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속의 삶

한가위에 음미하는 草 鄕 !

村 場 2010. 9. 24. 19:19

2010년 9월 23일

 

(날씨가 도와주질 않아 보름달을 빌려왔다.)

 

보름달처럼 꽉 차도록 넉넉하고

온 가족이 더불어 흥겨운

행복 가득한 한가위 보내셨는가!

 

 

 

참으로 별난 날씨의 연속일세.

단대목에 할퀴고 지나 간 수마로 고통받는 친구는 없는지,,,

 

 그래도 가을은 왔다네.

은행잎은 노랗게, 단풍잎은 붉게 물들어 가고,

하늘은 높고 푸르다! 

 

들꽃은 마지막 빛을 발하며

벌, 나비를 유혹한다.

 

생강

토란

땅콩은 속으로 여물어 가고,

고추, 들깨도 가을빛에 익어간다.

 

 

초  향  (草 鄕)

                                                       -김 영 남-

적금을 타 주택자금 마련되면,

을랑이 엄마 내다버릴 생각을 다시 챙겨

메추리가 뒤란으로 기어드는 산골마을,

곱게 널린 노을 아래로 돌아가자.

가서, 솔가지 지펴 저녁연기를 올리며 살자.

 

집 둘레엔 듬성듬성 탱자나무를 심어 울을 치고,

빨래가 재주 넘어올 나이론 줄도 달아보지 않으련?

겨울잠 자는 농구(農具)들을 깨워 새로 모아놓고

묵은 화로는 닦아서 환한 얼굴을 불러내야겠지?

밤이면 흔들리는 불빛 아래 새끼줄같이 긴 시(詩)를 쓰면서

달빛 분주히 쫓겨가는 새벽녘이면 제일 먼저 일어나

냇가 풀숲에다 염소를 끌어다 놔야겠지?

 

눈 감으면 언제라도 맑은 하늘이 숨쉬는 고향의 개울가

버들강아지 푸른 혈이 다시 돋고

울타리의 탱자꽃이 하얀 리본처럼 피어날때,

을랑이 엄마 그대는 해랑이를 업고 텃밭으로 나가고,

나는 마을 언덕의 굽은 등을 타고 앉아

을랑이에게 저 검은 들녘을 기어가는 논두렁의 역사(歷史)을

낱낱이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함께 봄을 일구어보자.

 

자주 가지 못하는, 잊은 듯 살아가는 고향!

모처럼 그 고향의 정취를 만끽하게 하는 한가위!

 하루 지나서야 볼 수 있었던 한가위 만월에 소망한다.

 

내게 주어진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는 여유로움과 삶의 지혜를 일깨워 달라고,,,

 행복은 늘 무한 리필되니까!

 

追伸!!!

물 건너 간 친구들, 집 떠나 간 친구들,,,

오늘은 고향 생각 더 많이 나겠지?

내가 꼭 지키고 있을테니 걱정말고, 하는 일에 큰 성취(成就)를 빌겠네.

건강 잘 관리하여 후일 유쾌한 만남을 기대하겠네.

무탈하시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