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소요산 연계산행.
2015년 6월 21일 (일)
메르스에 가뭄까지
뭐 하나 좋은 일없는 6월이 가고 있다.
내일이면 24절기의 夏至라 여름도 이미 깊었는데
딱히 갈만한 산도 없다.
계곡뿐만 아니라 수목까지 생기를 잃었으니...
그나마 경기북부엔 단비가 내렸다기에 고대산을 찾았는데~.
계곡의 물소리는 없었다!
요건 말등바위라는데~ 왜???
야생화라고는 개망초와 잡싸리꽃 외엔 유일한 게 나라꽃이니 반갑구먼~.
헐~ 소나무 줄기에 백년약속의 링이 있네. 겨울엔 눈에 덮혀 긴가민가했는데...
처음 고대산에 왔을 때.
여기서 부터 눈보라에 길을 잃고 오직 하나 정상엔 벙커가 있다는 믿음하나로 버텼던 곳이다.
늘 암벽에는 지킴이 솔벗들이 있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나를 추위와 허기에서 구해주었던 벙커가 있던 그곳이다.
지금은 정자가 있지만 그때는 지하벙커가 특급호텔만큼이나 포근했는데...
정상. 언젠가 정상부에 데크를 넓게 깔아 편하긴 한데 영~~~
지나온 대광봉~삼각봉~고대산 마루금.
철원쪽~~~
요건 뭐지? 칼러는 국방부고 생김은 문화재청 소속 같네.
파주엔 100mm 가까운 비가 왔다는데 여긴 보다시피!
그래도 단비 한죽금에 수목들은 생기를 되찾아 그나마 다행이다만 내일이 걱정이로고...
표범폭포 옆 묘하게 생긴 암벽.
폭포인지 암벽인지... 그냥 이끼낀 절벽 같다. 고대산 랜드마크중 하나인 표범폭포가~
요즘은 독개구리도 구경하기 쉽잖아서...
울창한 숲길을 걷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한단 말인가? 새벽별보고 예까지 와서~
특별할 것도, 딱히 카메라에 담을 것도 없는 산행을 마무리한다.
철마는 달리고 싶어도 갈 수없고, 나 또한 조금은 실망스런 고대산을 떠난다.
통일 출발역에서 큰 기적소리 울리며 저 북으로 올라갈 그날을 기다리며...
트랭글이 기록한 산행일지.
그렇게 산행을 마무리하고 경원선에 몸을 실었는데
정차역 안내멘트에 덜컥 내린 곳이 소요산역!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길을 재촉한다.
내일이 하지절기니 시간이야 충분하겠지만 괜히 마음이 급해서~.
입장료까지 징수 당하며 자재암으로 왔는데...
원효폭포도 이끼낀 절벽이다!
마음을 비우고 왔으니 홀로 묵언수행이나 하고 해탈문으로 나오려 공주봉쪽으로 오른다.
맨몸으로 태어난 사람도 갈때 옷 한벌은 건져 가는데 어찌 그대들은 발가벗긴째 그리 가는가?
전망바위 솔벗과 인사를 나누며 가야할 마루금을 새겨본다.
여기도 꽃은 나라꽃뿐인겨~
동화되어 산다는 게 이런걸까? 어디가 돌이고 어디까지가 나무인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선녀탕까지 왔는데...
선녀가 목욕하러 왔다가 맨손체조만 하다 가겠구먼~~~
자재암 마당끝의 작은 물줄기~
군계일학 솔벗~.
산에서 가장 어울리는 나옹선사의 글!
마치 오래된 연인처럼 무덤덤히 편한 숲길을 무상무념으로 걸었다.
카메라가 심심할 정도로 굳이 담을만한 것조차 없는 평이한 동네산을 돌 듯~.
그리고 이제 해탈문을 나선다.
잠시나마 속세를 잊을 수 있었음에 감사하며...
트랭글이 기록한 산행일지.
어느 산이면 어떤가! 이렇게 즐기다 가면 되지.
오늘도 산에서 얻은 게 많으니
기쁜 마음으로...
내일도 오늘 같기를 소망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