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에 가다
2011년 3월 21일 (월요일)
오랬만에, 실로 오랬만에 산행을 준비하려니 가슴이 요동친다.
생각잖은 휴무! 이 황금시간을 어찌 산과 함께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산행지; 삼 각 산
코 스; 불광동~족두리봉~향로봉~비봉~사모바위~승가봉~문수봉~대남문~대성문~보국문~정릉계곡
삼각산의 다른 코스도 많지만 오늘은 정릉엘 꼭 가야겠기에 나름 숙고한 코스다.
일터로 가는 시간을 피해 8시 50분 집에서 출발,
들머리에 11시 10분에 도착하여 실전모드로 변신 후 11시 30분경에서야 산행을 시작한다.
겨우내 그 혹한속에서도 푸르름을 잃지않은 솔친구의 환대를 받으며, 처음부터 바짝 선 된비알 바위길을 기어 오른다.
족두리봉의 앞모습은 암벽이다.
그러나 뒤로 돌아가서 보면 설명을 안해도 쉽게 족두리봉이란 이름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가야 할 향로봉이 살벌하게 버티고 섰다만,,,
지나와서 뒤돌아 보면 암산이 아기자기하니 작은 공릉능선 같다.
삼각산! 멀리 백운대와 만경대, 가운데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코스인 의상능선, 앞줄이 삼천사의 응봉능선이다.
비봉. 진흥왕 순수비가 서울을 굽어 보고 있다.
출입통제 된 비봉에 올랐다가 홀로 하산길에 고생했던 옛기억이 아련하다.
안내판처럼 구도를 잡았는데 좌측의 사모바위만 클로즈업되었네~
사모바위와 지킴이 솔친구.
삼각산엔 묘하게 생긴 바위도 많다.
좌로부터 비봉, 멀리 향로봉, 우측이 사모바위.
멀리 염초봉능선을 지나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 앞에 의상봉,용혈봉,용출봉,증취봉,나월봉,나한봉,문수봉으로 이어지는 의상봉능선
쭉~~~ 땡겨 본 삼각산의 위용!
의상봉능선과 문수봉, 우측에는 옛 한성의 기를 모두 품었다는 보현봉.
바위에서도 늠름한 멋쟁이 솔친구들을 보이면 자동으로 셧터를 누른다.
대서문에서 시작되는 의상봉능선의 첫머리.
속세를 떠나 신선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통천문.
요즘 세상사를 접하다 보면 훌~훌 털고 저 통천문으로 들어가고 싶다.
원자폭탄 아름다운 원자폭탄
- 김 기 태 (1957~ )
전속력으로 앞만 보며 질주한다
뒤에서 쫓아오는 열과 폭풍
불타는 나무를 뚫고 부서지는 집을 뚫고
투명해진 내 살도 이윽고 뚫고
뼈만 쫓아오는 방사선
길거리에 내 뼈가 노출된다
노출된 내 뼈가 더 급하게 더 악착같이
달린다 달리다가 달리다가 뜬다
날아간다
날아가는 내 해골이 찬란한 섬광을 받으며
웃는다 이빨을 모두 드러내고 히히히 착하게
웃는다 이빨처럼 아가리에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어 결코 그칠 수 없는 웃음을
웃는다 웃다가 녹는다
희디흰 빛이 된다
위 시는 22년 전에 쓰였단다.
방사능 피폭의 공포감을 조롱하며 그 파괴로부터 벗어나야 하지 않겠느냐는 메시지를 역으로 작용시켰단다.
창조와 파괴는 진리의 양면이라는데, 우리는 지금 그 양면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며 받아들여야 하는 잔인한 시간에 와 있는것 같단다.
흐린 날씨탓에 사진발 안 받는다고 짜증내지 말자. 그래도 숨쉬는덴 문제 없다니까
이웃 나라의 불행에 같이 마음 아파하며 죽은 자의 명복을 빌고, 산 자들을 위해 빠른 안정을 기원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기어 오르며,
불현듯이 지진과 쓰나미도 모자라 방사능에 노출된 저들이 떠오른 이유를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금수강산을 사랑하고, 금수강산을 길이 보존해야 한다는 것 일게다
문수봉 오름길이 만만치는 않기에 그 성취감 또 한 만만치 않다
신선들이 바위로 공기놀이라도 하셨었나? 묘하게도 생겼다
다시 보아도 그 위용과 자태가 예사롭지 않은 보현봉
묘한 바위들의 전시장
마지막 오름길 문수봉.
문수봉 옆의 옛 성곽, 그 잔재가 소중스럽다
뒤돌아 본 비봉능선
가까이서 다시 본 옛 성곽의 모습
언제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멋스런 삼각산
보현봉으로 이어지는 마루금
대남문에서 본 복원 된 북한산성
새 단장한 대남문
지난번 일몰로 북문과 서암문을 포기했던 12성문 종주를 다시 꿈꾸며,,,
연무에 싸인 서울. 미세먼지는 있다지만 방사능 없는 것만도 행복하지 않은가
지난 해 보수를 마친 성문들이 화사롭다
미니 마이산 옆으로 형제봉능선이 보인다. 언젠가 친구와 의상봉능선~형제봉능선~북악산~삼청각까지 갔었는데,,,
온 길을 뒤돌아 보며 오늘 산행을 정리한다
삼각산의 옆모습
칼바위능선은 눈으로 인사만 하고,,,
보국문에서 정릉계곡으로 하산을 하며 핸드폰이 터지기를 계속 체크한다
옹달샘,
물 맛이 달디 달아 두 잔을 마시며 또 한번 감사한다.
내게 이 맑고 시원한 물을 마음껏 먹도록 해 준 금수강산에,,,
아직 잔설이 남아 있는 정릉계곡.
친구와 통화가 되어 2~30분 후 정릉 시인의 마을에서 만나기로 하고 걸음을 재촉한다
이 정릉계곡이 서울 시민들의 꿈의 휴식처쯤 되지 않을까?
정릉 날머리에 도착해 의관(?)을 정제하고 있는데 친구가 부른다
반가웠다
그리고 투병중임에도 의연하게 잘 대처하고 있는 친구가 고마웠다
그래! 그렇게 당당하게 맞서 싸워 이기는게 완쾌의 길 아니겠나
빠른 쾌유를 기원하며,,,
오늘 모처럼의 산행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