村場의 自然in~*

재약산에서 올가을과 작별을~.

村 場 2018. 11. 18. 11:09

2018년 11월 17일 (토욜)

대한민국 100대 명산이요,

천년고찰 표충사와 사자평 억새를 품은

영남알프스 재약산!

 

07시에 출발한 청주토요산악회 버스는 11시가 다 되어서야 표충사에 도착~.

코스는 홍룡폭포~층층폭포~사자평 억새밭~재약산(수미봉)~진불암~내원암~표충사 원점회귀다.

 

 

표충사 입구에서 오른쪽 계곡길을 택해 본격적인 산행 모드로~.

 

 

단풍은 이미 그 명을 다했지만, 

떨어질 때를 기다리는 마른잎을 모으니 그또한 만추의 정취가 물씬!

 

 

 

 

들머리 안내판엔 홍룡폭포라 돼 있던데 흑룡폭포라고도 하니 아리송~.

폭포 못잖게 배경 골짜기와 기암단애가 더 멋지기에 초입부터 눈이 호사!!!

 

 

등산로 옆 절벽인데 장마철엔 폭포일 듯~.

 

 

눈에 보이는 건 모두가 기암괴석이요 병풍바위들이다만,

빼어난 풍광이라긴 좀 애매하고 사진으로 표현현하기도 어려운 '난개발 지역' 같은 느낌이...

 

 

 

 

 

 

층층폭포~.

 

 

내 선입견일 수도 있겠으나 

좋은 재료를 가지고 볼품없는 작품을 만든 것 같은 2% 부족함을 떨칠 수 없다.

기암괴석엔 멋진 솔벗들이 함께해야한다는 내 고정관념과 솔벗사랑 때문인가?

 

 

폭포 상류의 계곡에서 찰떡과 선식으로 소박하지만 영양가 높은 산상 오찬을~.

따사로운 가을 햇살 속 청량한 물소리는 

자연의 오케스트라 공연을 나홀로 즐기는 듯 극치의 호사를 만끽!

 

 

 

 

여기가 그 유명세 타는 사자평 억새밭이다!

 

 

 

억새꽃도 이미 한물간 듯 기대했던 느낌엔 아쉬움이 있다만,

올가을과 작별을 고하는데는 차라리 잘됐다.

미련없이 떨칠 수 있으니...

 

 

나름 눈길을 잡는 곳을 찾아 몇 컷으로 사자평의 체면치레를~.

 

 

 

아직 떠날 때를 정하지 못한 쑥부쟁이꽃이 반가우면서도 애처럽다.

 

 

 

재약산 1.33km 이정표부터 여기까지도 만만찮은 계단 길이었는데,

가야할 더 먼길이 전부 계단이니 헐~~~.

 

 

 

 

 

그렇게 재약산 수미봉을 밟았다.

 

사자평쪽 억새군락지 조망.

 

 

진불암쪽으로 내려가는 길옆의 문수봉과 관음봉이 불쑥~.

 

 

하산길은 산죽 군락에 부드러운 흙길이라 신선 못잖게 유유자적을 즐기며~.

 

 

 

 

고갯마루에서 다시 만난 억새를 끝으로 산죽과 멀어지더니....

 

 

 

급경사에 낙엽이 쌓인 너덜길이다.

아까는 苦盡甘來라 했는데, 이젠 興盡悲來란 말인가?

 

 

 

그래도 여긴 우측 천황산쪽 기암단애와....

 

 

좌측 문수봉과 관음봉을 조망하는 재미로 버텼는데....

 

 

 

 

 

진불암을 지나서부터는 미끄럽고 뽀쪽한 너덜길에 낙엽까지 수북히 쌓여,

한 걸음, 걸음이 위험천만이라 등줄기엔 식은 땀이 줄줄~.

 

그렇게 2km를 더듬적거리며 계곡까지 내려오니 아직 떠나지 못한 핏기 잃은 단풍들이 반긴다.

 

 

 

지금 시간이 15시 09분.

15시 30분으로 정한 하산시간이 임박해 여유로울 순 없지만 단풍을 외면할 수는 없지않은가!

그들과 함께한 설악산 공룡능선~천불동 계곡, 강천산, 청량산, 주왕산 등등의 올가을 산행이 

황홀하도록 즐거웠거늘~.

 

고마우이~.

그대들이 있어 내 참으로 幸福했소!

 

 

내원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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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원수 같은 

                                          - 정현종

가을이구나! 빌어먹을 가을
우리의 정신을 拷問(고문)하는
우리를 無限(무한) 쓸쓸함으로 고문하는
가을, 원수 같은.

나는 이를 깨물며
정신을 깨물며, 감각을 깨물며
너에게 殺意(살의)를 느낀다
가을이여, 원수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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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가져다 준 단풍 덕에 행복했다더니, 이 무슨 망발이냐고?

아니다!

이렇게라도 모질게 떨치지않고는 가을 타는 내 마음을 어쩔 수 없어 내뱉은 패러독스일 뿐~.

내년 또 너희와 만날 부픈 기대를 가슴에 고이 품은 채, 

이제 너희와 작별을 고하고자 한다.

 

 

 

 

다음 주엔 시제가 있어 너희를 만날 수 없으니, 이쯤에서 우리 쿨하게 아듀!!!

 

 

재약산!

처음부터 뭔가 모를 아쉬움으로 시작했던 산행이었지만,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것 아니겠나!

마무리하는 이 순간이 행복하니 만사 OK!!!

 

 

 

 

 

11월 마지막 주말엔 문중 행사로 

올가을 화려했던 산행은 여기서 작별을 고하고자 한다. 

 

2018년 가을은 참으로 행복했기에

12월 겨울 산행을 기대하며...

 

내일도 오늘 같기를 늘 한마음으로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