村場의 自然in~*

서리꽃 황홀한 속리산~*

村 場 2017. 12. 24. 21:48

2017년 12월 23일 (토욜)

 

어느덧 정유년도 저물어 세밑인지라 한 해를 마무리하려는 나름의 의도를 품고,

속세를 떠난다는 '俗離'라는 설과

높음, 꼭대기를 뜻하는 '수리'의 차음이라는 설의

"속리산으로 들어간다.

 

첫 시내버스를 이용 남청주정류장에서 7시 05분 속리산행 버스에 몸을 실었지만,

우중충한 날씨에 포근하기까지 해 큰 기대없이 몸풀기 산행이나 하면서

조용히 나를 돌아보려고.....

 

 

 

들머리 빠른 길을 택해 걷다보니 수종이 다른 이색 커플의 묘한 상생도 있네!

 

법주사는 나올 때 들러 예를 올리는 걸로~.

 

 

 

 

한참을 걷고서야 만난 세심정.

이름만 보면 세속의 마음을 깨끗이 씻는 곳 같은데 실상은 차와 술을 파는 집인 듯~.

암튼,

이 갈림길에서 난 오른쪽 천왕봉을 향해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연휴의 유명 국립공원인데 사람은 구경하기 조차 힘드네!

비싼 입장료 징수로 계속 구설수에 휘말리더니 그 여파 때문인가?

어짜피 나홀로 산행엔 한적하니 좋다.

혹시 모를 산손님(?)의 불쑥 출현만 없다면.....

 

 

가야할 코스도 꼼꼼하게 챙긴다.

나홀로 산행은 매사 자급자족이라 사소한 실수나 부주의도 용납될 수 없으니....

 

 

 

 

학소대.

암벽이 멋진 주왕산, 도명산에도 있는 그 이름인데 여기도?

 

 

 

속리산엔 이런 석굴이 많았었지~.

예전 고대산에서 폭설을 피할 수 있었던 벙커처럼 위급시를 위해 입력해 두는 센스!

 

 

 

점점 쌓인 눈과 얼은 곳이 많아 아이젠을 신을 때까지도 별 기대 없이 그냥~~~.

 

 

설산에선 체력소모가 40% up 된다지만 겨울엔 그래도 눈이 있어야 제 맛이지~.

 

 

 

좋다!

눈속의 산죽이 이토록 멋진 수묵화로 날 반겨주다니 웬 횡재란 말인가~.

 

헌데........

이것은 서막에 불과했다!

 

 

문장대와 천왕봉으로 갈라지는 마루금에 올라서니 여긴 완전 별천지~~~.

줄곧 뿌연하게 시야를 가리던 지겨운 안개가 화려한 서리꽃으로 변하는 마술이

눈 앞에서 펼쳐지는데 그만 넋을 놓아 버렸으니....

 

 

 

붉은 단풍에 하얀 서리꽃이 만발하니 황홀토록 아름답다!

 

 

wow~~

 

앙상했던 나목에 양털 숄이라도 걸친 듯

날카로운 듯 부드러운 서리꽃이 눈과 발길을 잡으니 옴짝할 수가 없네!

 

자연의 신비로운 조화가 경이롭고도 아름답지 않은가!!!

 

 

 

 

속리산 설경

 

                                                     - 석 선

간밤부터 하늘의 천사들이

설화 꽃잎 뿌려 주더니

아까참에는 꽃바구니째 뒤집어엎어

다 쏟아준 후에야 끝을 낸다.

그 꽃잎들 온 산의 마른 나무 소나무 가지마다

사뿐사뿐 내려와 앉더니만

송이송이 백화송이

활짝활짝 피어 만발하였구나

 

오, 아름다운 겨울 낙원

오, 아름다운 속리산 낙원

나는 급히 문을 열고 뛰어나가

부지런히 속리산을 들어가 보니

 

아! 이곳이 어디메냐

이 곳이 바로 천국이냐

이 곳이 바로 하늘 낙원이냐

 

바싹 말랐던 마른 나뭇가지들

어느새 화려한 백화 꽃무늬 때때옷 갈아입고서

청청한 소나무들은

우아 쳐다보며 환히들 웃고 서 있는 모습들이

내 마음 황홀하고 눈이 부시어

넋을 잃다 못해 탄성을 지르게 하는구나

 

오, 아름다워라. 아름다워라.

 

 

 

 

저기가 천왕봉인데....

갈림길에서 예까지 600m를 몇 시간 걸렸는지 알 수도, 알고 싶지도 않다.

 

 

 

 

 

 

비몽사몽으로 넋을 잃고 올라온 속리산 고스락 천왕봉인데

발아래 세상이 아무것도 뵈는 게 없네~.

뵈는 게 없으니 아쉬울 것도 없고, 부러울 것도 없는 여기가 천국이요,

이곳엔 나 혼자뿐이니 내가 곧 신선 아니겠나!!!

 

헐~* 

내가 있는 이곳이 '천상의 화원'인지, '심해의 용궁' 산호초  밭인지 헛깔리네~.

 

 

 

오르며 수없이 샷터를 눌렀던 그 길로 다시 내려오는데도

처음 보는 듯 생소한 풍경이 또다시 펼쳐지니 마술에 걸린 듯 움직일 수가 없다.

 

 

 

간신히 정신을 수습해 내려오니 이번엔 바위와 산죽에도 꽃이 피었네~.

 

 

묘하게 생긴 나무도 있고.

 

또 석굴들이 좌우로 있고.

 

묘하게 문양를 조각한 바위도 있네~.

 

바위를 감고 승천하려는 이무기?

 

요렇게 생긴 바위엔 이름이 있을만도 한데~.

 

 

천상 화원을 벗어나는가 싶더니 이번엔 기기묘묘한 바위들의 전시장이~.

 

 

그러다 갑자기 일진광풍이 불어오면 나목과 바위에 또다시 흰꽃이 핀다!

내가 평소에 덕을 쌓은 게 없는지 산행마다 수묵화라고 툴툴댔는데

오늘은 아니다!

내가 아니면 내 조상님께서 베푼 덕으로 횡재를 만났으니

이 행복한 순간을 맘껏 즐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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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리 산

                                               - 나희덕

가파른 비탈만이

순결한 싸움터라고 여겨온 나에게

속리산은 순하다순한 길을 열어 보였다

 

산다는 일은

더 높이 오르는 게 아니라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이라는 듯

평평한 길은 가도가도 제자라 같았다

 

아직 높이에 대한 선망을 가진 나에게

세속을 벗어나도

세속의 습관은 남아 있는 나에게

산은 어깨를 낮추며 이렇게 속삭였다

 

산을 오르고 있지만

내가 넘는 건 정작 산이 아니라

산 속에 갇힌 시간일 거라고.

 

오히려 산 아래서 밥을 끓여 먹고 살던

그 하루 하루가

더 가파른 고비였을 거라고.

 

속리산은

단숨에 오를 수도 있는 높이를

길게 길게 늘여서 내 앞에 펼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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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높이, 더 높이...

 눈과 마음은 위로 향하기만 하는데 세월은 더 길게, 더 멀리, 더 넓게 보는

 수평적 사고를 체험할 기회를 제공해 주는 듯!

 시간이 흐르면 다 그만인 것을 그때는 왜 몰랐는지....

 구불구불 고개를 넘어가야 만나는 그 곳 속리산!

 산은 높이 솟았지만,

 밑변도 충분히 길게 연결해 주는 것이 묘하기만 한 속리산이다.>>>

 

 

단풍에 핀 서리꽃과는 또다른 나목과 바위의 서리꽃!

 

 

 

이렇게 멋진 서리꽃을 본 것이 얼마만인가!

정유년을 돌이켜 볼 생각도,

다가올 무술년에 대한 소망도 지금은 없다.

그냥 이 황홀하도록 행복한 순간을 즐기고 싶을 뿐~.

 

 

 

 

 

 

서리꽃이 시들면 요런 기암괴석이 또 눈길을 잡아끄는 속리산의 매력이라!

 

 

천왕봉에서 비로봉~입석대~신선대~청법대~문수봉~문장대까지 이동하는 동안

바람이 불면 서리꽃이 피었다가 포근한 날씨에 금새 녹아 사라지는

자연의 신비로운 조화를 수없이 보고 또 보는 즐거움을

인연들과 함께하고 싶다!

 

 

요기도 또 석굴이~.

 

 

 

요 하얀 면사포를 쓴 바위는 또 어떤가!

발길을 잡는 꽃잔치에 이젠 일몰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니 원~.

 

 

암벽에 달라붙은 억척스런 나목에도 여지없이 서리꽃은 만발하고....

 

 

 

늘 푸른 솔벗도 오늘은 하얗게 단장을 했다.

 

하늘빛이 좀 푸르러지니 암릉미로 승부를 거는 속리산의 위풍당당한 자신감을 보라!

 

 

 

 

 

겨울산행중 빼놓을 수없는 즐거움이 요런 산죽이 어우러진 눈길을 걷는 것인데....

 

신선대 산장을 지나 좀 걸으니 머잖은 곳에 문장대가 보인다!

 

 

문수봉에서 돌아본 천왕봉까지의 마루금!

 

 

 

산토끼 발자욱인가?

산죽 옆을 지나간 산짐승 흔적에 호기심이 발동했지만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참자!

 

문장대에 도착하니 신비롭게도 하늘이 활짝 열리고

이젠 하늘빛이 서러꽃 못잖게 황홀하니 진정 복 받은 날~~~.

 

 

 

 

문장대에서 담은 주변 산군들......

 

 

 

 

렌즈를 바꿔 주변 암봉들을 당겨본다!

 

 

 

 

 

해가 서산에 걸리고서야 하산을....

 

 

 

되비알은 언제나 천천히 조심조심~>>>>

 

 

계곡은 말랐지만 산죽과 붉은 단풍의 어우러짐은 여전히 아름답다.

오늘은 복 받은 날이라는 걸 확인이라도 하듯 때맞춰 빛내림까지...

이런 것을 두고 화룡점정이라지!!!

 

청정지역을 말해주 듯 겨우살이가 집단군락을 이루고...

 

 

 

천왕봉과 문장대로 갈렸던 그 세심정!

 

 

 

 

 

오를 때 지름길을 택했으니 내려갈 땐 '세조의 길'을 택해 유유자적이라~.

 

 

 

 

 

 

계곡엔 철분이 많이 함유되어 붉은 물빛에 반영된 나목을 담아 본다.

 

속리의 뜻대로 속세를 떠나 정갈해진 마음으로 법주사로~.

 

 

 

 

곧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성탄절인데,

석가나 예수께서 이 땅에서 이루고자 했던 뜻은 똑 같을 것이라 믿는다.

 

부디 온누리에 사랑과 자비를 베푸시어

질병과 처절하게 싸우는 인연들에겐 온전한 건강을,

물심의 궁핍으로 어려움을 격는 인연들에겐 넉넉함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함께하는 모든 인연들이

보다 안정된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심신의 여유로움을 주시옵소서!

 

 

 

 

 

 

 

정유년!

대내외로 혼란스런 정세만 뺀다면 내겐 크게 여한이 없는 한 해였기에 쿨하게 아듀!!!

청주에 둥지를 틀고 맞이하는 무술년을 기대하며,

왼종일 흥분으로 들떴던 가슴을 진정하고 산행을 마무리 한다.

 

 

 

 

지난 계룡산에 이어 오늘 속리산까지 충청의 명산에

귀향의 심정을 고하였으니

이제 다가올 무술년에 깜냥껏 열심히 살아보리라 작심하며...

 

함께하는 인연들의 안녕을 진정으로 빌면서 

내일도 오늘 같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