村場의 自然in~*

최고의 겨울 산행지랬는데...

村 場 2022. 1. 16. 00:20

엊그제 내린 눈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덕유산을 찾았다.

곤돌라 관광객이 줄을 서는 향적봉을 피해

안성~동엽령~백암봉~중봉 코스로!

 

심 서방 애마는 빙판진 새벽을 안락하면서도 빠르게 달려

덕유산국립공원 안성탐방지원센터에 날 내려놨고,

아이젠까지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들머리를 들어섰는데...

쌓인 눈은 적잖은데,

내가 바라는 겨울꽃 3종 세트인 눈꽃, 서리꽃, 얼음꽃은 하나도 없었다!

꽁꽁 언 계곡을 깨우는 아침 해를 바라보며 열심히 고도를 높여간다.

올라가면 서리꽃이라도 피었기를 소망하며...

동적으로 흐르는 물보다 정적으로 얼어붙은 저 모습이 왠지 더 역동적인 느낌은 뭐지?

그렇게 계곡을 걷고,

끝없는 계단을 올랐는데도 앙상한 나목엔 그저 썰렁하기만...

동엽령에 올라 주변 산그리메를 둘러본다.

저 어디쯤인가에 지리산 천왕봉과 길고도 긴 마루금이 있겠지~.

잠시 숨을 고른 후 백암봉을 향해 또 발걸음을 옮긴다.

눈에 보이는 그 어디에도 눈꽃은 없으니 실망스러운 상황이지만,

살을 에는 듯한 북서풍을 온몸으로 맞서며 담대한 걸음으로 뚜벅뚜벅...

눈 속의 산죽~.

좌우로 펼쳐진 산그리메~~~.

열심히 따라오는 심 서방~.

겨울꽃은 없지만,

요런 풍광도 요런 겨울이 아니면 볼 수 없는 황홀경이기에~~~.

눈꽃 대신 등산로 주변의 눈 그림을 담으며 아쉬움을 달랜다.

이 또한 아름답지 아니한가!

백암봉에서 덕유평전을 거쳐 중봉으로 향하며,

나랑 도장깨기를 함께해온 넷째 동서 심 서방도 한 컷!

겨울 햇빛과 하얀 눈이 빚어낸 창백한 듯 아름다운 묘한 느낌의 앙상블~.

빤히 보이는 산봉우리인데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듯 멀기만 한 덕유평전 너머의 중봉~.

중봉에 바라본 향적봉엔 원하는 눈꽃은 없고,

오늘도 인증삿을 담으려는 곤돌라 관광객으로 긴 줄이 이어져 있다.

그쪽에 눈꽃이 보이면 향적봉~설천봉의 겨울꽃을 담고,

곤돌라로 하산하여 택시로 원점회귀라도 하고픈 심정이었는데...

동서남북 산그리메를 감상하고,

스프 대신 동서가 준비한 육개장사발면으로 산상 오찬을 즐긴 뒤 미련 없이 하산이다!

올라온 이 길을 따라 원점 회귀하는 걸로~~~.

수리취.

귀로에 만난 태양과 구름의 오징어 게임???

오늘 산행 중 처음 담는 솔벗 아녀?

허긴 소나무는 고산 식물이 아니다만 덕유산엔 유난스러운 듯~.

눈 속의 산죽들도 담아보고...

언젠가 남덕유산에서 겪었던,

눈이 녹아 등산로가 실개천으로 변하기 전에 하산해야 할 텐데...

어차피 햇빛을 마주 보는 하산길이라 나목에 걸린 겨울 해도 담아본다.

그러다 보니 오늘도 해가 사진을 장악한 것 같지만...

나름 아름다움과 의미가 있으니,

해 자체만으로도 주연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나무 가지가 바위를 받침 삼아서 'ㄱ'자로 꺾여 올라가는 참 오묘한 동거네?

물과 불 못잖게 상극인 게 나무와 바위일진대...

다시 칠연계곡을 타고 내려오며...

"풍덩" 뛰어들고픈...

아니,

이 시간에도 근거 없는 "국민"팔이를 일삼는 무책임한 잡놈들을 몽땅 잡아다 

풍덩 처박아 넣고픈 청정수~~~.

기대했던 겨울꽃이 없었다고 섭섭해 말자!

모처럼 장거리 산행으로 현실에 찌든 심신을 정화시키고 힐링하였거늘 

무에 아쉬움이 있겠나!

오늘 금산 진악산으로 떠난 산우들의 멋진 산행을 빌며,

함께한 심 서방에게 심심한 간사의 念을 전한다.

 

내일도 오늘 같기를 소망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