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한라산 백록담 & 영실~*
2018년 5월 12~13일 (토/일)
오랜만의 제주도 탐방이다.
처가쪽 "대단한 가족" 행사에 참석코자 건너왔지만
기억속에 가물거리는 백록담과 다시 만날 절호의 기회이기에
벅찬 기대와 떨리는 설렘으로
한라산을 찾았다.
금요일, 일과를 끝낸 뒤 밤 비행기로 제주에 도착~.
여행, 그 첫째 날.
먹구름 사이로 이따금 햇살이 비치는 애매한 날씨지만 망설임 없이
성판악을 들머리로 백록담을 오른다.
백록담까지 9.6km에 사라오름 0.6km를 더하면 왕복 20km가 넘고
9시간은 족히 걸릴 듯~.
8시경 도착했는데 성판악엔 주차할 공간이 없어 멀찌기 갓길 신세를....
울창한 숲이라 조망은 없지만 가슴은 뻥 뚫리는 상쾌함에 발걸음에 탄력이 붙는다.
그렇게 3시간을 오르니 진달래 대피소라~.
여우비에 강풍으로 움추러진 심신을 뜨거운 스프로 추스리고, 간식으로 체력을 보충~.
수행자처럼 묵묵히 발걸음을 옮길 뿐 저절로 무상무념!
그래도 반기는 꽃을 외면하면 신사가 아니쥐~.
천혜의 비경이요, 태고의 원시림 그 자체라~.
자연에선 삶과 죽음의 경계가 따로 없이 그냥 흐르는 세월 속 한순간일 뿐인 듯!
나무들의 공동묘지에 들어선 풍경인데 왜 신선한 느낌이 들지???
머리위에서 휘몰던 강풍이 고도를 높힐수록 몸으로 다가오니 걱정이다.
100m를 오를 때마다 상황 변화가 심상찮으니....
고도가 높아지니 살아있는 나무도 고사목처럼 겨울모드라 구분이 안 되네~.
저 나목들에겐 언제쯤이나 봄이 올런지.....
먹구름에 싸인 채 묵묵히 발걸음을 옮긴다는 게 생각보다 더 심신을 지치게 하네~.
이따금 강풍에 구름이 밀려나면 그틈으로 보는 조망이 아름다운데.....
파란 하늘빛이 그립고 아쉽다.
1800고지에도 각시붓꽃이~.
눈앞의 신비롭도록 아름다운 탐라가 펼쳐져있는데 볼 기회는 극히 한정적이니
내 덕이 부족했음을 탓할 수 밖에....
세찬 비바람에 고개숙인 흰색 제비꽃이 안쓰럽도록 예쁘네~.
정상이 50m 남았는데 일기 상황이 최악이다!
안개비가 싸래기로 바뀌었다 굵은 빗방울이 되어 세찬 바람을 타고 빰을 할퀴니 따갑도록 얼얼~.
배낭 밑에 넣어둔 보은용 패딩조끼를 꺼내 입었는데도 온몸이 떨리니
자칫 저체온증이 우려되는 상황이라 로프에 의지한 채 계속 움직일 밖에....
바람이 워낙 강해서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착지점을 맞추기가 쉽잖네!
이곳이 성스러운 '백록담'인데 보이는 건 그저 운해일 뿐!!!
하늘을 탓해야 하나~.
다시 한번 내 부덕함을 뼈저리게 후회하며 땅을 쳐야만 한단 말인가!
함께 오른 넷째 동서가 담아준 인증샷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추위에 오래 머무을 수도 없으니 곧바로 하산하기로~.
오래 전 소백산 비로봉 신년 일출산행때의 제트기류 악몽이 떠오른다.
그땐 90kg 체중으로도 버티질 못해 포복으로 올라갔었는데....
가랑비가 내리지만 바람이 없으니 이토록 여유로운걸~~~.
그 상황에서 백록담을 밟았다는 것 자체가 꿈만 같다!
진달래밭 대피소에 들러 컵라면과 과일 등 늦은 점심으로 배를 채우니
휴~. 살* 았 * 다 * !!! *
체력도 재충전했으니 꿩 대신 닭이라고 0.6km 왕복의 "사라오름"에 올라
백록담에서의 아쉬움을 달래며 산정호수를 즐긴다.
울퉁불퉁 너덜길과 데크가 반복되는 지루하도록 긴(4.1km)의 비알길의 연속이다.
자연보호도 좋고, 산객들의 편리도 좋다만,
데크 고정용 쇠못들이 후일 산우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흉기로 변하진 않을런지....
들머리이자 날머리인 성판악 화려한 철쭉꽃으로 산행을 마무리한다.
아쉬움도 훗날 아름다운 추억이 되리라 생각하며.....
사라오름 왕복 1.2km를 포함하면, 총 21km에 대한민국 최고봉을 오른 만만찮은 일정을
무리없이 동행한 동서에게 박수를 보내며....
가족 행사장이 위치한 해비치호텔 부근의 바닷가 풍경 몇 컷~.
함께할 인연들이 내게 있음만으로도 행복이라 감사한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봐도
아름다운 풍경에 아쉬운 날씨 등 지옥과 천당을 경험한 순간순간였기에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있는 하루요,
동행자와 무사무탈히 완주했는데 무얼 더 바라겠는가!
내일 일정도 오늘 못잖기를 기대하며...
**********************************************& **************************************
여행, 그 둘째 날~.
새벽을 깨운 '행안부 문자'가 아쉬움 속에 밀쳐놓았던 '엉또폭포'를 최우선으로 바꿔놓았다.
폭우가 내려야만 그 진가를 발휘하는 지금이 축복 받은 최적의 기회이기에~.
오호~.
우리나라 많은 폭포들 중 감히 최고라 말하고 싶다!
먼저 다녀온 친구들이 강추했던 이유를 설명 없이도 느낄 수 있는 웅장하고 멋진 엉또폭포~.
오늘은 왠지 좋은 일만 가득할 듯!!!
마수걸이부터 횡재한 기분으로 영실탐방로에 와보니
하늘빛도 풍광도 기대 이상의 황홀경이라 가슴이 두근두근~.
계곡의 맑은 물소리를 응원가 삼아 빨려들 듯 숲으로 들어선다.
어제 산행의 후유증이나 앙금 따위는 이미 잊은지 오래~.
계곡 옆 숲속으로 이어진 오솔길이 끝나니 된비알이었지만 그것도 잠시!
전망대에 오르니
왼쪽엔 병풍바위와 폭포, 오른쪽으론 광활한 탐라의 황홀경이라~.
어제는 악몽은 없다!
그냥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 가슴으로 느끼는 환희를 즐기면 된다.
나를 향한 사랑과 더불어
5월의 시 - 괴테
오오 눈부시다
자연의 빛
해는 빛나고
들은 웃는다
나뭇가지마다 꽃은 피어나고
떨기 속에서는
새의 지저귐
넘쳐 터지는
이 가슴의 기쁨
대지여 태양이여 행복이여 환희여!
사랑이여 사랑이여!
저 산과 산에 걸린
아침 구름과 같은 금빛 아름다움
그 크나큰 은혜는
신선한 들에
꽃 위에 그리고
한가로운 땅에 넘친다
소녀여 소녀여
나는 너를 사랑한다
오오 반짝이는 네 눈동자
나는 너를 사랑한다.
종달새가 노래와
산들바람을 사랑하고
아침에 핀 꽃이
향긋한 공기를 사랑하듯이
뜨거운 피 가슴치나니
나는 너를 사랑한다
너는 내게 청춘과
기쁨과 용기를 부어라
새로운 노래로 그리고 춤으로 나를 몰고 가
나니
그대여 영원히 행복하여라
지금 터질 듯한 가슴을 딱히 표현할 언어구사 능력이 없으니 어쩌겠나!
같은 느낌을 노래한 유명인의 글이라도 인용할 밖에.....
***그대여 영원히 행복하여라 . 나를 향한 사랑과 더불어***
제주도의 특징이 요 까마귀인데....
섬나라 일본에도 저 까마귀가 많았던 기억이라 결국 까마귀는 섬을 좋아한다???
병풍바위와 오백나한을 벗어나니 또다른 풍광이 펼쳐진다.
윗세오름으로 향하는 길인데 하늘빛과 어우러져 실로 멋진 작품의 연속이다.
여기도 한라산인지라 삶과 죽음의 경계가 모호한 그냥 한폭의 그림 같은....
짧은 된비알, 그것도 데크가 깔린 길응 조금만 오르면 바로 선경이니
영실에서 윗세오름, 백록담 남벽으로 향한 이 코스가 최고의 절경이리라 확신한다.
1700고지에 이런 습지가 있다는 것도 참으로 신비롭다.
백록담 남벽이다.
왼쪽이 윗세오름이고 오른쪽이 남벽이다.
윗세오름에서는 어리목탐방로따라 어승생악으로 이어져 있고,
남벽은 분기점을 지나 돈내코탐방로가 있는데
오늘은 여기서 원점회귀다.
영실탐방로 입구에서 맴돌고 있을 가족들과 점심을 하기로 했기에....
1700고지에 이토록 넓은 평지와 습지가 있다는 게 신기하네~.
윗세오름대피소쪽~.
백록담 남벽의 웅자!
6월3일부터 철쭉제라니 날잡아 논 친구는 제대로 즐길 수 있겠구먼~.
여기까지 뒤따라 온 동서가 담아준 인증샷 한 컷!
짧지만 강렬했던 영실 코스에 마냥 행복하기만~.
기다리던 가족들과 만나 과일과 커피로 허기를 때운 뒤 서귀포로....
주차장에서 돌아본 영실탐방로 풍광인데....
역시 아름답다!
도로변 풍경들...
제주 특식으로 늦었지만 맛난 점심 후 일몰은 협재에서 보기 위해 드라이브를~.
밀밭과 풍차가 있는 풍경~.
탐라에서 말 목장도 빼놓으면 안되쥐~.
협재해수욕장!
해무로 멋진 일몰은 없었지만 바닷바람을 쐬는 것으로 만족!
모래톱 위로 서서히 바닷물이 들어오고....
고독을 취잉컴처럼 씹고있는 아픈 청춘을 모델로....
여기도 있네!
이래서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건가?
해변 찻집에서 여유로이 지는 해를 바라보며 꿈 같았던 이틀간의 일정을 마무리한다.
내일도 오늘 같기를 소망하며....
********************************&************************************
월요일,오전 비행기로 일상으로 복귀하며 창에 비친 오창뜰 몇 컷!
살면서 가끔은 일탈을 꿈꾼적이 있었지만
매번 꿈은 꿈일 뿐이었는데...
내게 또 내일이 있음이 행복한 오늘!
내일도 오늘 같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