村場의 自然in~*

명불허전, 월악 영봉을 밟다!

村 場 2021. 1. 17. 02:24

기대 이상의 황홀경에 마냥 幸福했던 하루~.

청토의 지리산 만복대~정령치 산행 예약이 취소돼 

또 집콕으로 황금 같은 주말을 뭉개야한단 말인가 탄식하던 차에

동서의 도움을 받아 월악산을 찾았다.

 

8시에 출발해 들머리 덕주사에 도착한 시간이 09시32분~.

꼼꼼하게 산행 준비를 하고, 왠지 을씨년스럽기까지 한 산길로 접어든다.

별 기대 없이 모처럼 땀이나 흘려보려고...

들머리 계곡의 을씨년스러운 모습이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그렇게 무상무념을 표방하며 너덜겅을 걷다 무심결에 바라본 마루금에 왠 허연 실루엣이~~~.

저곳엘 오르려면 아직 멀었는데 서리꽃이 기다려 주겠어???

괜한 욕심에 함께한 동서나 모처럼 산행에 나선 나도 무리할 처지가 못 돼 포기했는데,

와우~~~

북서풍 칼바람이 햇볕을 밀어내고 우릴 기다려 줄 모양이다!

마음은 급하고 발걸음도 빨라졌지만,

건너편 월악 공룡능선의 멋진 서리꽃을 그냥 눈에만 담을 순 없기에 손이 바빠진다.

그렇게 첫 바람골에 올라 마주한 서리꽃!!!

위쪽 사정을 모르니 월악산 등정이 처음이라는 함께한 동서의 인증 샷부터 챙기고....

행여 사라질까 부지런히 담는다.

솔벗들이 비운 자리엔 앙상한 나목들이 한껏 자태를 뽐내니 그 또한 외면할 순 없지!

헬기장에서 본 영봉~.

동서의 도움으로 중무장한 나도 인증 샷 한 컷!

요 모퉁이를 동라 서면 영봉으로 오르는 곧추선 계단이 있겠지....

계단을 오르면서도 힘든 줄을 모르겠다!

이 황홀경을 헤매면서 제정신이면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냐???

깎아지른 절벽 위에 모진 삭풍을 온몸으로 마주치며

흰 눈 무겁게 뒤집아 쓰고서도 저리 굳건한 솔벗들을 보니,

엔도르핀이 팍팍 솟는 듯 추위도 힘든 것도 느낄 수 없는 신비로운 경험을....

참으로 아름답지 아니한가!!!

지난 경자년 2월 중순부터 covid-19의 창궐로 산행에 제약을 받으며

만족할 만한 산행에 굶주렸던 차에 모처럼 포식을 하는 듯

오늘의 행복 넘치는 이 상황을 여유롭게 만끽한다.

그렇게 오른 월악 영봉이다.

지금 시간이 13시 14분이니, 풍경과 정취에 넋을 잃어 3시간 40분이나 소요됐네~.

시간에 쫓길 일 없으니 보다 여유롭게 주변 산그리메를 소중스레 담고...

욕심나는 코스지만 오늘은 참아야 할 중봉~하봉쪽도 정성스레 담는다.

보덕암에서 덕주사 차량 회수 편이 마땅찮으니 

전에 친구들과 함께했던 추억의 이 코스는 그냥 가슴에 품는 걸로...

1000 고지에 심해의 산호 군락지가 있는 듯~.

언젠가 한 번은 걷고 싶은 저 월악 공룡능선이 온종일 눈에 밟히는구먼~.

빵과 스프로 점심을 때우고 왔던 길로 하산이다.

야속한 햇볕에 속절없이 자취를 감추는 겨울꽃을 보니 가슴 한 켠이 뻥 뚫리는 듯하여

아쉬운 마음에 바쁘게 셔터를 눌러대며....

오늘도 체감 온도가 만만찮을 추위였지만

멋진 겨울꽃과의 재회를 위해서라면 조금 더 춥고, 조금 더 세찬 바람이 불었으면 좋았으련만....

나 스스로 부끄러운 욕심인 줄 알지만 어쩌겠나!

암릉 위를 뿌리로 감싸고도 꽤 오랜 세월을 버텨왔음직한 실로 경외스러운 솔 친구!

그대가 있어 난 오늘도 이 험준한 겨울산에 오른 당위성을 찾은 듯하네그려~.

어느덧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고....

미쳐 떠나지 못한 단풍들이 석양에 물드는 걸 볼 수 있음이 즐거우면서도 

한편으론 애처로운 마음이....

덕주사 범종각에 땅거미가 깔리는 17시 10분에 도착.

예상보다 1시간여 긴 산행을 마무리한다.

오늘은 기대 이상의 멋진 산행이었기에

코로나-19 재창궐의 두려움과 답답함도 잊을 수 있었고

애송이가 밤늦도록 우릴 능멸하는데도 말 한마디 못하는 현실도 잊을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힘든 산행에 운전까지 수고해준 동서에게도 감사의 염을 전하며...

 

언제나처럼 내일도 오늘 같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