耳順 아침에~
2012년 음력으로 이월 스무닷샛날. 耳 順 맞 이 아 침 에 ~
오 래 된 길
길을 보면 떠나고 싶다.
갔던 길도 또 가보고 싶고,
다른 길로도 가고 싶다.
그간 어지간히 쏘다녔지만,
이 땅에서 못 가본 길도 많다.
세상은 길부터 바뀐다.
길이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
빠르고 빠르게 빨리 가려고
좁은 길은 넓히고,
굽은 길은 곧게 펴고,
높은 길은 굴을 뚫는다.
그래서
그런 길이 지나가는 땅의 풍경도
빨리 바뀌고 바뀐다.
내설악에서도 깊은
골짜기에 있는 오솔길이야
바뀔 일이 없을 듯하다.
그러나
사진은 옛적의 길이고
요즘은 그 자리에서
이 길이 보이지 않는다.
주변에 나무들이 숲을 이뤄 가린
그 속의 길은,
그간 더 발달한 사람들이 무리 지어
열심히 자주 다녀서 빤빤하게 넓어졌다.
그간 이런저런 길을 걷고 헤매며 많은 풍경들을 보았다.
케케묵은 말로 하자면 안복(眼福)을 누렸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여기저기를 어슬렁거리거나 기웃거릴 핑계가 확실하게 있었다. 그냥 보고 흘려버린 기억 속의 풍경이 더 좋지만, 그건 꺼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해묵은 파일을 뒤진다. 쉬운 풍경, 그저 눈요기라도 될 만한 이 땅의 풍경들을 꺼낸다.
내설악 깊은 골짜기에는
때 없이 눈이 오기도 한다.
그래도
봄은 올 때 온다.
-*강운구의 쉬운 풍경1*-
별다른 아침상을 받고, 여기저기서 축하 메시지를 받고서야
비로서 내 나이 耳順임을 깨닫고,,,
보던 신문에 같은 생각이 있어 잊기전에 옮겨 본다.
다 좋은데 특히 그 중에 마지막 "그래도 봄은 올 때 온다"
그 말에 공감하며, 아니 그러길 기대하며 耳順을 자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