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가을의 주왕산 기암단애~*
2018년 11월 10일 (토)
세찬 비바람이 휘몰아쳐 밤잠을 설쳤던 엊그제~.
가로변과 정원의 은행나무, 벚나무, 목련나무 등등이
밤사이 앙상한 나목으로 변했을 때
이미 오늘 산행에 暗雲은 드리워졌겠지~.
시집 가는 날 등창난다고,
달포 정도를 대기해 어렵사리 얻은 주산지와 주왕산 산행이것만
가을은 간데 없고 스산함만이....
09시30분 주산지 주차장에 도착,
10시10분까지 40만에 돌아오라기에 뛰듯이 숨차게 저수지를 올라갔는데 헐~~~.
물안개까지는 기대도 않했지만, 앙상한 가지에 나풀대는 나뭇잎 몇 개가 날 반긴다.
시간 여유가 없어 되는대로 몇 컷을 담는다만, 심기가 편할리 없는 건 人之常情이라~.
반영마져도 내 바람을 외면했지만, 딱 하나 윤슬이 내 가슴속에서 반짝반짝~.
*2017년 시월에 담아놓았던 창고작으로 허전함을 달래본다.
초미세먼지 경보를 무릅쓰고 강행한 산행이기에 건너편 나목엔 무서리가 내린 듯 뿌연함이...
그래도 요 정도면 나름 느낌이 살아있지 않은가!!!
아직도 떨치지 못한 아쉬움과 또다른 느낌을 담은 뿌듯함 속에 주산지를 내려와.....
혹시나 했던 주왕산 들머리 포토죤에 왔는데, 여긴 더 참담하네!
*2017년 시월의 이 아름다움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맑은 계곡물 대신 모래톱에 앙상한 나목, 뿌연 하늘까지 폭격 당한 폐허꼴이라니 휴~.
진짜 마음 정리가 안되네!!!
그래도 대전사 경내의 단풍이 가을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어
그 붉은 기운으로 힘을 보태고 주왕산 랜드마크인 기암단애의 精氣까지 흡수해 원기을 충전하며,
大典寺를 둘러보고 들머리로~.
이제 본격적인 산행이다.
대전사~주왕산 주봉~칼등고개~후리매기~용연폭포~절구폭포~용추폭포~학소대,급수대로
길지않은 코스지만 초미세먼지를 감안해 심호흡 없는 유유자적 모드로 출발!
미세먼지 탓인지 뿌연한 조망이 조금은 짜증스럽다만, 이 또한 인생살이인 것을....
어짜피 '돌이킬 수 없다면 즐기는게 현명한 선택'이라는 건 나이값에서 얻은 꿀팁!!!
설악산, 월출산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암산의 웅장함을 다시 즐길 수 있음을 감사하며~.
장 맛
- 박목월
어둑한 얼굴로
어른들은 일만 하고
시무룩한 얼굴로
어린것들은 자라지만
종일 햇볕 바른 양지쪽에
장독대만 환했다.
진정 즐거운 것도 없는
진정 고무신짝 끌며
지루한 하루하루를
어린것들은 보내지만
종일 장독대만 환했다.
누구는 재미가 나서 사는 건가
누구는 낙을 바라고 사는 건가
살다보니 사는 거지
그정저렁 사는 거지
그런대로 해마다
장맛은 꿀보다 달다.
누가 알 건데,
그렁저렁 사는 대로
살 맛도 씀씀하고
그렁저렁 사는 대로
아이들도 쓸모있고
종일 햇볕 바른 장독대에
장맛은 꿀보다 달다.
詩 제목은 "장맛"이지만 장독에 담긴 것이 장맛만은 아닌 듯!
재미가 나서 사는 것도 낙을 바라고 사는 것도 아닌 그렁저렁 사는 건데도
그 맛이 꿀보다 달다고 목월께선 말하네~.
이렇게 산을 찾는 것 또한
매사에 一喜一悲하는 스스로를 꾸짖으며, 自我省察의 기회로 삼기 위함이 아니겠나 싶다!!!
보이는 것 모두가 기암단애요, 내가 밟고오르는 발밑도 기암괴석이니 惡山은 惡山이다.
멋진 솔친구들이 유독 많은 산인데, 그 친구들의 아픈 역사가 곧 우리의 아픈 과거였으니....
그 시절엔 그것이 최선이었을 테니 지금의 잣대로 평가할 순 없고, 그저 안타까울 뿐!
여기도 블/야의 100대 명산인지라 정상석 인증을 위한 줄서기가 만만찮아 간신히 한 컷!
단풍과 낙엽의 차이란 무엇일까?
삶의 종착역에 이르는 과정일 뿐이니 찰라에 가까운 시공의 차이???
둘인 듯 하나인 듯 아픔은 나누면 반이되리니!
단풍이랄 순 없지만, 그 못잖게 순수미가 아름다워 한 컷!
내연산에서도 요런 폭포가 있었는데....
2단 폭포인데 한 컷에 담기가 쉽잖아 아쉬운대로~.
용추폭포~.
협곡을 가득 메운 인파로 사진 촬영도, 치고나갈 수도 없으니 이래저래 유유자적~.
주왕산 기암의 결정판인가?
지금 14시 07분! 남은 거리는 2km정도라~.
언제 또 볼 수 있을지 모를 멋진 협곡의 아름다움을 가슴에 담고 사진으로 남기며
15시30분 마감까지 남은 널널한 시간을 여유로움으로 꽉 채워간다.
시작은 실망과 짜증스러움이었지만,
산행을 마무리하는 심정은 언제나 산을 벗어나야 하는 아쉬움으로 귀결되니....
그것이 산의 매력이요, 산이 내게 주는 무한 사랑의 베품이리라~.
북한산, 설악산 공룡능선~천불동계곡, 강천산, 청량산, 주왕산까지
대한민국 최고의 가을 풍경을 만끽할 수 있음에
감사, 또 감사의 念을 전하며....
내일도 오늘 같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