村場의 自然in~*

안개비 속 희양산~.

村 場 2018. 9. 16. 10:18

2018년 9월 15일 (토)

 

지난 7월, 

호우로 연기했던 

백두대간 구왕봉~희양산 코스를

오늘에야 서울, 대전팀들과 함께하고자 집을 나섰는데

안개비가 차창을 어지럽다.

 

코스가 빗길엔 좀 그런데....

 

산행 들머리인 은티마을에서 본 희양산이 구름속에 가리웠지만, 비는 그쳤으니 그나마 다행~.

 

가을 전령인 코스모스꽃과....

 

길섶의 달개비, 억새, 해바라기꽃을 담으며 서울팀을 기다린다.

비는 안 왔으면 하는 바람과 안전산행을 기원하며....

 

 

 

안내판의 제2코스(호리골재~구왕봉~지름티재~희양산~성터~원점회귀)로 정하고,

'한밭18'과 '공영산악회' 합동 산행으로 힘차게 출발!!!

 

 

운무에 싸인 기암괴석과 숲바다 속을 헤치며 미끄러운 된비알을 타고 올라...

 

마루금 조망처에 왔는데, 보이는 건 구름바다 뿐~.

 

 

그래도 어려운 환경에서 꿋꿋하게 버티고 선 솔벗이 반겨주니 기분은 마냥 쾌청!!!

 

 

 

햇님은 출타중이라 뵐 수가 없지만, 구름이 걷힌 틈으로 잠깐 인간세상 구경을~.

 

거미하우스의 주인장도 출타중이신가 빈집엔 물방울만 대롱대롱~.

 

가파른 암벽에 핀 한 송이 구절초!

너를 볼 때마다 하얀 옥양목 저고리를 입으셨던 어머니 생각이....

 

 

 

 

 

난 인증 샷에 약하니 어쩔 수 없이 이 회장의 사진을 인용할 밖에...

왼쪽 네 명(이동로,남정무,황선구,김기중)은 '한밭18', 오른쪽 두 명은 '공영산악회' 산우들이다.

 

구왕봉에 왔는데도 보이는 건 운해 뿐~.

 

마루금 여기저기에서 구절초가 반겨주니 이 또한 산을 찾는 즐거움 아니겠나!

 

이 길이 백두대간인데, 여긴 그 흔한 돌계단 하나 쌓아 논 곳이 없다.

결코 만만찮은 고난이도 코스에 안전장치라고는 밧줄이 유일하니 자연친화적이라 해야하나?

 

 

 

 

미끄러운 비탈길에서 미끄러지고, 부딪히며....

 

지름티재까지 가파르게 내려왔으니 이젠 또 이 악물고 오를 일만 남은 셈인가!

 

 

 

운무에 싸인 채 도열한 솔벗들과 인사를 나누며,

굵은 땀방울인지, 빗물인지를 연신 훔치면서도 즐거운 마음으로 서서히 고도를 높혀 간다.

 

 

 

바위를 들어올린 나무의 괴력???

 

희양산 고스락을 향한 유격훈련에 열중인 남 대감~.

 

 

이 험한 코스에서 밧줄에만 의존해 기를 쓰며 오르는 이 회장~.

 

그렇게 마루금에 올랐는데 보이는 건 역시 운해 뿐~.

 

 

운해 속에 있는 지금이 아쉽다거나 섭섭하다는 건 결코 아니다!

동안 산행 때마다 황홀한 하늘빛은 충분히 즐겼는데, 수묵화 속 신선놀음을 마다 할 이유가 없지~.

 

마분봉~악휘봉~칠보산 종주 때 멀리서 본 그 거대한 암봉위를 걷고 있는 지금~.

어찌 행복하지 않을 쏜가!!!

 

 

두부를 자르 듯 이 큰 바위를 단칼에 두 쪽으로 쪼갠 건 뭐라 설명하지?

 

 

비록 척박한 곳이지만 건강하게 자라만 다오! 젊디젊은 솔친구야~.

 

 

한 발짝이면 천길 낭떠러진데, 보이는 건 그저 신비로운 운해 속 평화로움이라~.

 

 

요런 옹달샘(?)도....

 

 

 

화려하진 않지만 결코 초라하지 않고 당당한 솔벗들이 참 좋다!

 

 

 

언제 기회가 되면 조망 산행으로 재도전하고픈 곳이지만, 이 순간순간이 진정 해피!!!

 

 

 

 

 

 

 이 바위들은 거대 암봉을 빛나게 한 데코레이션인가?

 

온종일 운무가 드리웠지만 비가 내리지 않는 것만으로 충분히 복 받은 오늘 산행인데,

이런 수묵화 감상은  특별 보너스지!!!

 

 

 

쑥부쟁이 사랑

            

                                - 정일근

 

사랑하면 보인다, 다 보인다

 

가을 들어 쑥부쟁이 꽃과 처음 인사했을 때

드문드문 보이던 보라빛 꽃들이

 

가을 내내 반가운 눈길 맞추다 보니

은현리 들길 산 길에도 쑥부쟁이가 지천이다

 

이름 몰랐을 때 보이지도 않던 쑥부쟁이 꽃이

발길 옮길 때마다 눈 속으로 찾아와 인사를 한다

 

이름 알면 보이고 이름 부르다 보면 사랑하느니

사랑하는 눈길 감추지 않고 바라보면,

모든 꽃송이 꽃잎 낱낱이 셀 수 있을 것처럼 뜨겁게 선명해진다

 

어디에 꼭꼭 숨어 피어 있어도 너를 찾아가지 못하랴

사랑하면 보인다, 숨어 있어도 보인다

 

사랑하면 보이는 것이 어디 쑥부쟁이꽃 뿐이랴~.

산을 사랑하고, 산을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면 함께하는 순간순간이 幸福이거늘....

 

 

 

 

요것 또한 이 회장이 찍은 것으로 이번 사진도 오른쪽 두 친구는 공영팀~.

 

 

 

아무 생각없이 보면 그 놈이 그 놈일 것 같은 솔벗들 사진이지만,

오를 때 본 것과 내려올 때 본 것의 느낌이 다르니 이것은 같은 사진이라 할 수 없지~.

 

 

 

 

한 컷, 한 컷을 눈에 담고 가슴에 고이 품은 채 산을 내려온다.

오리무중이라고 속세의 혼돈과 혼동하지는 마라!

말로 소통은 못하지만, 잡스런 것들과 비교 당하는 자연이 자존심 상하니~.

 

희양산에도 아픈 골육상잔의 성터가.....

오늘 마루금을 걸으며 내려다 본 속세는 보이는 게 없으니 차라리 평화로웠는데~.

이 땅에 반목과 질시, 오만과 편견, 궁극적으론 다툼이 없는 그날을 꿈 꿔 본다.

 

하산길에 만난 기기묘묘한 바위 전시장~.

 

 

 

요게 '희양폭포'라는데, 요것도 '엉또'나 '은선폭포' 마냥 폭우 때나 이름값을 하는 듯~.

 

다시 원점으로 회귀~.

 

은티마을의 이모저모를 둘러보고....

 

 

 

 

 

충주로 이동해 공영팀이 준비한 거한 뒷풀이를 끝으로 산행을 마무리!

 

매번 깜박해 트랭글을 늦게 켜는데...

8km 6시간의 운해 속 산행을 안전하고, 즐거움으로 끝낼 수 있음이 또한 행복!!! 

 

서울, 대전, 청주, 충주~.

사는 곳은 달라도 산을 사랑하는 한마음으로

일기불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함께해 준 친구들께 감사의 념을 전하며...

 

내일도 오늘 같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