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도전한 광교 환종주도 실패라~.
2016년 6월 9일(목요일)
지난 2일 산행을 역으로 광교산 환종주에 재도전 했으나
또 길을 잃고 헤매다 중도 탈출하고 말았다.
그래도 신록 우거진 숲바다의 부드러운 흙길에 그린마대까지 깔아놓아서
포근한 천상의 산책로를 노닐다온 듯
힐링과 웰빙의 하루로 자위하며~.
들머리를 신봉계곡으로 잡아 법륜사 입구에서 마음을 가다듬고 힘차게 출발~.
봄비는 잦았던 것 같은데 계곡은 메마르고 아침인데도 숲은 생기를 잃은 듯하니
분명 산에 나무도 많아졌고, 숲은 우거졌는데 왜 게곡물은 줄어든 걸까?
아쉬움은 크지만 그래도 광교산에선 제일 심산유곡인지라 울창한 녹음이 좋다!
길섶은 산딸기가 먹음직스럽지만 그냥 눈에만 담고 지나친다.
다음에 올 산우들도 한 컷 담아갈 수 있게...
가파른 비알길에서 진땀을 뺀 후에야 만난 수리봉~시루봉 능선길.
운해가 깔린 서울은 뵈는 게 없으니 시루봉 인증샷만 남기고 계속 전진이다!
아무리 바빠도 솔벗들과 인사를 빼먹을 수야 있겠나~.
오늘은 그대들의 응원에 힘을 얻어 광교산을 종주한 후 미답지인 범봉 코스도 가보자구!
형제봉 밑 전망바위에서 돌아본 시루봉~종로봉~형제봉 마루금.
가을 단풍 조망으론 최고의 명당인데...
쪼개져 위험하게 걸쳐있던 바위를 제거하고 안전을 위한 작업중인 형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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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에 서
- 박재삼
그 곡절 많은 사람은
기쁘던가 아프던가
젊어 한창에
그냥 좋아서 어쩔 줄 모르던 기쁨이거든
여름날 헐떡이는 녹음에 묻혀들고
年中 들어 肝臟(간장)이 저려오는 아픔이거든
가을날 울음빛 단풍에 젖어 들거라
진실로 산이 겪는 사철 속에
아른히 어린 우리 한평생
그가 다스리는 시냇물도
여름엔 시원하고
가을엔 시려오느니
사랑을 기쁘다고만 할 것이냐
아니면 아프다고만 할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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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숨을 돌리며 시 한 수를 음미한다.
'산이 겪는 사철 속에 아른히 어린 우리 한평생'이라~.
누군들 곡절없는 삶이 있었겠냐만 이제야 다 내려놓을 때인 것을....
호국보훈의 달.
6.25전쟁 당시 치열했던 전투의 현장에서
당시 군사 작전중 조국을 위해 산화하신 국군장병을 추모하며 잠시나마 고개 숙여 묵념을~.
대한민국 최초로 화장실 문화를 바꾼 반딧불이!
광교산을 돌았으니 이젠 저수지 건너편 수변길을 따라 가다 능선으로 올라탈 예정이다.
모수길이라 표기된 이정표를 따라 흙길과 그린마대를 깔아논 융단 같은 능선길을 걸어
범봉으로 해서 통신대헬기장~백운산~광교산~수지성당으로 가려 하는데...
정작 필요한 범봉앞 갈림길엔 이정표가 목이 부러져 기둥만 있었다.
이리저리 헤매던 중 모기장까지 치고 낮잠을 즐기는 중년 한쌍이 있어 물어보고 진행했거늘
내려와 보니 하광교 버스길이라니 참~. 간절하게 물어봤는데 꿈속에서 헛소릴했나!
이렇게 끝낸 산행이 허무하다만 어쩌겠나!
여기서 돌이키기엔 체력도, 시간도 역부족이다.
접자! 오늘 산행은 범봉 코스를 확인했으니 절반의 성공이라~.
주어진 상황에서 즐긴 것으로 만족할 줄 아는게 우리네 나이 아니던가!
별수 없이 논두렁, 밭두렁을 날머리 삼아 산행을 마무리한다.
길섶의 앵두를 보며 옛 추억을 되새기다 13번 시내버스에 몸을 싣는다.
어짜피 미답지를 갈 때엔 이만한 결과도 염두에 두었으니
딱히 아쉬울 것도 없다만 밀린 숙제로 남을 듯하니
또 다음을 기약할 밖에...
초행길인데 안전하게 나름 즐거운 산행을 마쳤으니
내일도 오늘 같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