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남덕유산 등정!
언 제 ; 2010년 2월 23일 (화요일)
어 디 ; 남덕유산
누구랑 ; 안내산악회(은하수) 따라
코 스 ; 육십령휴게소~할미봉~암봉~안부3거리~암봉~서봉~남덕유산(1.507m)~월성치~황점
핸드폰 문자의 "남덕유산" 일정 안내을 보고 욕심은 났으나
닷새 전(18일) 계룡산 산행과, 이틀 전(21일) 곁지기와 아이젠도, 물도 없이 산책삼아 올랐다가 목숨 걸고 내려 온
광교산 산행의 후유증으로 망설이다가 참가 신청도 못했었는데,,,,
당일 새벽 눈을 뜨니 5시 30분이라 대책없이 배낭 싸 짊어지고 북문(출발지;수원 장안문)으로 향한다
백두대간에서도 제일로 치는 긴~ 산행의 들머리다
많은 선답자들이 표시기로 흔적을 남겼다만,
심산에서 후답자를 위한 이정표가 아니면 꼭 저래야 할까?
말 그대로 첩첩산중이다
멀리 지리산 천왕봉부터 근거리 산봉까지.
할미봉!
봄은 여인의 모습에서 부터 온다고 했던가?
가야 할 길은 멀고 이제 시작에 불과 한데,,,
북면엔 눈이 쌓여 있지만 완연한 봄날씨에 이상고온으로 몸이 천근만근으로 늘어진다
1.500m 고지 산행이라고 한겨울 등산복에 물 500ml, 매실차 200ml가 전부인데,,,
낭*패*로*다!!!
(***산악회 카페에 올린 사진을 퍼옴***)
2시간 산행에 벌써 물의 반을 마셨으니, 앞으로 5시간 버틸 일이 난감하다.
등산로가 산죽(山竹)사이로 무슨 작은계곡 같다.
비가 오면 저기에 계곡처럼 수로가 되어 물이 흐르겠지,,,
산이 좋아 산에 왔지만, 산이 아파하는 모습에 가슴이 애려온다.
남덕유의 모습이 멀게만 느껴지고
이제 올라야 할 서봉길이 보는 것 만으로도 힘겹다.
한여름 그늘도 없는 너덜길 같아서,,,
산에 와 오름길에 힘이 들어도 "산은 오르는 맛"이라 마다한 적이 없는데,,,
오늘은 좀 짜증이 난다.
차라리 암벽이라도 있으면 정신이 바짝 날텐데, 할미봉 내림길외엔 그저 꾸준히 오름길 뿐이다
힘들다!
남쪽면은 진흙탕길, 북쪽면은 눈과 얼음길의 연속 오름이라 숨이 찬다
(***산악회 카페에 올린 사진을 퍼옴***)
앞서 가는 산행대장에게 평생처음 물 동냥을 청한다
산에서는 물은 생명인데, 그에게 목숨을 구걸한 셈이다
딴에는 준비성이 철저하다 했는데 오늘은 복장, 준비물 어느것 하나 만족한게 없다
흐르는 땀, 자꾸만 엉키는 한겨울용 windstopper
그리고 물이 부족하다는 선입견에 갈증은 더 심해지고,
계속되는 눈길과 진흙탕길, 그리고 아이젠이 안먹힐 정도로 꽁꽁 얼어버린 길을 따라 서봉에 오른다
주변 경관은 잠시나마 고통을 잊게 해 준다
주변 조망의 탁트임에 지루하도록 긴 오름길에 탈진한 기력을 재충전 해보지만,,,
서봉 너머 보이는 저 남덕유산 정상 도전을 포기해야 될 것 같다
동행한 대다수의 산우들도 나와 같은 고통(생체리듬의 부조화)을 느끼는 듯,,,,
300m 거리에 왕복 2~30분이면 되겠지만 일몰시간과 체력등을 감안,
아쉽지만 우회하여 월성재로 하산길을 택한다
산 비알에 눈은 덮혀있지만, 자연은 이미 봄인데
내 몸이 아직도 겨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헤매는 듯 하다
내림길도 역시 만만치 않고
된비알 얼음위에 덮힌 눈이 아이젠을 무용지물로 만든다
동행중인 산우가 근육 경련으로 고통을 호소, 산악대장의 도움으로 피를 뽑고 맛사지를 받는다
갈 길이 아직 먼~데 남 일 같지가 않다
이 앙상한 가지속에도 지금 봄의 기운은 돌고 있으리라.
그리고 머지않아 푸른잎이 돋아나고, 꽃도 피우겠지
월성재에서의 삿갓봉 들머리.
오늘은 돌아서지만 꼭 다시 찾고 싶다
하산길에 본 삿갓봉.
하얀 눈길에 봄을 입은 여성 산우들의 모습이 정겹다.
저들도 오늘 고생 많이 했는데,,,
계곡엔 이미 봄이다
잠시, 오늘의 산행을 정리한다.
아이젠과 등산화를 벗고 7시간여 고생한 두 발에게 감사하며 휴식을 취한다
비록 미완에 그친 어려운 산행이었지만, 이런 산행도 있슴을 뇌리에 각인시키며,,,,
무탈한 하산에 감사한다.
다음엔 몸과 마음, 그리고 장비까지 완벽한 준비로 더 즐거운 산행을 소망하며,,,,
남덕유!
꼭 한번은 다시 보자!!!