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무락골에서 思父曲~.
2015년 8월 29일 (토요일)
8월의 마지막 주말.
일주일의 숙려를 끝내고 심신을 추스르려 찾은 仙境~.
새들이 노래하며 춤추는 鳥舞樂골!!!
지난 5월 17일,
화악~석룡산 종주에만 몰두하느라 스쳐지나며 아쉬움에 꼭 다음을 기약했던 곳.
아침이슬 머금은 들꽃의 인사에 이미 초입에서 넋을 반쯤 빼앗겨버렸다.
요놈봐라~. 이 얼마나 실하고 예쁜가!
천대 받는 호박꽃이 요토록 아름다운 열매를 맺으리란 건 상상밖이겠지? 또 그 맛은 어떻고...
가을은 이미 우리 곁에 깊숙히 자리잡은 듯 들국화, 코스모스가 지천으로 깔렸다.
오늘은 골짜기를 따라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걸으며 선경의 고요한 아침을 즐기려한다.
그리고, 지난 며칠에 겪은 애통함과 번다함을 정리도 하고~.
울창한 숲 사이로 햇살에 빛나는 물살의 역동에 솟구치는 만물의 정기를 온몸으로 향유하니,
출발할 때의 비감 보다는 자연in의 여유로 즐길 수도 있을 듯!!!
21일(금), 청주에서 장인어른 제사를 모시고 온 아내와 추모의 념을 나누던 늦은 시각에
수원에 계시던 큰고모님의 부음을 접했다.
고령이시지만 정정하셨는데 낙상에 의한 내상으로 돌아가셨다니...
가족, 친지들과 2박3일의 장례를 모시며, 함께했던 고향 돌밭에서의 유소년기를 추억하고
고인의 명복을 빈다. 부디 영면하시라고...
마음을 정리하고 비운만큼 자연의 아름다움이 채워지는가 보다.
처음부터 무장해제였지만 지금은 완전히 자연과 하나되는 신비로운 체험이 진행중~!!!
24일~27일, 4일간 예정됐던 교육을 수료했다. 무슨 공부 했냐고? 글쎄...
내 산신령도 아닌데 매일 산타령만 하는 것도 그렇고해서 멀쩡한 육신, 남아도는 힘을 쓸
그 무엇을 찾으려했는데 손에 쥔 것은 없다.
그저, 마음을 비우고 시키면 시키는대로 주면 주는대로 먹고 살라더군.
40년 전 신병대 교육을 다시 받는 줄 알았어. 그것이 살아남는 길이라니 어쩌겠나!
누구 말대로 이것저것 다 내려놓고 만수산 드렁칡처럼 마냥 얽혀살면 되다는 건가?
어쨌든 참으로 시원하다!
폭포가 웅대한 것도 물결이 세찬 것도 아니지만, 가슴이 뻥~ 뚫린 듯 상쾌하다.
불과 며칠 전 사촌들의 망극한 통곡도 잠시 잊은 듯...
역시, 난 촌놈이라 산이 좋다.
아름다운 숲이 있어 좋고, 마음을 씻길 물이 있어 좋고, 두서없는 넋두리도 그냥 받아주니 좋고,
또 내 인생의 모두를 포용해 주니 더욱 좋다!
돌밭에 자리를 잡으면 농삿일 어렵다지만, 자연이 주는 즐거움으로 능히 헤쳐나갈 수있을 텐데...
밭떼기 한귀퉁이에 푸성귀나 가꾸며 봄을, 땀 흘려 일하고 신원사에서 시원한 물장구로 여름을,
추수 후엔 연천봉에 올라 갑사의 단풍을 보며 가을을, 겨울엔 죽창들고 상봉으로 토끼사냥이나 갈까?
참 실없는 놈이다.
좀 있으면 경로우대증 받을 놈이 헛꿈이나 꾸고있으니.
이그, 제 곁지기 하나 설득도 못하면서...ㅉㅉㅉ.
요게 쌍룡폭포? 비슷하긴 한데 확증이 없네.
예정대로 계곡만 돌아보고 하산이다.
좌 석룡, 우 화악이 유혹하지만 오늘은 산행보다 심신을 추스르는 게 목적이고,
내일은 일찍 대전에 가야하니...
요즈음 핫한 고은 시인의 詩 한 편.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내일(음;7/17)이 아버지 4주기 추모일.
지금부터 내려가며 내 가슴에 담은 이 꽃들을 몽땅 아버지께 받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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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천
-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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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아버님께서 詩처럼 가시지 않으셨을까 싶다.
엄격한 가문의 장손으로 당신 할아버지의 頑固함에 법대생의 꿈은 펴지도 못한 채
젊은 시절엔 의무와 책임만으로 점철된 한 많은 삶을 사셨지만,
중장년에 이르러서는 비움의 미학으로 여유로운 노년을 보내셨음이 그나마 위안이다.
달에 한두 번 내려가 뵐 때면 정치, 경제, 사회는 물론 당시 3박(박찬호,박세리,박지성)의
활동까지 꿰실 정도셨으니...
아버지! 며칠 전 큰고모님도 가셨는데 혹시 만나보셨어요?
갑작스런 사고라 황망하고 애통함도 크지만 人命在天이니... 아버지께서 맞아주세요!
아버지! 모레가 셋째 회갑이니 어느덧 여섯 형제중 반이 한 갑자를 넘겼습니다.
다들 제 몫은 하고 있으니 근심은 거두시고 부디 평안하십시오!
오늘은 계획대로 번다함을 떨치고 심신의 여유를 재충전하는 것으로 충분했고,
아버지 4주기를 맞아 추모와 추억을 되새기는 귀한 시간이었기에 알찼고 의미가 컸다.
나 또한 비움의 미학을 열심으로 터득해
속마음까지 자연in으로 부족함 없길 기대하며
내일도 오늘 같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