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속의 삶

無題~.

村 場 2012. 6. 11. 13:05

2012년 6월 10일

 

계룡산 자연성릉의 눈꽃이 보고싶다!

 

삼각산 근육질 암봉의 서리꽃도 그립다!

 

초여름, 연초록이 우거진 숲 속에서 심한 갈증을 느낀다. 

 

소나기라도 한줄기 내리면 뿌연 신록에 생기가 돋고, 걸음걸음마다 풀썩이는 흙먼지라도 잠 재울텐데,,,

어제도, 오늘도 소나기 예보는 여전한데 하늘은 퍼렇다.

 

***** & *****

허밍, 허밍

                                    -고영민(1968~   )

 

해질녘 저 밭은 무엇인가

해질녘 저 흐릿한 논 길은

해질녘 밭둑을 돌아 학교에서 돌아오는 거미

같은 저 애들은 무엇인가

 

긴 수숫대

매양 슬픈 뜸부기 울음

 

해질녘 통통통

경운기의 짐칸에 실려 가는

저 텅 빈 아낙들은 무엇인가

헛기침을 하며 걸어오는

저 굽은 불빛은 무엇인가

 

해질녘 주섬주섬 젖은 수저를 놓는 손

수레국화 옆에서

흙 묻은 발목을 문지르는

저 고단함은

해질녘 내 이름 석 자를 적어온

이 느닷없는 통곡은 무엇인가

 

해질녘, 해질녘엔

세상 어떤 것도 대답이 없고

죽은 사람은 모두

나의 남편이고 나의 아내이고

해질녘엔 그저 멀리 들려오는

웃는 소리,

우는 소리

 

허밍, 허밍

***** & *****

 

 

해 질 녘은 낮밤의 경계이고, 삶과 죽음의 경계이고,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이다.

그 경계의 구분이 무너진 애도의 순간에 너무 경황없어 마치 넋 놓은 주문 같은 詩~! "허밍, 허밍"

 

핏기 가신 세상 풍경에 단비를 기다리는 절박한 심정으로 

지난 날의 사진들에 의미를 덧칠해 본다.

 

그냥, 답답해서~~~!

 

계곡을 울리던 물소리 잠잠하니 산이 곧 액틀 속의 수묵화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