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고대산; 힐링, 자연에서 길을 찾다~*
2015년 8월 1일 (토요일)
어느덧 8월~.
계획했던 하나를 포기하고 얻은 온전한 하루인지라 마음과 다르게 몸은 여유롭다.
경기북부에 아침까지 장대같은 소나기라니 물구경이나 가볼까?
그냥 안타까움과 아쉬움, 더위나 피할 겸...
느지막이 무작정 출발이라 소요산역에 도착하니 신탄리(고대산)행은 50분후에나 있다네.
망설임 없이 소요산 하백운대 능선을 타고 오른다.
소박한 들꽃이 방금 지나간 소나기에 물기 머금은 민낯으로 반겨주니, 역시 탁월한 선택!!!
나를 다스릴 수있는 곳이 산 말고 또 있으랴~.
난마와 같이 얽힌 세상을 살며 매사가 내 뜻대로야 되겠는가!
살다보면 아쉬울 때도 있고, 안타까워도 어쩔 수 없을 때도 있지.
바위에서도, 척박한 돌밭에서도 굳건히 뿌리내린 솔벗들이 늘 내게는 훌륭한 스승이다.
뵐 때마다 많은 가르침과 마음을 다잡게 하는 아주 존경스러운...
지금쯤 여수를 향해 내려가고 있을 친구들 길은 안 막히는지~. 년중 최고로 복잡한 날인데...
함께하기로 했다 나만 샛길로 빠진 꼴이라 미안하고도 아쉽다.
이번만은 곁지기와 함께하려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그러질 못한 것을 어쩌랴!
예전엔 백두대간도 함께 탓던 산우였는데, 자신감까지 상실했는지 나들이를 원치 않으니
그저 세월이 야속하고 안쓰러울 뿐~.
키보다 길게 뿌리를 뻗고, 바위도 밀어내면서도 청청한 멋진 내 친구들!!!
무슨 계란빵버섯인가?
진초록 8월의 산야에 색감만은 최고일 듯하니 양념으로 한 컷!
원시림에 생기가 넘치니 나도 원기충전이라, 몽니 부리던 무릎까지 잠잠해 천만다행이다.
물기 젖은 된비알에 걱정이 태산 같았는데...
드디어 계곡~.
청정수가 넘치는데 선녀는 아니오시고...
진짜 알탕하기에 최상의 조건인데 감히 선녀탕이라 범접할 엄두도 못내겠네그려.
선녀탕을 은밀하게 감싸는 주변의 암벽과 지킴이 솔벗들~.
잠시 숨을 돌리며 멋진 풍광을 즐긴다. 마음을 비웠으니 아주 여유롭게...
저쪽의 직벽폭포가 멋있어 보이는데 접근할 방법이 없어 아쉽네!
선녀탕 계곡을 그리는 화백!
남녀 두 분이 그림을 그리다 갑작스런 소나기에 혼비백산~.
나도 그들과 함께 철계단 밑으로 긴급 대피! 예로부터 '소나기는 피하고 보라'했잖어?
좋은 날씨에 안 미끄러울 때 다시 찾고픈, 분명 멋질 것만 같은 폭포에 자꾸만 눈길이 간다.
방금 지나간 소나기로 숲속이 온통 물안개에 젖어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니~.
그냥 세차게 흐르는 계곡의 물과 그 소리만으로도 이미 난 넋을 놓았다!
자재암의 기암괴석과 작은 폭포.
해탈문을 나서며...
이제 108개의 번뇌 계단을 내려가면 속세로의 귀환인데...
원효폭포~.
소요산을 내려와 15시34분 신탄리행 열차를 기다리는데 소나기가 억수로 퍼붓는다.
덕은 못 쌓았어도 큰 죄는 안 짓고 살았는지 용케도 두 번의 소나기를 피했으니 다행이다.
계곡은 오싹한 한기를 느끼만큼 추웠거든...
신탄리 도착하니 16시 40분.
땅거미가 내려앉은 듯 어스레한 고대산으로 들어 간다.
제3코스를 따라 표범폭포로 향하는데 이미 산속은 한밤중이다.
솔직히 망설였다. 가야하나 여기서 접어야 하나....
인적은 끊긴지 오래고 밟히는 건 미끄러운 너덜지대에 금방이라도 소나기가 올 듯 먹구름까지~.
내 비록 야간산행 장비를 챙겨왔다지만 실족이나 낙상 위험까지 막을 순 없음에.
그래도 이 풍광을 어찌 포기한단 말인가!
심장이 멎을 듯 한 폭포수에 모든 걸 내려놓았다.
지금 이 순간 필요한 건 아무것도 없다. 오직 내가 머무를 수있는 시간만 늘려 준다면...
물이 넘쳐 포토죤에 접근할 수 없어 사진이 한 방향이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랴~.
원래는 표범의 무늬마냥 여러 갈래로 물길이 있어 표범폭포인데 오늘은 그런 것도 필요없이
다시 보기 어려울 표범폭포의 또다른 모습을 보고 있는 게다.
폭 포 읽 기
-신필영(1944~ )
머물러 소(沼)가 되랴 뛰어내려 폭포 되랴
흰 물살 옷고름을 벼랑 끝에 흩날리며
절벽을 몸부림치는 막무가내 이 되풀이
바코드 같은 계단 아득한 그 높이를
물소리 보내주며 바위들은 귀가 열려
무심히 돌아앉은 듯
길 막아서 길을 내는구나
쉽게 포기하거나 현실에 안주하며 살아가는 나에게 일침을 놓는 듯!
아직 오지도 않은 앞날에 불안해 웅크리는 나에게 빨리 일어나 치열하게 살라고...
한참을 도 닦는 수도승인양 넋을 놓고 멍때리다 아쉬운 발길을 돌린다.
여기서 어찌 속세의 오욕칠정을 내려놓지 않으리오!
경치로 선경은 많이 접했지만, 분위기로 신선이 되기는 쉽잖은 경험이다.
그저 묵묵히 물길따라 속세로 향하는 현실이 야속하다만 어쩌랴~.
이건 피서가 아니라 혹한기 훈련이라 햐야하나?
몸은 춥고 떨리지만 마음은 뜨겁고 느긋한지 통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 날아갈 듯 즐겁우니 참!!!
원초적 이곳에서 다 내려놓고 살수만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집을 나설 때 무거웠던 마음을 비우니 이것이 곧 힐링~*
가자!
어짜피 가야할 길인데 조금 늦춘다고 바뀔 것도 아니잖는가!
지금 모든 짐을 내려놓은 듯 홀가분한 기분을 꼭 끌어안고 다시 세상과 부딪쳐 보는게다.
계곡의 마지막 물길에 아쉬운 작별을 고하고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린다.
나를 기다려 줄 내 가족, 내 친구, 그리고 내 삶이 있는 곳으로...
나의 환속을 반기는 것인가?
소나기를 뿌리고 온종일 산속을 어스레한 분위기로 감싸더니 이제야 햇살이~~~.
칡꽃이 한창인 캠프장을 지나~
물길을 따라 걸은 힐링산행을 마무리한다.
다시 빛을 발하는 햇살을 받으며
보다 힘찬 발걸음으로 늦은 귀가를 서두른다.
내일도 오늘 같기를 소망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