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량했지만 행복했던 고대산.
2013년 4월 13일 (토요일)
2월 모임에서 계획되었던 고대산 산행.
나에겐 두 달만의, 새로운 일을 시작한 후 처음인 의미있는 산행이다.
코스는 제1등산로를 들머리로 하여 제3등산로로 내려오는 종주길이다.
들머리에서 반기는 생강나무꽃.
정녕, 봄은 이 철책선 가까이에도 왓단 말인가? 가슴이 설렌다.
어휴~! 여긴 노루귀 군락지일세.
그러고는 끝이다. 아직 봄은 오지않았었다.
묘(?)하게 생긴 묘지. 둘레석도 주변도 전체를 돌로 담을 쌓은 별스런 묘지형태다.
등산로 변이 온통 진달래와 철쭉 군락지인데,,,
여긴 아직 한겨울이니 그저 황량한 나목들 뿐인 길을 따라 어느덧 대광정이다.
바위를 가르고 선 나무와 몇 해전 나를 구해준 그 벙커.
저 평야 끝이 미통선이고, 뒤로 북녘 땅이 지척이다.
좌측의 연기는 북애들이 봄이면 년례행사인 화공이라고 이곳에서 군생활을 했던 친구의 설명이다.
그저 평화로운 농촌풍경인데 지금 우린 위촉즉발 상황아니던가!
표범폭포~!
탁족으로 피로를 풀며 여유를 즐기는 친구,
계곡엔 봄이 왔건만,,,
표범폭포옆 암봉의 특이하게 생긴 바위 모양들. 소형 주상절리 같기도 하고,,,
오늘 산행의 대미를 장식할 현호색이 조금은 허전했던 봄꽃산행의 의미를 일깨운다.
봄 밤
-김수영(1921~1968)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
오오 봄이여
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하더라도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기적 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
오오 인생이여
재앙과 불행과 격투와
청춘과 천만인의 생활과
그러한 모든 것이 보이는 밤
눈을 뜨지 않은 땅속의 벌레같이
아둔하고 가난한 마음은
서둘지 말라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절제여
나의 귀여운 아들이여
오오 나의 영감(靈感)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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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순(耳順)을 넘긴 나이.
딸아이의 정성에 수연(壽筵)을 치루고 나니 세상사가 그저 담담할 뿐~!
지난 겨울,
빙화 만발했던 고대산 나목들이 아직도 벌거벗은 채 봄을 기다리고 있것만,,,
그 황량하기까지한 산을 돌아 내려오니 그 또한 하루였다고 웃어 넘긴다.
이제 또 언제 산을 찾을지 기약은 없지만
내 마음은 늘 산!
그 속에서 함께 하라라~.
행복했던 하루, 함께한 친구들에게 감사하며
내일도 오늘 같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