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산, 상당산성의 해넘이~.
몽니를 부리는 무릎을 달래려 병원에 다녀와
느지막이 동네 산으로~.
집에서 백화산까지의 도로를 걷기에도 통증이 심했지만,
여기서 주저앉으면 다시는 못 일어날 것 같은 강박감에 그냥 걷고 또 걷는다.
가는 길에 만난 꽃사과나무 꽃~.
영산홍 또는 자산홍, 연산홍이라고도 하는 조경수도...
들머리의 요 꽃은 정체가 좀 애매한데...
죽단화~.
언제라도 마음 편히 오라고 도열해 반겨주는 솔벗들~.
산철쭉 꽃~.
아카시나무를 타고 오르는 담쟁이~.
적송의 아름다운 수피~.
첫 번째 조망처에서 바라본 청원 평야~.
약간 흐린 듯했던 하늘에서 예상치 못한 빛 내림이...
솔벗의 용솟음~.
다 떠나갔는데,
유이하게 남아 날 기다려준 산벚꽃이기에 더욱 사랑스러운...
이미 서쪽으로 기운 햇빛을 받으며 발걸음을 재촉해 상당산성으로...
붉은 병꽃나무~.
드디어 미호(서)문이~~~.
해넘이를 기다리며 산성 주변에서 만난 조개나물~.
고깔제비꽃~.
양지꽃~.
서서히 물드는 저녁노을~.
성곽을 따라 걸으며 최고의 조망처를 찾는데...
오늘의 최고 포인트는 여기가 아닐까 싶다!
미호천의 반영과 멋진 솔벗이 함께 아름다운 조화로 승화된~.
이 순간만은 무릎의 통증도,
저 인간세상의 희로애락도 모두 떨쳐버리고 그냥 즐기면 된다!
노 을
최윤경
나이를 먹는다는 건
나를 곱게 물들이는 일
세월과 함께 그윽하게 익어가는 일
동그마니 다듬어진 시간의 조약돌
뜨겁게 굴려보는 일
모지라진 꿈들 잉걸로 엮어
꽃씨 불씨 타오르도록
나를 온통 피우는 일
*잉걸=불잉걸:불이 이글이글하게 핀 숯덩이.
맑은고을에 큰 불이라도 난 게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로 노을은 불타고 있다.
미호문으로 돌아와
마지막을 뜨겁게 불사르는 황홀경을 담는다.
아름다움을 넘어
이제는 경외감으로 옷깃을 여미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해넘이를 지켜본다.
언제나처럼 내일도 오늘 같기를 소망하며...
미호문과도 작별을 고하고 얼음골 성안마을로 내려간다.
땅거미 짙게 드리운 골짜기에서 만난 내 절친 애기똥풀~.
배꽃~.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 제
일지 춘심을 자규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 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왠지 고시조라도 한 수 읊어야 할 분위기라 고려말 이조년의 詩를 되새겨 본다.
조팝나무~.
어둠으로 디테일은 덜 하지만
느낌은 더 풍부한데 무에 흠이 되겠는가 싶기에 몇 컷 올린다.
복숭아나무~.
성안 저수지의 밤 풍경을 끝으로 산행을 마무리한다.
의사는 무리하지 말라지만,
걷지 않을 거면 두 다리가 왜 필요하겠는가?
무릎과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무탈하게 내 삶을 영위할 수 있기를 빌뿐!!!
오늘이 간다!
다시 한번 내일도 오늘 같기를 소망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