네려고 준비한 마음을 야생화들과 나누며 다시 정상을 향해 쉬엄쉬엄~.
후텁지근한 날씨에 바람까지 인색하니 땀에 흠씬 젖어서야 나한대에...
초입엔 인산인해더니 여긴 적막강산이라 오가는 사람이 없으니
윗옷을 벗어 건포마찰로 땀을 씻고, 옷을 짜서 입었더니 한결 상쾌해 새기분으로 다시 앞으로!
마루금은 아쉬운대로 조망도 있고 바람도 통하니 유유자적하는 느낌이 좋다!
여기만 가을인가? 산그리메를 찍으렸더니 고추잠자리가 잔치를 벌렸네~.
지척인 공주봉은 패스다.
직진하면 동두천 군부대라 교통이 불편하고, 우회해 내려오려면 지루하고 또하나...
결정적으로 산중턱 높은 곳에 이런 오아시스가 없다.
아래 계곡쪽에야 안봐도 비디오라 삼삼오오 놀러오신 어르신들 놀이터가 아니겠나~.
알탕은 아니지만 머리 감고, 땀을 씻고, 탁족에 옷까지 갈아입었더니
와우~~~. 그 개운함이야 어찌 말로 다할 수 있겠는가!!!
요 나무는 커가며 두 군데나 연리지가 됐나벼???
살살 내려가며 기웃기웃하다 보니 요건 느타리버섯 아닌가? 갓 모양이 좀 다른 것도 같고...
그리고 본격 계곡 산행이다만 예상대로 선점하신 어르신들을 때문에 조심조심 몇 컷~.
기쁜 마음으로
-박해석(1950~ )
너희 살을 떡처럼
떼어 달라고 하지 않으마
너희 피를 한잔 포도주처럼 찰찰 넘치게
따르어 달라고 하지 않으마
내가 바라는 것은
너희가 앉은 바로 그 자리에서
조그만 틈을 벌려주는 것
조금씩 움직여
작은 곁을 내어주는 것
기쁜 마음으로
같은 산인데 상백운대쪽 계곡은 쫄쫄쫄인데, 여긴 수량이 제법이라 공기도 시원하다.
오늘도 그다지 길지 않은 한나절에 많은 갈등과 번민을 하며 예까지 왔다만
*틈과 곁에 공존과 평화의 꽃이 피게 하는 것.
*함께 앉아 떡과 포도주를 나누는 것. 기쁜 마음으로.
그렇게 살 수만 있다면 그 또한 행복한 삶 아니겠나!!!
원효폭포~.
원효굴~.
답답한 마음에 길을 나섰지만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우니 좋다.
더 무얼 바라고 욕심내야 한단 말인가!
내일도 오늘 같기를 소망하며...
스마트폰에 담아온 몇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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