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천동 오수자굴까지~.
2018년 1월 13일 (토욜)
"시작은 미약했지만 그 끝은 창대하리라!"
언젠가 성서에서 읽은 적 있었는데
때론
꿈은 창대했지만 끝이 초라할 수도 있지~.
오늘 산행처럼....
하지만
또다른 경험을 만끽한 하루였기에 기분 좋은 마무리!!!
밤샘을 끝내고 귀가한 시간이 5시경~.
두어 시간 남짓 눈 좀 붙치고, 약속된 산행을 위해 눈내리는 어둠을 헤치며 덕유산으로 출발!
구름 사이로 보이는 덕유산 고스락의 눈꽃에 가슴은 두근거리는데,
많은 산우들 틈새를 헤집고 걷기가 만만찮은게 내심 불안하다.
조금이라도 한적한 코스를 택해
백련사~오수자굴~중봉~향적봉에 올라 하산은 상황에 따라 곤두라도 염두에 두고,
오늘은 넷째 동서랑 동행이라 한걸음 뒤에 따라가는 걸로....
이제 백련사 초입인데, 여기까지 오기가 쉽잖았다.
평소 맛보기 산책로인데 워낙 많은 산우들이 엉켜 페이스 유지가 어렵고,
풋석이는 눈이 높이 쌓여 걸음걸음마다 백사장을 걷는 것 보다도 체력 소모가 심할 듯~.
백련사를 지나 5~60cm 이상으로 쌓인 산죽 눈덩이 사이로 난 외길따라 오르는데,
교행할 때마다 옆으로 비켜주려면 무릎위까지 눈에 빠져야 하니 원~.
함께한 동서가 걸음을 멈추는 빈도가 늘어나고, 쉬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보며,
종주는 이미 접었지만 오수자굴이라도 보여주고 싶은데....
잠시 하늘이 열린 틈으로 겨우살이 군락이 보이고....
*** ******* & ******* ***
겨울 산에서
- 한여선
천상의 한 자락이 여기 내려와
꿈속인양 앉았네
하얀 겨울 산
한 점 티 없어라
무구한 산 빛
날 부른 산 음성 순결함이여
하늘의 무수한 별
그 어느 곳에
이토록 아름다이 눈이 내리고
가슴 벅찬 생명의 노래 흐르라
숫눈길 오르는 겨울 산에 아침
깊은 골짜기 이름 잊은 풀잎도
이 겨울 눈꽃으로 산을 밝히네
깊은 골짜기 이름 잊은 풀잎도
이 겨울 눈꽃으로 산을 밝히네
*** ******* & ******* ***
눈에 보이는 것은 하얀 눈과 초록의 산죽이라~.
주변엔 나목도,
잎을 떨구지 못한 단풍도 많이 있지만 눈에 들어오는 건 오직 눈과 산죽!
3단 스틱의 2단을 집어삼킨 눈더미를 헤치며 오르는 게 정말 쉽잖은데
눈 마져 마른 눈이라 뭉쳐지질 않으니 체인이 아닌 독수리발 아이젠으로 찍어도 그냥 미끄러져
한걸음을 내딛으면 반걸음은 되밀리는 상황이다.
마치 하얀 눈 속에서 '마이클 잭슨'이 "문워크"를 추고 있는 듯!!!
오수자굴 600m를 앞두고
경사가 좀 가파라지면서 주춤거리던 동서가 주저 앉는다.
한참을 쉬며 빵과 뜨거운 스프로 허기도 채워보지만
예단할 수없는 진행은 할 순 없기에 하산을 결정했는데
이번엔 동서가 반대다.
날씨가 춥지않고 내려가는 건 견딜 만하니,
천천히 백련사로 가 기다리겠단다.
예서 오수자굴까지 왕복 1,200m, 백련사까진 2,200m니
동서가 30분 정도의 하산 시간에 커피 한잔 할 10분까지 40분을 잡고,
난 그 시간에 600m를 올라갔다 2,800m를 내려와야한다는 건데....
그래! 해*보*자~*
안 해보고 후회하느니 사진이라도 몇 컷 담아오자!
카메라도 백팩에 집어넣고,
더욱 높이 쌓인 눈에, 더 가파라진 산길을 미친듯이 올라왔는데
오수자굴 정면에 퍼질러 앉아 술판을 벌린 잡것들이라니.....
대한민국은 언제쯤이나 저런 인간 쓰레기들이 분리수거 된 맑고, 밝은 사회가 될런지~.
아쉬운대로 우측 옆 모습으로 오자수굴 인증을....
복받쳤던 울분을 진정시키고,
자연의 신비로움을 조심조심 정성을 모아 손폰에 담는다.
아래 역고드름과 위 순고드름이 서로 자라 교차되는 것도 있네!
빛이 있으면 영롱한 아름다움이 있었을 텐데...
동서에겐 미안하지만 이렇게라도 몇 컷 담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서둘러 자리를 뜬다.
그리고는 거의 미끄럼을 타는 듯 비알길을 내달린다.
마음도 몸도 급하지만 좋은 풍경을 놓칠 순 없으니 손폰에 담으며....
겨 울 날
-신경림
우리들
깨끗해지라고
함박눈 하얗게
내려 쌓이고
우리들
튼튼해지라고
겨울 바람
밤새껏
창문을 흔들더니
새벽 하늘에
초록별
다닥다닥 붙었다
우리들
가슴에 아름다운 꿈
지니라고
아직도 작은 일에 一喜一悲하고, 남의 탓을 일삼는 내 부족함을 반성하며
순백의 세상에 아름다운 꿈을 간직하고 살아보려고....
곧 무너져 내릴 듯 한데도 보는 즐거움을 주는 저 소복한 눈더미처럼!
요런 기묘한 동거도 있고...
백련사에서 예상보다 10여분 더 기다리던 동서와 재회!
차분히 겨울 산의 아름다움을 즐기며 아주 여유로운 마무리~.
헐~,
오수자굴의 신비로움과 비견될 또다른 아름다움을 만났다.
결도, 색감도, 무늬도, 어느 것 하나 예사롭지 않은 나목!!!
지겹도록 긴 예의 그 구천동 계곡 눈길을 걸어 삼공리 주차장에 도착하니
어느 덧 덕유의 고스락엔 석양에 물들고 있었다.
가슴 두근거리게 한 눈꽃산행은 아니었지만 평생 이토록 지독한 눈길 산행은 처음인 듯!
예전 함백산에서 보다도 더 심했으니....
겨울 덕유산의 황홀한 눈꽃이 못내 아쉬웠지만
오늘 산행도 평생 기억에 남을 듯하니
결코 손해본 것은 없을 듯!
수고한 동서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건강을 빌며...
내일도 오늘 같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