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비 속 설악의 단풍과 십이선녀탕계곡~*
2017년 10월7일(연휴 8일째)
일주일만에 다시 찾은 설악산!
안개비 속 가을 정취 물씬하고, 단풍 곱게 물드는 천상화원을 친구들과 함께~.
오늘 코스는 장수대~대승폭포~대승령~안산~십이선녀탕계곡~남교리로 정하고,
우려했던 바와는 다른 파란 하늘빛에 감사하며 설악의 품으로...
산에 들어선지 이제 10여분인데 앞산에 왠 먹구름이....
대승폭포로 오르는 등산로는 가파랐지만 하늘빛은 황홀한데~.
계곡으로 갈라 선 양쪽 마루금의 하늘빛이 흐림과 맑음으로 양분됐네!
일기예보엔 오후부터 갠다고 했으니 좋아지겠지....
혹시나 기대를 걸고 숨가쁘게 올라온 대승폭포인데, 오늘도 역시나!
언제쯤 저 멋진 직벽에서 시원스레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를 볼 수 있을런지~.
졸졸졸 그려놓은 물줄기을 받쳐주는 단풍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다시 대승령을 향한 숨가쁜 오름은 계속 됐지만.....
이보시게나!
그대 같으면 이런 꿈 같은 황홀경에 취해서도 힘이 든다고 할 수 잇겠는가?
그냥 걸음걸음 놓인 가을 정취를 사뿐히 즈려밟으며 가슴으로 느끼면 된다!!!
소월께서 진달래꽃을 그렇게했듯이~.
반백년 지기 3명과 지인 2명을 포함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6인은 아무 말이 없었다.
이따금 카메라, 또는 폰카에 느낌 그대로를 담으려 정성을 다할 뿐~.
핏빛 단풍에 안개비가 내려앉으니....
참으로 곱다!!!
요즘 후학 양성과 왕성한 집필 활동으로 바쁜 틈에도 어렵게 시간을 낸 신 박사!
폐 끼칠까 걱정이라더니 웬 엄살이 그리 심하셔~.
완전 선두 대장감인데....
늘 웃음 속에 애국의 길을 몸소 실천하는 장 장군!
합동 산행시엔 내가 맨 후미를 맡아 늘 뒷모습만 보았는데, 정취에 취하셨나~.
예보와는 반대로 맑던 날씨가 이젠 완전 운무 속 안개비까지 오락가락하지만
이것 또한 가을 운치를 더해주는 보너스가 아니겠나!
*이 회장이 보내준 정상 인증 사진 두 컷!
대승령에 올랐어도 조망은 완전 꽝이다만 무얼 더 바라겠나!
지금,
우린 천상의 화원에서 산책을 즐기는 신선이거늘~.
대승령에서 안산으로 향한 마루금인데
물기 머금은 형형색색 단풍에 촉촉하게 젖은 숲길, 안개비가 가져다 준 운치까지....
생각잖은 호사는 엊그제 한가위에 모셨던 조상님 은덕이라 믿기에 감사, 또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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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 따뜻한 가슴을 지니게 하소서
- 이 채.
가을엔 마음의 등불 하나 켜 두게 하소서
하루의 아픔에 눈물짓고
이틀의 외로움에 가슴 쓰린
가난해서 힘겨운 나의 이웃이여!
그 가녀린 빛이 무관심의 벽을 넘어
우리라는 이름의 따뜻한 위로가 되게 하소서
가을엔 뜨거운 눈물의 의미를 깨닫게 하소서
나무가 열매를 맺기까지
참아낸 긴 시간들이 알알이 익어갈 때
우리 살아가는 인법도 이와 같아
인내와 믿음과 기다림의 눈물 없이
어떻게 사랑을 말할 수 있으리오
가을엔 따뜻한 가슴으로 기도하게 하소서
같은 비바람을 거치고도
열매를 맺지 못하는 나무와
나무를 떠나 흙으로 돌아 가는 낙엽을 위하여
희망을 잃고 방황하는 누구를 위하여
건강을 잃고 신음하는 그 누구를 위하여
가을엔 비움의 지혜를 깨닫게 하소서
오르지 못할 나무를 쳐다보기보다
지는 낙엽의 겸허함을 바라보게 하소서
욕망의 늪은 그 깊이를 모르고
욕심의 끝은 한이 없나니
하늘을, 세상을 원망하기보다
오늘 살아 있음에 감사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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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
따뜻한 가슴으로 뜨거운 눈물의 의미를 깨닫게 하시고,
비움의 지혜와 오늘을 살아 있음에 감사하게 해 달라는 시인의 마음을
아름다우면서도 혼돈에 싸인 듯한 안개 속을 걸으며 곱씹어 본다!
나 또한 그렇게 살고자 깊이깊이 다짐하며...
여기도 출금이네!
안산을 갈 수 없다니 여기서 딱 한 잔씩의 정상주를 곁들인 소박한 산상 오찬을 나누고,
바로 십이선녀탕계곡으로...
1400고지를 올라왔는데 내려가는 길이라고 편할 리 있겠냐만,
계곡이라 더욱 촉촉한 단풍과 천년 주목들이 반겨주니 인사 나누느라 힘들 새도 없네~.
정말, 오늘 단풍구경 제대로다!!!
계곡에 가까워지니 원시림 못잖은 자연의 참모습이 눈을 사로 잡는다.
바위와 나무의 구분이 어렵지만 굳이 구분해야할 이유도 없다.
이것이 곧 내가 추구하는 자연in이요, 자연스러움이니까!
요건 색다른 자연 현상이네?
틈새에 나무가 자라면서 쪼개진 바위는 봤어도,
바위를 껴안으려 제 몸을 쪼갠 나무는 처음이니 그것 참.....
여기부터 십이선녀탕 계곡인가?
색깔이 다양한 오색 단풍이 또다른 아름다움으로 우릴 반기네~.
비록, 속은 다 내줬지만 충분히 제 몫을 다하는 주목들~.
그 경이로운 생명력!!!
안개비 속 몽환적인 단풍 숲의 모습을 보는 지금의 느낌이 어떻소?
이제 십이선녀탕의 절경이 시작될 듯하니 기대를 갖고 가 봅세나!
졸졸 흐르던 물길이 모여 곧 바위를 깍아내고 탕을 만들겠지~.
호흡을 가다듬고 눈길을 돌려 주변 산들도 담으며....
그렇게 또 기대 속에 한참을 내려오니...
비로소 십이선녀탕이 눈앞에 펼쳐진다!
판소리 춘향가의 한 대목처럼 이리도 보고, 저리도 보며....
이어진 또다른 탕~.
그리고 또...
그냥 맑은 물속으로 온통 빠져든다!
이곳이 십이선녀탕의 랜드마크인 용탕폭포와 복숭아탕인 듯!
거 참! 묘하게도 생겼잖는가?
국립공원에서 알탕하면 불법이라지만 욕심이 동할 만큼 멋진 개인욕조네~.
단풍과 어우러진 물결 모양이 색다른 아름다움으로....
십이선녀탕 하나하나의 멋과 매력에 빠져 이곳까지...
지난 공룡능선 무박산행이 암릉 위주의 체력 훈련이었다면
오늘은 감성과 힐링의 산행이 아니었나 싶다.
예약도 할 수 없어 험난한 여정이 예상되는 귀경전쟁을 치르려
뒷풀이도 최소한으로 간략히 마치고 바로 출발~.
천우신조랄까?
우연이라기엔 너무나 절묘하게 차편이 연결되어 21시30분경 동서울에 도착!
이또한 조상님의 은덕이라 굳게 믿으며 감사의 마음으로 오늘 산행을 마무리한다.
빗길이라 내심 우려했지만 무사무탈히 즐거운 산행을 함께한
벗들과 산우들께 감사하며
내일도 오늘 같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