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뒷길은?
청와대 개방 길 트레킹 참석차 서울 나들이 길에
주말 산행까지 때우려 사직단~인왕산~북악산을 타고,
와룡공원에서 올라온 산들웤팀과 만나 청와대로...
집을 나서는데,
앞 뜨락의 나리가 방긋 아침 인사를 전하고...
남서울 버스터미널에서는 담장을 뒤덮은 능소화가 반갑게 맞아주니,
기분은 상쾌, 컨디션도 OK라 왠지 좋은 일이 있을 듯~.
딸아이와 좀 이른 점심을 먹고,
경복궁역으로 이동하여 사직단을 들머리 삼아 인왕산을 오른다.
며칠 장마로 우중충했던 마음까지 한방에 씻어주는 건 좋은데...
아!
너무 덥다!!!
길섶에 누운 듯 서있는 소나무~.
그냥 산책 삼아 오를 인왕산이 뙤약볕에 걷자니 마냥 멀게만 느껴지는데...
건너편 안산 위 흰구름은 평화롭기만 하다.
나만의 생각으로 정한 인왕산 랜드마크 암봉 지킴이 솔 친구!
여전한 그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음이 참으로 반갑네그려~.
산정에 다 올라 뒤돌아 본 한양도성 인왕산 순성길~.
요 앙증맞은 바윗덩이가 인왕산 정상이다.
기차바위 너머로 보이는 북한산 비봉능선~.
족도리봉~향로봉~비봉~사모바위~승가봉~(보현봉)~문수봉이 유혹의 손짓을 보낸다만,
시간이 되면 북한산 12성문 종주부터 함 더 해보고 싶은데....
늘그막에 의지할 곳이라곤 마누라 밖에 없을 텐데,
"한양도성 병풍 삼아
순성길에 푸른 옷 입고 한 몸 된 연리지
깊고 깊은 사랑은 아름답습니다"라는 설명이 더 정겹구먼~.
마가목~.
내 절친 개망초~.
윤동주 시인의 서시 시비~.
창의문에 내려와 북악산을 타기 전에
타들어가는 목마름을 달래려 주변 편의점을 찾으러 가는 길에 만난...
달달한 아이스커피와 시원한 생수 한 병을 들이켜고 힘을 받아
창의문을 통과해 죽음의 계단길로 go, go~.
성곽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
나는 이 계단을 타고올라야 하는데,
뒷덜미의 햇볕이 따갑도록 너무도 강렬하다!
그래도 뒤쪽이라 다행이지 앞에서 이렇게 사정없이 내려쬐면 곧 죽음이었을 듯!
올라온 길을 돌아보고...
주변 산그리메를 둘러보며 힘을 재충전하고 또...
끝 없이 하늘을 향해 뻗은 계단을 타고 오른다.
그냥 나 죽었소! 하며...
그렇게 오른 백악산 정상 또한 앙증맞은 바윗돌이라~.
돌 성곽 가지고는 성이 안 차는지 이번엔 소나무를 타고 오르는 담쟁이~.
김신조와 124군 부대원들이 넘어오는 바람에 고등학교 땐 교련을,
군 전역 후에는 예비군 훈련으로 청춘을 바친 우리 세대지만
돌이켜 봐도 그 시절의 반공을 탓할 마음은 추호도 없다.
36년 동안을 왜놈들한테 짐승처럼 학대받은 나라 없는 설움에 비하면 그 정도야~.
요즈음 젊은이들은 알고 있으려나?
국력 없는 평화는 없다는 진리를...
큰까치수염~.
12시33분.
청운대 쉼터까지 왔는데 산들웤팀은 아직이라 동쪽의 산그리메 조망을~.
시가지를 점령한 시위대 때문에 교통체증으로
이제야 숙정문에 도착했다는 산들웤 친구들을 기다리는 시간을 이용 곡장을 오른다.
곡장에서 본 비봉능선~.
서울 시가지와 남산 조망~.
곡장에서 바라본 백악마루쪽 순성길~.
청운대 쉼터에서 1시간여를 기다리다
산들웤 친구들이 이번에 개방된 청운대 전망대에 도착했다기에 만나려 가는 계단~.
전쟁터를 방불할 데모대를 뚫고 폭염속을 걸어온 산들웤 친구들이 더없이 반갑다!
그렇게 뭉친 9명의 산들웤팀과 2명의 내조자들~.
만세동방~백악정~칠궁쪽으로 트레킹을 진행하여 청운초 부근에서 뒤풀이를 할 거란다.
만세동방 성수남극이라~.
이름은 거창한데 마실 수 없다니 그게 무슨 약수여???
그래도 시원한 석간수가 흘러 땀을 훔칠만 하니 그나마 다행이긴 하다만...
개방된 청와대 뒷산에서 바라본 남산과 서울시가지 전경~.
청와대 옆 담길을 따라 내려오는 길 소경~.
백악정~.
길가의 담장에 핀...
옛 궁정동 안가 터~.
이곳에서 대한민국의 역사가 새로이 쓰였던 비극의 장소다.
혹자는 독재를 잠재웠다고 말할 자도 있겠지만 그건 그들의 생각이고...
전에는 상시로 시위대가 죽을 치던 장소인데 조용하네~.
한 패는 양산에,
또 다른 한 패는 서초동에서 이 시간에도 악다구니를 토하고 있겠지만...
폭염 속 쉽잖은 트레킹을 무사완주한 친구들과 함께하며
사상과 이념으로 기쁨을 얼룩지게 할 생각은 없으니 오늘 하루도 마냥 해피~~~.
뒤풀이로 막걸리 잔을 부딪치고 헤어지는 길에
친구가 읊조린 헤르만 헤세의 詩 "안개 속에서"를 고유하며 일정을 마무리한다.
안개 속을 거니는 것은
참으로 이상하다.
덤블과 돌은 저마다 외롭고나무들도 서로가 보이지 않는다모두가 다 혼자다.
내 인생이 아직 밝던 때세상은 친구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지금 안개 내리니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모든 것들로부터자신을 홀로 격리시키는 어둠을알지 못하는 사람은진정 현명하다고 할 수 없다.
안개 속을 거니는 것은참으로 이상하다.
살아 있다는 것은 고독하다는 것사람은 서로 알지 못한다.
모두가 다 혼자다.
어쩌면 종심의 나이를 지나며
안개 속 외로움으로 마지막 귀절인 모두가 다 혼자이다라는 게 마음에 걸리겠지만,
함께한 친구들과 시원한 막걸리 한잔으로 뒤풀이까지 즐거웠고
그대들이 있어 행복했으니 그만하면 잘 살아온 인생 아니겠나!
내일도 오늘 같기를 소망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