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산행의 眞髓, 함백산!
2011년 12월 11일 (일요일)
2011~12시즌 첫 겨울산행지로 함백산을 택했다.
백두대간에 위치한 고산인데 가 본적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코스는 만항재~함백산~중함백~은대봉~두문동재(싸리재)~두문동입구.
(*38번 옛 도로가 폭설로 차량통행이 금지되어 싸리재~두문동까지 열두 고개길을 도보로 하산예정)
출발이 산뜻하다.
첫 산행에 서리꽃을 볼 수 있다니 가슴이 뛴다.
시작부터 쌓인 눈이 만만치 않다. 무릎 깊이는 기본이니 쉽지않은 산행을 예고하는듯,,,
서리꽃과 눈꽃, 그 축제의 場 !
정신줄 놓고 오르다 보니 멀리 함백산 고스락이 보인다.
정상부에 오를수록 머리위를 지나는 바람소리가 장난이 아니기에 우선 복장과 장비를 중무장 모드로 전환한다.
깔닥고개는 결코 쉬운 산이 없다.
무릎위까지 푹푹 빠지는 눈길을 선등자의 발자국 따라 한 걸음씩 오르려니 중심이동이 어렵고 힘이 든다.
그래도 좋다. 이런 눈꽃 터널이 얼마만인가!
어느덧 고스락이 눈 앞이고, 산등성이를 타고 넘어오는 칼바람이 내 몸 하나 지탱하기도 쉽지않다만
그속에 핀 눈꽃, 서리꽃은 그 끝날이 예리한것이 1573m 고산의 이름값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발걸음 옮기기가 쉽지않다.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속에도 황홀한 경치에 손 시린줄도 모르고 계속 셧터를 눌러댄다.
태백산보다 그 나름의 운치가 있스면서도 많은 산우들에게 어필되지 않은 함백산 정상.
함백산!!!
세찬 바람에 숨을 쉴 수도, 몸을 지탱할 수도 없어 정상의 인증사진 한 장 못찍고 서둘러 중함백으로 향한다.
1500고지 칼바람만이 만들수 있는 설경이 아릅답지 아니한가!
주목 군락지.
황홀하다! 눈으로 만들수 있는 세상의 모든게 여기 다 모여있다.
살아서 천 년, 죽어서도 천 년이라는 주목도 눈꽃을 함빡 피운채 당당히 서 있다!
조금 아쉽다면 하늘이 더 파랬으면 흰 눈꽃 사진이 산뜻했을텐데,,, 수양이 부족한 인간의 욕심은 참 끝이 없나보다 ㅉㅉㅉ.
겨울 숲에서
-김 종 길 (1926~ )
붉은빛을 머금은
은은한 금빛!
늦가을 숲 속 나무들은
박물관에 진열된 금동불상들.
불상들에게도 육탈이 있는 건지,
그것들은 지금 뼈와 실핏줄을
부챗살처럼 무수히
추운 하늘에 펼치고 있다.
허나 머지않아
그것들은 다시 살이 찌리라.
신록이 금빛으로 눈부실
회춘의 그날!
서 리 꽃 향 연 !
보이는가? 이 얼음꽃이,,,
햇살에 수정처럼 영롱게 빛나는 겨울산행의 극치다.
시즌 첫 산행에 눈꽃(雪花), 서리꽃(상고대), 얼음꽃(氷花)을 다 보다니 계 탄 기분이다.
여긴 산죽 군락지인가 본데 눈이 덮어 잘 볼 수가 없다만 흰 눈밭에 초록빛 댓잎이 상큼한 느낌을 자아낸다.
사나이로 태어나 결코 가벼이 무릎 꿇는 일은 없어야 되는데 오늘은 예외다.
무릎까지 오는 롱스패치 위까지 눈이 쌓여 중심이동이 안되니 수시로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여기서 인증샷 한 컷!
저 풍차있는 곳이 백두대간으로 이어진 매봉산이다.
산행의 날머리 두문동재. 옛이름이 싸리재인가?
여기부터 두문동 초입까지 꼬불꼬불 열두 고갯길을 38번 옛 도로따라 걸어 내려가야 한다는데 그 거리와 쌓인 눈이 만만치 않다.
흰 눈 밭 !
삶의 순간순간이 아름다운 마무리이자 새로운 시작이라 하니
인생사 희노애락과 두 어깨에 짊어진 세상사를 다 저 눈밭에 묻어 놓고 내려 가리라.
그래도 다 못버린 욕심이 있다면 백두대간 함백산의 정기를 모아모아 더불어 함께하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햐~ 저기 내가 있네!
힘겹고 지루한 하산길에 혼자서도 잘 논다. 하루가 충만했거늘 무에 더 바랄 게 있겠는가.
다 왔다.
요길 이렇게 막아 놨으니 차가 다닐수 없지.
휴~ 종아리가 땡기고 힘들었지만 더없이 만족한 산행이었기에
"오늘 진정 幸福했다!"
법정의 "아름다운 마무리" 글로 오늘 산행을 정리한다.
"행복할 때는 해복에 매달리지 말라.
불행할 때는 피하려 하지 말고 받아들이라.
그러면서 자신의 삶을 순간순간 바라보라.
맑은 정신으로 지켜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