村場의 自然in~*

아름다운 마무리.

村 場 2010. 3. 23. 16:57

 

밤새에 내린 눈이 한겨울 같은 3월!

미명(未明)에 길을 나선다.

미답(未踏)의 세계를 찾아서,,,

 

눈길을 끄는 동네 눈 길도 한 컷 담고, 광교산 신봉계곡으로 향한다.

 

눈속에 봄이 오는지 흐르는 물소리가 싱그롭다.

 

 아무도 오르지 않은 산길을 간다

 

나홀로 산행의 외로운 족적을 남기며,,,

 

겨우내 많은 눈 때문에 지겹기도 하지만, 또 언제 볼 지 모를 설화는 볼 때마다 예쁘다.

 

시루봉 정상 표지석 위에는

쌓인 눈에 갈 길을 잃은 산새가 라면 부스러기로 허기를 달래고 있다.

 

먹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체면(?) 때문에 망설이는 다른 산새의 눈길이 애처롭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일의 과정에서, 길의 도중에서 잃어버린 초심을 회복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근원적인 물음

'나는 누구인가?' 하고 묻는 것이다.

삶의 순간순간마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하는 물음에서

그때그때 마무리가 이루어진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내려놓음이다.

내려놓음은 일의 결과, 세상에서의 성공과 실패를 뛰어넘어

자신의 순수 존재에 이르는 내면의 연금술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다.

채움만을 위해 달려온 생각을 버리고 비움에 다가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고

그 비움이 가져다주는 충만으로 자신을 채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살아온 날들에 대해

찬사를 보내는 것, 타인의 상처를 치유하고

잃어버렸던 나를 찾는 것,

수많은 의존과 타성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홀로 서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용서이고, 이해이고, 자비이다.

 

*** 아름다운 마무리 ***

法  頂 

 

광교산 시루봉 노송 군락지의 설화.

 

어느새 녹아버린 눈길,

송림사이 햇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걷는 이 길은 광교산행의 백미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날머리 작은 화단에는 봄이 와 있었다.

 

재작년인가?

서울모임 송년회때 친구들로 부터 받은 法頂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옮겨 보았다.

무소유의 철학을 몸소 실천하고자 했던 님을 그리며,

그 의미를 반추(反芻)해 본다.

 

태어나 호적에 이름을 올리고 유년기를 지나, 학업에 정진했던 시절이 있었고,

그 배움을 바탕으로 새로운 세상에 도전하고, 결혼으로 일가를 이루어 보냈던 긴 세월.

이제 하나 둘 일손을 놓고, 자식들을 짝지어 내 보내며 돌아보니  반백이 된 우리들 세대.

한번쯤은 "아름다운 마무리"를 숙고(熟考) 할 때가 되지 않았겠나!

 

 

아름다운 마무리는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그 향기와 맛과 빛깔을 조용히 음미한다.

그것은 삶에

새로운 향기와 빛을 부여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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