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공룡능선, 천불동 계곡의 가을 풍경~*
2018년 10월13일 (금요무박)
올해도 어김없이 가을은 오고,
치명적인 설악의 유혹에
늦은 밤 산악회 버스에 몸을 싣는다.
기억 속의 느낌을 찾아 멋진 설악산 무박종주를 기대하며,
대한민국 제1경관인 공룡능선과
설악산 제1 秋景 천불동 계곡을 아우르는
소공원~신흥사~비선대~마등령~공룡능선~무너미 고개~천불동 계곡을 목표로~.
금요일 23시 청주를 출발한 버스는 어둠속에 설악동 탐방지원센타에 도착.
만만찮은 산행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워밍업 삼아 빠른 걸음으로 비선대를 향해 출발~.
02시 49분,
어둠 속에 일주문을 통과.
비선대(3km)에 03시 26분, 마등령(3.5km)에 05시 52분 도착했으니 좀 일찍 올라왔나?
마등령~비선대 3.5km는 지난 산행 때 내려오는데 3시간 30분이나 걸렸던 '魔의 구간'인데...
뜨거운 스프에 모닝빵으로 조촐하지만 부족함 없는 산상 조찬을 즐기며 일출을 기다린다.
추위도 달래며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점차 여명이 밝아오더니....
아침해가 떠오른다!
워낙 많은 산우들이 사진을 찍어야 할 역사적(?) 사명감에 포토죤을 두고 아귀다툼이라
조찬을 즐기다 뒤늦게 뛰어든 나는 끼어들 자리가 없어 간신히 중반부터 몇 컷을~.
비록, 손폰에 담아 선명도는 떨어지지만
이 장엄한 순간을 보는 가슴은 세상을 다 얻은 듯 황홀했기에 느긋하게 즐기며 느낌을 만끽!
어둠은 사라지고 온세상을 밝히는 햇살에 산천초목이 기지개를 펴는 듯~.
밝아오는 세상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밤을 새워 거친 된비알 너덜길에서 死點을 극복해야만 얻을 수 있는 귀한 결과물에 더욱 더....
그리고....
이름만으로도 설렘과 우려가 공존하는 대한민국 제1경관 공룡능선이다!
첫발을 들여놓기 전 공룡능선을 찾는 내 심경을 가장 완벽하게 표현한 두보 김기현의 시 한편을
주기도문을 암송하듯 예을 갖추어 인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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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공룡능선
-두보 김기현
칠흑 같은 새벽
한계령에서 공룡능선까지
짝사랑을 찾는
山客의 헤드랜턴 불빛이
별빛처럼 반짝이는
스토리텔링을 아시는가?
공룡등뼈를 닮아
게거품 물며
네발로 기어올라야
비로소 볼 수 있는
설악산 공룡능선
하늘바다를 아시는가?
人間이라면 꼭 挑戰하고
人間이라면 꼭 보고픈 山
山에는 山門이 없지만
설악산 공룡능선엔
하늘바다로 통하는
天門이 하나 있다네.
그 門을 통과하려면
마음의 빗장을 풀고
희운각 대피소에서 마등령까지
자신과 死鬪하며
심장 터지는 소리가 나야
그 육중한 門이 열린다네.
알 수 없는 인생길처럼
가늠할 수 없는 바위를
오르고 또 오르고
끝이다 싶으면 다시 시작이고
정상이다 싶으면
다시 내리막길이라네.
멀리 보면 아득히 먼 길
수없이 포기 하고픈 마음이
머릿속을 맴돌지만
그곳엔 挑戰만 있을 뿐
안타깝게도
抛棄는 곧 죽음이라네.
그 문을 열어야
비로소
그토록 애타게 보고파 하던
仙境이 사는 天國
끝없는 하늘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네.
자신과 싸워 이긴 자만이
볼 수 있는 미친 절경
숨 막히는 하늘바다 위로
공룡과 고래가 춤추고
억만년 꼭꼭 숨어있던
숨은 얼굴들이 살아난다네.
게슈탈트의 기도처럼
here and now
dream is now here
無我地境 속에서
山客은 비로소
自我를 발견하게 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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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서면 다시는 되돌아 나올 수 없는 길!
무아경지 속에서 비로소 자아를 발견하기 위한 몸부림이라 것이 진실로 적절한 표현이리라~.
설악의 고스락 대청봉과 중청, 소청, 서북능선의 웅장한 모습!
숨 죽여 한걸음, 한걸음 공룡의 등줄기에 발자국을 남긴다.
눈은 보이는 모든 것을 가슴에 담느라 분주하고, 손은 선경을 사진으로 남기느라 바쁘고...
짙푸른 하늘빛~.
낮은 골짜기쪽으론 단풍이 마지막 빛을 발하는데....
높은 등성이 쪽 단풍은 이미 작별을 고한 듯 그 빛을 잃었네~.
오른쪽 큰 바위가 고릴라 닮았다는데 글쎄?
꽃은 시들었어도 내년을 기약하겠지만, 나는 내년에 여길 또 올 수 있을런지....
전엔 늘 기대가 부풀어 손꼽아 기다렸는데, 이젠 점점 부담감이 늘어난 듯 살짝 걱정이 되네!
도전하는 것으로 난 청춘이라 자부했는데....
들머리부터 날머리까지 흙을 밟은 기억이 없을 만큼이나 온통 너덜지대로,
같은 너덜길이라도 오색~공룡능선~마등령까지는 손길이 닿아 그런대로 걸을만 한데
마등령~비선대 된비알 길은 친자연적(?)이라 어려움이 엄청나더라고~.
공룡능선에 들어선지 어언 두 시간여~.
세상사와는 온전히 담을 쌓은 이 순간이 최고의 힐링타임 아니겠나!
모질게도 험궂은 능선에 이런 산책로가 있다는 건 산객들에겐 최고의 선물이지~.
성과도 없는 헛발질에 나라의 정체성도, 살림도 휘청대는 현실에서 벗어나
자아성찰의 기회로 삼을 수 있으니...
요런 장면은 TV에서 외국여행 홍보프로에 나오는 외국의 절경 못잖게 빼어난 것 같지않은가?
등산로에서 벗어나 비경을 찾아내는 순간의 기쁨은 형언조차 하기 어렵쥬~.
어딘가 사진에서 본 듯한 절경이 눈앞에 펼쳐지니 꿈인지, 생시인지 마냥 황홀경에~.
체력은 고갈돼 가고 허기도 느껴지니 생수 대신 선식을 탄 두유로 갈증을 풀면서도
몸과 마음 어디에도 불편함이 없으니....
어찌 신성스런 체험이라 아니할 수 있겠나!
뭔가 꼭 쓰고픈 마음인데 표현할 글귀를 못 찾겠으니 참~.
그냥 아름답다고 할 밖에!!!
울산바위와 속초 앞바다의 조망~.
빛내림을 받는 단풍도 신성스러우니 나와 동급?
돌아본 1275봉과 큰새봉~.
1275봉을 오르고 싶었는데,오른쪽 기둥에 약간의 이상 징후가 있어 조용히 포기하는 걸로...
좀 늦은 방문이라 기다리던 꽃들은 모두 떠나고 흔적만이 덩그러니~.
컨디션이 어느 정도 회복되니, 놓친 물고기처럼 진한 아쉬움으로 남은 1275봉에 자꾸 눈길이....
오른쪽으로 용아장성 능선이 멋지게 펼쳐져 있고, 그 뒤론 서북능선과 안산이~.
공룡능선엔 대청봉을 타고온 산우들과 비선대에서 올라온 산우들이 교행하게 되니,
정체 되는 경우가 잦아 진행은 내 의지와 상관 없이 더욱 여유로워(?) 지고...
그 틈을 이용해 전후, 좌우를 기웃거리며 한 컷이라도 더 담으려 나름 바쁘기도~.
고도가 낮아지니 단풍 빛이 참으로 곱다.
11시 03분.
설악산 고스락인 대청, 중청, 소청에 눈인사를 보내고는 천불동 계곡으로~.
계곡으로 내려오는 눈앞엔 화채능선의 화채봉, 칠성봉 등이~.
12시 29분,
비탈길도 걸을만 하니 여기선 단풍속에서 다시 힐링의 순간을 즐기면 된다.
뒷풀이를 하기로 한 15시 30분까지는 아직은 여유가 있으니...
천당폭포~.
계곡을 수놓은 울긋불긋 단풍에 우뚝 솟은 암봉, 흰구름 노니는 하늘에게 땡큐!!!
양폭대피소와 뒤편으로 칠형제봉리지.
암벽에 짙푸른 솔잎과 어우러진 빨강, 노랑, 갈색 등등이 완전 가을 잔치상이로세!
눈길을 끄는 수많은 아름다움에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다음을 기약한다.
지금보다 더 젊을 순 없겠지만 스스로 관리하기 나름일 테니....
수많은 산우와 관광객들이 왁자지껄한 틈에서도 시간이 멈춘 듯 정적을 느끼며 걷는 이 순간~.
마냥 엔도르핀 샘 솟는 듯 묘한 쾌감을 만끽한다.
새벽에 패스했던 금강굴이 왼쪽 암봉 중간에 보이네~.
설악산 국립공원의 탐방 가능지역 표시인데, 화채능선과 용아장성은 언제쯤에나 갈 수 있을꼬?
14시 23분.
신선놀음에 정신 팔려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더니....
3km를 걸어가 보나마나 긴 줄을 서서 버스를 타고 C지주 주창장까지 가려면 헐~~~.
명경지수랬던가?
고요함은 없지만 맑은 물에 잡념, 가식, 헛된 욕심을 버리고 맑고 깨끗한 마음으로....
설악산에서의 마지막 다리를 건너 산행을 마무리한다.
아직 뛰어가서 기다렸다 셔틀버스를 타고 주차장까지 가야할 현실적인 문제가 남았지만!
블로그를 정리하는 이 시간.
뉴스에서 히말라야에서 참변을 당한 김창호 대장을 비롯한 9명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8000m 무산소 14좌 등정을 기록한 '등로주의' 산악인인데, 선배 박영석을 49살 같은 나이에 따라갔구먼~
삼가 사고를 당한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갑작스레 찾아온 한파로 엊그제는 영하 4도까지 떨어졌었는데,
하늘의 도우심으로 그리 춥잖은 날씨에 전형적인 높푸른 가을 하늘빛까지~.
공룡능선 1275봉을 지날 무렵
오른쪽 허벅지의 미세한 경련으로 내심 걱정 되었지만,
긴급처방으로 무사 완주할 수 있었음까지
행복으로 끝을 맺게 됨을 자축하며...
내일도 오늘 같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