村場의 自然in~*

역시 치악산은~.

村 場 2018. 9. 2. 09:57

2018년 9월 1일 (토욜)

 

악~ 소리 내며 올라, 치를 떨며 내려온다는

 치악산을 다녀왔다.

지리산을 계획했다가 집중호우로 전면통제 되는 바람에 차선책으로~.

 

행구동에서 관음사~곧은재~원통재~비로봉~사다리병창~세림폭포~구룡사~신흥동 코스인데,

엊그제 폭우로 계곡 물살이 지축을 흔들 듯 격동적이고 시원스러우니 발걸음도 가볍다. 

 

 

오랜만의 물구경에 연신 샷터를 누르느라 들머리부터 바쁘네~.

 

 

치악산이라면 힘들었던 기억에 걱정이 앞섰는데, 오늘은 왠지 느낌이 좋다!

 

 

 

곧은재에 오르니 선입견과는 전혀 다른 천상 산책길~.

 

 

몸도, 마음도 평안하니 주변의 아름다움도 절로 눈길을 끌고~.

 

 

요런 산책로를 누가 악~ 소리 나고, 치 떨리는 곳이라 했는가?

악산의 기억 조차 인정할 수 없는 꽃길에서 힐링의 시간을 즐길 줄이야~~~..

아직 초입이니 예단은 금물이지만!

 

곧은재부터 원통재 마루금 3.5km를 황제급 산행으로 즐기며 쥐너미재에 도착,

흰구름 떠도는 평화롭고 멋진 원주시를 조망한다.

 

 

그래도 치악산인데 만만하게 정상을 허락할 리가 없지!

쥐너미재부터 300m의 빡센 된비알에서 신음 소리를 토하고서야 고스락을 밟을 수 있었다.

 

 

고스락에서 사방의 멋진 산그리메를 즐길 수 있는 것은 등정에 성공한 자만의 특권!!!

멀리 넓게 볼 수 있는 이 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도....

 

 

 

예정 시간이 널널해 들꽃, 고추잠자리 등 가을 전령들과 한껏 여유를 즐긴다.

 

 

 

 

 

 

푸른 하늘빛에 시원한 바람까지....

폭염에 기진맥진이던 게 엊그제인데 어느덧 가을은 우리 곁에 와 있었나 보다.

 

 

 

 

9월의 약속

               

                             - 오광수

산이 그냥 산이지 않고

바람이 그냥 바람이 아니라

너의 가슴에서,

나의 가슴에서,
약속이 되고 소망이 되면
떡갈나무 잎으로 커다란 얼굴을 만들어
우리는 서로서로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 보자

손 내밀면 잡을만한 거리까지도 좋고
팔을 쭉 내밀어 서로 어깨에 손을 얹어도 좋을 거야
가슴을 환히 드러내면
알지 못했던 진실함들이

너의 가슴에서,
나의 가슴에서,

산울림이 되고 아름다운 정열이 되어
우리는 곱고 아름다운 사랑들을 맘껏 눈에 담겠지

손잡자 아름다운 사랑을 원하는 우리는
9월이 만들어놓은

시리도록 파란 하늘 아래에서
약속이 소망으로 열매가 되고
산울림이 가슴에서 잔잔한 울림이 되어
하늘 가득히 피어오를 변치 않는 하나를 위해! 우리

 

그렇게 2018년에도 어느덧 9월~.

긴 가뭄도, 모질던 폭우도 견뎌내고 살아남은 우리 모두가 누릴 풍요로운 결실의 가을이다.

 

비로봉에서의 하산 코스를 고통스런 기억 속 사다리병창으로 하지않고,

계곡을 타고 내려가는 길이 있다기에 망설임 없이 가보지 않은 길을 택했는데...

헐~~~.

 

세상사가 그렇게 말랑말랑하면 재미가 없지!

그러기에 옛말에 苦盡甘來가 있으면 興盡悲來도 있는 게 아니겠나!

 

 

 

처음부터 끝까지 5km 정도가 불규칙한 너덜지대에 도랑처럼 물이 흘러 한발짝 옮기기가 쉽잖으니,

여우 피하려다 호랑이 만난 꼴이 된 듯 하다만....

결코,

후회는 없다!

 

 

계곡의 힘찬 물줄기 따라 걷는 길이니, 서두름 없이 즐기며 여유로이 걸으면 될 듯~.

 

 

계곡이라고 다 같은 건 아닌 것 같다.

여긴 바위에 가득 이끼가 있어 그 분위기 엄숙할 지경이니 자연의 신비로움에 경외감까지!

 

 

발바닥과 발목, 무릎까지도 원성이 자자하지만 멋진 분위기에 기분은 마냥 해피~~~.

 

 

 

지난 여름에 꿈 꾸던 계곡산행을 이제야 만났는데 어찌 즐겁지 않을 쏜가!

 

특별함이 없는 자그마한 폭포인데 이곳이 칠석폭포인가?

세림폭포는 사다리병창 오른쪽에 있는 걸로 봤는데, 여긴 계곡길 왼쪽에 있으니 위치가~.

 

폭포 이름이 무에 중요한가! 내가 이곳에 와 그 시원함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모처럼 원 없이 계곡산행을 즐긴다만, 여기가 치악산이라는 게 납득이 안되네~.

뒷풀이 때 만난 산우들은 어려운 길을 택했다고 툴툴대던데, 난 탁월한 선택이었음을 확신한다.

 

 

 

가파르게 쏟아지던 물길이 점점 느려지는 걸 보니 다 내려온 듯~.

 

 

 

체면과 인습(因襲) 따위는 훌훌 벗어던지고, 풍덩 뛰어들고픈 격한 감동이 복받치지만 참자!!!

괜한 일로 범법자가 되긴 싫으니....

 

그렇게 힘들었지만 즐거운 기분으로 멋진 계곡을 따라 내려오니 구룡사다.

 

 

 

 

오늘 수없이 많이 본 요 경고판!

자연보호도 좋지만 계곡에 와 물에 손 한번 담그는 것까지 범법이요, 50만 원 벌금이라니...

그렇게 고이 아껴서 무었에 쓸려는지 묻고 싶다.

혹시 부귀영달을 유지하기 위해 돈에 환장한 인간들이 좋은 취지의 자연보호 탈을 쓰고,

돈벌이에 나선 건 아니길 걱정스런 마음을 담아 간절히 빈다.

 

 

 

산행이 끝난 줄 알았는데 아스팔트 포장길을 한참 걸어야 대형버스 주차장이라네.

요기서 땀 한줄금 흘린 탓인지 뒷풀이 장에서 잘 안 마시던 소맥을 거푸 다섯 잔이나 벌꺽벌꺽~.

 

 

 

트랭글을 관음사가 지나서야 뒤늦게 열은 것을 감안하면 15km에 7시간 정도의 산행이었는데,

치악산의 선입견을 떨쳐내고 다시 찾고싶은 산으로 만든 멋진 산행이었기에 땡큐!!!

 

초탈한 삶을 살고자

눈 감고, 귀 막고, 입 닫고 보내는 세월이

결코

세상을 바꾸는데 도움이 되지 못 함을 알면서도

산행이란 미명하에

나만의 현실도피성 자연in이 아니었나를 반성하며....

 

그래도

내 삶의 거의 전부가 되어버린 산행이기에

내일도 오늘 같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