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당 물길을 굽어보며,,,
2012년 6월 23일 (토요일; 단오절 전 날)
06시, 눈을 뜨니 벌써 어김없이 떠오른 이글거리는 태양.
계속되는 가뭄의 갈증 풀어 줄 시원한 계곡산행을 계획했었으나 포기하고 선택한 곳 ~ 운길산!
어짜피 계곡은 메말랐을테니 팔당 물길이라도 보고파서 07시에 집을 나선다.
상봉역 "용산~용문" 전동차 시간표
운길산에 도착,
들머리 다랭이 논의 모내기가 가뭄으로 늦어져 아직 흙내도 못 맡았은듯 볏잎이 누렇다. 단오절이 내일인데,,,
논귀퉁이 작은 못 연꽃이 산객의 편찮은 마음을 위무한다.
코스는 운길산역~수종사~운길산~세재고개~적갑산~예봉산~팔당역으로 계획하고
이왕 시작한 산행이니 즐거운 마음으로 출발이다.
개망초와 밤꽃이 만발한 초입,,,
계곡엔 물기조차 없고, 등산로는 흙먼지만 자욱하다.
화마가 휩쓸고 간 자리를 복원시킨 그 경이로운 생명력~!
순간의 부주의가 자연에 얼마나 큰 재앙인지를 깊이 인식하고 조심 또 조심해야겠다.
멋진 솔친구가 반갑다.
허~, 잘 못 왔다. 중간에 우회하여 수종사를 들러야 하는데 된비알 오르느라 지나쳤나 보다.
정상이 코앞이다만 하산이다. 수종사쪽 길로,,,
가파른 비탈을 한참 내려와서야 만난 수종사
서거정이 해동 제일의 사찰이라는 풍광.
500년 수령의 은행나무 밑에서 굽어보는 팔당 물길.
해탈문에서 본 은행나무 밑에선 많은 산객들이 몸과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
처마 선의 아름다움과 풍경소리의 청아함이 눈과 귀를 맑게해 주니, 순간 망설였었지만 내려오길 잘했다.
"전에 봤었는데,,," 핑계로 그냥 지나쳤으면 분명 크게 후회했으리라.
잘 못 된 것보다 잘 못 된 것을 바로 잡지 않는 것이 더 큰 잘 못이리라는 것을 팔당 아리수를 보며 곱씹어 본다.
감로수로 목을 축이고 다시 내려왔던 길을 되짚어 오른다. 운길산 고스락을 향하여,,,
산행 시작한지 5시간 30분 경과. 지나 온 운길산이 멀리 보인다.
활공장에서 본 팔당과 가야 할 예봉산.
묘한 인연~.
마지막 고스락을 찍고 이제 팔당역으로 하산이다. 강 건너 보이는 건 검봉산.
가파른 무상무념으로 걷는다.
오늘따라 바람도 없는 무더위에 산행 7시간을 넘어서니 지치기도 하고,,,
기차를 기다리며
-백무산(1955~ )
새마을호는 아주 빨리 온다
무궁화호도 빨리 온다
통일호는 늦게 온다
비둘기호는 더 늦게 온다
새마을호 무궁화호는 호화 도시역만 선다
통일호 비둘기호는 없는 사람만 탄다
새마을호는 작은 도시역을 비웃으며
통일호를 앞질러 달린다
무궁화호는 시골역을 비웃으며
비둘기호를 앞질러 간다
통일쯤이야 연착을 하든지 말든지
평화쯤이야 오든지 말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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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도 이렇게 간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힘들었던 것도 잊은듯이
무탈함을 자축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