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방산에서의 오지탐험~.
2017년 9월 2일 (토욜)
가뭄과 긴 장마로 종주산행을 자제하고
두 달째 계류의 시원함과 연꽃의 아름다움을 즐겼었는데,
이제는 9월~.
황홀한 하늘빛이 날 유혹하니 못이기는 척 따라나섰다.
오늘은 오대산 국립공원에 위치한 높이가 1577.4m인 '계방산'으로
1.한라(1950m), 2.지리(1915m), 3.설악(1708m), 4.덕유(1614m)
다음의 5번째로 높은 산이다.
주로 겨울산행지로 알려져 고스락에서 이승복기념관쪽으로 하산하는데,
오늘은 운두령~계방산~소계방산~내린천발원지~칡소폭포로 새로움을 더했다.
육산이기에 들머리 계단만 오르면 신선놀음 산책로지만 그 즐거움이 어디까지 갈런지....
겨울에 왔을 땐 산죽의 푸른잎이 하얀 눈 위로 쏙 올라와 한폭의 수채화였는데~.
들꽃들과 정담을 나누며 일단은 즐기면 된다!
나중 일은 그때 생각키로하고...
경기5악인 화악산은 운악, 관악, 감악산 같은 암산이 아닌데도 악~ 소리가 나는데
더 높고 된비알인 여기라고 만만하겠는가!
바람이 선선하고 숲바다 속 그늘길을 올랐어도 땀이 흥건하다.
마루금은 늘 천상의화원이니 나 또한 신선된 기분으로 또 즐기면 된다!
인생 뭐 있나? 여건에 따라 즐기며 사는 게지!
푸른하늘 흰구름은 언제, 어디서 봐도 여유롭고 포근하니 마냥 좋다!
여긴 주목에 번호표를 달아놨네~.
등산로 주변을 깔끔하게 제초작업을 해 마음까지 편안하니
지금 걷고있는 이 길이 꼭 녹색의 터널인 듯....
그렇게 고스락에 올랐다!
가야할 소계방산쪽 마루금~.
뒤돌아 본 게방산 고스락엔 후미 팀들이....
계방산 정상까지 잘 정비했던 등산로가 이쪽은 완전 가시밭길이다.
대개의 산객들이 이승복기념관쪽으로 하산하니 그쪽 등산로는 정비를 했는데 여긴 헐~.
그래도 들꽃들의 위로와 격려 속에 전진, 또 전진이다.
헌데 선두의 안내표지가 흔들린다.
왠지 방향을 못 잡고 있는 듯 우왕좌왕하니 뒤를 잇는 산우들도 우왕좌왕할 밖에~.
등산로는 희미해 알아볼 수 조차 없고...
얼굴은 나무가지들이 할퀴고, 발목은 가시 덩쿨이 잡으니 뭔가 잘못 되어가고 있는데....
틈틈이 보이는 하늘빛과 들꽃으로 마음을 진정시키며 천천이 진행을....
그렇게 소계방산까지 왔다.
이 산엔 왠 날벌레들이 그리 많은지 사진 속 거뭇거뭇한 점들은 다 벌레들~.
소계방산까지 힘들게 와 얻은 구절초 한 송이!!!
지금도 우린 없는 길을 안내표지을 따라 헤매듯 어려운 진행중인데
언제부턴가 함께하는 산우들의 말 수가 확 줄었다.
다들 긴장하고, 왠지모를 불안감을 동물적으로 느끼고 있는 게다. 나 처럼....
그래도 표정은 여유롭게 주목을 찾아 정성스레 담는다.
자작나무 껍질이 유명 작가의 멋진 작품 같아서 한 컷!
여긴 그래도 능선이라 걸을 만 한데 분명 우린 올라온 만큼은 된비알을 내려가야 할 텐데...
워낙 숲이 우거져 햇빛이 그립다.
안내표지가 반쪽, 다음엔 4등분 해 깔려있더니 지금은 그것 조차 끊긴 오지에서 헤매고 있다.
우리 일행은 12명. 일단은 계곡쪽으로 내려가기로 하고 젊은 산우들이 앞장을 선다.
일행중엔 여산우도 4명이나 있지만 다른 방법이 없기에...
너덜길은 잦은 비로 돌들이 미끄럽고, 덜렁거리다 굴러 내리기까지 하니 불안불안~.
그렇게 두어 시간을 헤맨 후~~~
게곡의 물소리가 들리니 일단은 안심이다.
이미 하산시간인 4시는 넘었으니,
계류가 그토록 맑은데도 땀만 훔치고 또 길을 재촉한다.
여기도 길이 없어 '之'자 행보로 계곡을 넘나들며 하류쪽으로 무조건 내려가는 거다.
큰 바위에 뿌리 내린 나무를 보며 생명의 끈은 생각보다 질기다는 걸 위안 삼으며~.
이쯤 오니 희미하지만 사람 다닌 흔적이 있어 길을 재촉한다.
여기까지 와서 보니 2004년 6월 1일부터 자연휴식제 비탐방구역이라네~.
벌써 14년차지만 대개 20년은 걸리니 아직도 진행중일 듯~.
그것도 길을 놓쳐 엉뚱한 곳으로 내려왔는데 이제야 통화가 가능해 물어보니
各自圖生이라~.
끼리끼리 몇 명씩 조를 짜 알아서 내려왔다니 기가찰 노릇 아닌가!
여기서부터 또 8km를 걸어 본대에 합류하니 이미 한밤중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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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만드신 당신께
- 박경리(1926~2008)
당신께서는 언제나
바늘구멍만큼 열어주셨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살았겠습니까
이제는 안 되겠다
싶었을 때도
당신이 열어주실
틈새를 믿었습니다
달콤하게 어리광부리는 마음으로
어쩌면 나는
늘 幸福했는지
幸福했을 것입니다
목마르지 않게
天水를 주시던 당신
삶은 참 아름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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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란 말은 참 진부해 보이지만
그 솟아 날 구멍으로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현실이라지!
41명이 사고없이 무탈하게 복귀했다는 게 차라리 기적이었다는 생각이니까!!!
시골길을 걷고 또 걷는데 이 들꽃들 마저 없었다면 얼마나 삭막했을꼬?
이렇게 길고도 길었던 오늘 하루가 져문다.
선두대장 왈 '옛 기억을 더듬어 안내표지를 깔면서 진행했는데,
1.소계방산을 지나자 길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2.자주 표시를 하다보니 준비해 간 안내표지도 떨어지고
3.산속이라 핸드폰은 불통이고....
없는 길 만들며 내려오랴 산우들 걱정에 가슴은 져며오지 해는 져물고 죽는 줄 알았다네~.
계획했던 코스랑 진행한 트랭글 기록을 대조해 보니 그저 무사한 게 황송할 뿐!!!
너무 늦어 간단하게 준비해 간 하산주를 나눠마시고 귀가를 서두른다.
그리고
.
.
오늘은 아무 생각없이 그저 감사합니다!!!
그래도
나는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또 산으로 가겠지~.
내일도 오늘 같기를 소망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