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명산의 晩秋~*
2015년 10월 31일 (일)
시리도록 푸른 시월의 마지막 날~.
주말 저녁 처가쪽 행사로 청주 오는 길에
처남,동서와 중대봉~대야산이나 들러보려 길을 나섰는데...
출발은 황홀했다!
개울물에 비친 아침햇살이 이토록 멋진데 어찌 가슴 설레지않으리오~.
이미 해는 중천인데도 날이 추워 억새와 들풀에 내려앉은 서리꽃을 만나는 행운까지...
거대한 암봉으로 웅장함을 뽐내는 중대봉!
오늘은 저 대슬랩을 통과해 대야산까지 갈 예정이었는데 헐~~~.
들머리부터 입산통제라고 철통방어네!
10월15일~5월15일. 7개월간 산불예방을 위한 경방기간으로 위반시 벌금10만 원~.
아쉬움에 2013년 10월20일에 올랐던 3단 대슬랩을 되새기며 발길을 돌린다.
난 법을 존중하니까!
돌아나오는 길에 다시 봐도 예쁜 올 첫 서리꽃과 작별을...
입산이 허용된다는 도명,칠보,군자산 중 가장 근거리에 위치한 도명산으로 향한다.
여긴 가령~낙영~도명산 종주가 딱인데 갈 수있는 곳은 도명산 뿐!
긴 산행에 목매지 않고 주어진 구간에서 최고의 즐거움을 느끼는 것으로 ok!
썩 향기롭지는 않지만 저 아름다움을 어찌 외면하리오!
송시열의
유적이 많고,
우암이 극찬한
화양계곡.
14일.
대전행사때
남간정사 등
우암의 사적과
뜻을 되새기길
기대한다.
다 놓아버려
-원효대사
옳다 그르다
길다 짧다
깨끗하다 더럽다
많다 적다를
분별하면 차별이 생기고
차별하면 집착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옳은 것도 놓아 버리고
그른 것도 놓아 버려라
긴 것도 놓아 버리고
짧은 것도 놓아 버려라
하얀 것도 놓아 버리고
검은 것도 놓아 버려라
바다는 천개의 강
만개의 하천을 다 받아 들이고도
푸른 빛 그대로요
짠 맛 또한 그대로이다
잎을 떨군 나목처럼 나를 내려놓고 첨성대 옆길을 들머리 삼아 도명으로 들어 간다.
나름의 멋을 간직한 자연들과 눈 맞추며 쉬엄쉬엄~~~.
조금만 신경쓰면 보이는 저들의 경외로운 생명력!
이곳에 뿌리내리고 살아온 저들의 위대함에 절로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숲길을 벗어나 조망이 트이니 가슴이 뻥 뚫린다.
지난 덕항산에서 만날 수 없어 아쉬웠던 솔벗들이 반기니 그또한 좋을시고~.
함께한 처남,동서와 도란도란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덧 정상부~.
소나무도 대나무처럼 뿌리가 건너뛰기를 하나?
도명산. 정상에 있는 기암괴석이 이곳의 랜드마크!
옆으로 정상석이 있는데 회사에서 단체로 올라와 식당을 차렸는지 원~.
이 회사 사장은 평소에 애들 굶기며 일 시켰는지 다들 먹는데 환장한 듯... ㅉㅉㅉ
맑던 날씨에 박무가 낀 듯 산그리메가 좀 아쉽다만 무얼 더 바라겠나!
언제 또 볼지 모를 솔벗들과 기약없는 석별의 정을 나누며 하산이다. 천천히~~~.
마애불상군이 새겨진 암벽.
거대 암벽에 불상을 새긴 고려인의 불심과 노력에 찬사를...
이곳이 특수병과 유격훈련장이다.
가령산~낙영산~도명산으로 둘러싸여 좌청룡우백호를 이룬 가운데 암봉인데.
산이 많은 우리나라에선 집을 나서면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숲길.
이즈음에 낙옆지는 오솔길을 걸으며 명상할 수 있다면 분명 幸福한 사람일 게다.
다 떠나서 그에겐 스스로의 즐기운 삶을 향유하고자 하는 여유가 있으니~.
너무나 가물어 나뭇잎도 계곡도 모두 메말라 산에선 고운 단풍을 보기가 쉽지않네~.
학소대.
이제는 화양계곡을 따라 몸으로 느끼는 가을 정취를 만끽하면 된다.
잎새와의 이별에
나무들은 저마다
가슴이 아프구나
가을의 시작부터
詩로 물든 내 마음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에
조용히 흔들리는 마음이
너를 향한 그리움인 것을
가을을 보내며
비로소 아는구나
곁에 없어도
늘 함께 있는 너에게
가을 내내
단풍 위에 썼던
고운 편지들이
한잎한잎 떨어지고 있구나
지상에서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는 동안
붉게 물들었던 아픔들이
소리 없이 무너져 내려
새로운 별로 솟아오르는 기쁨을
나는 어느새
기다리고 있구나
(- 가을 일기 / 이해인 )
<<<곁에 없어도 늘 함께 있는 너~.
흔들는 나뭇잎에 흔들리는 마음이 너를 향한 그리움인 것을 가을을 보내며 비로소 아는구나>>>
값싼 센티멘탈이라도 괜찮다.
스스로의 감성을 외면하면 가뭄에 메마른 낙엽처럼 우리네 가슴도 메마를 밖에...
秋男이라면 어떤가? 어쩌면 살아 있다는 징표 아니겠나!
그렇게 만추의 정취에 흠뻑 취해 시월의 마지막 날을 보낸다.
다시올 수 없는 2015년 10월 31일을~*
함께한 처남,동서에게 감사하고,
오늘 함(函)을 들인 처조카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축원하며 산행을 마무리한다.
늘 한마음으로 내일도 오늘 같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