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찾아가세요!
습관처럼 떠났던 토요산행이 가정사에 밀려 일요일에야 시간을 내
여름에 점 찍었던 운악산으로 향한다.
7시에 집을 나서 청량리역에서 9시 출발하는 운악산행 버스(1330-44)로 환승하고 보니 빈좌석이 없다.
내 앞 사람까지도 앉았는데 이게 왠 날벼락인고~! 지옥철 찜 쪄 먹을 버스에서 두 시간여 시달렸더니 온 몸이 다 쑤신다만,
붉게 타는 산으로 홀린 듯 빨려든다.
새로 발견한 기암, 남녀가 포옹하고 입맞춤하려는 잉태바위~?
요건 눈썹바위고,,,
기암과 단풍의 황홀경에 넋을 잃고 두리번 거리다 보니 고스락이 눈 앞인데, 햐~ 이건 내 필설로는 도지히 표현할 수가 없다.
고스락 비로봉에서 절고개, 아기봉쪽~.
미륵바위를 중심으로 뒷쪽은 만경대, 옆쪽은 병풍바위쪽~.
겸재의 진경산수화를 여기에 펼쳐 놓은 듯,
미륵바위 좌측 암릉 길엔 만경대를 줄지어 오르는 산우들까지도 자연in으로 어우러져 아름답다.
헌데, 어쩐다냐~!!!
興盡悲來라더니,,, 이제 만경대에 올랐는데 더 이상 갈 수가 없다.
난간으로 이어진 암릉 외길에서 워낙 인파가 많다보니 서로 맞대고 움직일 수조차 없단다.
마냥 기다려 본다. 그래도 고스락을 밟고 싶은 욕망에,,,
한 시간여가 지나도 제자린데 더 늦어지면 하산 길도 막히겠다는 불안함이 엄습한다.
천상화원도 울고 갈 선경에서 인간의 욕심으로 치킨게임이라니,,, 나 또한 그들 중 하나이거늘 누굴 탓하는고~!
200m 고스락을 포기하고 오늘은 여기까지다.
지금도 비몽사몽 신선놀음인데 더 욕심 내 무엇하랴~.
마음을 비우니 하산길의 단풍이 유난히 더 곱고, 몸도 마음도 새털처럼 가볍다.
*신문에 게재된 詩를 공유하고파 옮겨 적는다.
詩論이 "배꼽이 빠지는 줄 알았다. 푸하하 웃다 보면, 어느새 우리 삶의 한 귀퉁이를 돌아보게 된다."는 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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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찾아가세요
-권오삼(1943~ )
누가 승강기 안에다 똥을 눴다
똥 덩어리가 내 주먹보다 더 컸다
경비실에 가서 이야기했더니
경비 아저씨가 똥을 치웠는지 나중에 보니
똥은 보이지 않고 대신에 승강기 안
게시판에 쪽지 하니가 붙어 있었다
-경비실에서 알립니다-
오늘 어느 분이 승강기 안에다
누렇게 잘 익은 똥 한 덩어리를
빠뜨리고 그냥 내리셨는데,
경비실에서 잘 보관하고 있으니
주인 되시는 분은
꼭 찾아가시기 바랍니다.
다음날 궁금해서 물어보니
똥 찾으러 온 사람은 없었다고 했다
자기 똥은 자기 배 속에 잘 간직하고 있다가
버릴 때가 되면 화장실 변기통에다 버려야
그게 바른생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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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경비 아저씨가 참 좋다.
짜증스럽고 귀찮을 성 싶은데, 초연한 여유와 품격있는 해학이
곧 幸福 아니겠나!
통념상 경비라면 양어깨에 지긋한 세월이 느껴지는
한 때는 꿈 많은 시절, 꽃 피는 봄날도 있었을 것이요,
한 때는 녹음방초에 휘파람 불던 호시절도 있었으리라.
이제 한풀 꺽인, 끈 떨어진 신세라 한탄할 만도 하련만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열린 마음이 부럽도록
참 좋다.
석양에 빛나는 붉은 단풍, 결코 가벼이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경외스럽지아니한가!
가을앓이 하는 마음을 잘 표현한 '미당'의 글로 불타는 산행을 정리한다.
내일도 오늘 같기를 소망하며~!
푸르른 날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
저기저기 저 가을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 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 하리야
네가 주고 내가 산다면 내가 죽고 네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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